'안보 공백'보다 절차적 문제 부각하는 뉘앙스
"예산 관련 국회동의 거쳐야" 당내 반대 기류도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이전을 강하게 비판하던 더불어민주당이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생에 백해무익하고 국가안보에 재앙과 같은 선택', '왜 하필 국방부를 가느냐'는 성토 일변도에서 '안보 공백 문제만 해결한다면 별다른 이의제기 할 생각이 없다'는 조건부 찬성으로 바뀌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대통령이 이미 임기 중 국가안보 불안이 조성돼서는 절대 안 된다는 큰 원칙을 말씀하셨다"며 "안보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을지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시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찬 회동에서 "청와대 이전과 관련한 것은 차기 정부가 결정하고 추진할 일이기 때문에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은 아니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는 것이다. 집무실 이전 자체는 현 정부나 당이 찬성하거나 반대할 사안이 아니라는 의미다.
윤 위원장은 "인수위 기간 중,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이전하려고 하는 부분이 안보 태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이야기해 왔다"며 "안보 공백 부분에 대한 보완책만 확실하다면 더 이상 이의 제기는 없다"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짧은 기간 무리한 추진'을 문제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안보 공백은 무리한 추진이 야기할 부작용이라는 점에서 기존 입장과 다르지 않지만 반대 논리의 전면으로 내세웠던 것보다 덜 부각하는 분위기다.
조오섭 수석대변인은 기자에게 "안보 문제도 문제지만 절차가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10억, 20억 예산 수준의 시 자치구 사업도 절차와 체계를 따져 진행하는데 496억, 추가로 합참 이사비용 1200억, 어쩌면 그 이상의 예산이 들어갈 수 있는 일을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 수위가 다소 낮아진 게 아니냐는 질문에는 "집무실 이전 추진 절차가 체계적이지 않다는 부분에 일관되게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전 자체는 찬성한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도 '광화문 시대'를 공약했던 만큼 집무실 이전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는 논리다.
찬성, 협조가 아닌 반대 입장을 보일 기류도 엿보인다. 집무실 이전에 국민적 합의, 예산 편성 과정에서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예산 편성 등에서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한다면 미래의 '거대야당' 민주당과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박찬대 정책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제대로 된 내부 논의와 공론화 과정이 없었다"며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의회 동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다수 법률 전문가의 의견"이라며 "관련 예산 편성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뒤 국회 동의를 거쳐 추진하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신정훈 원내선임부대표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 높은 반대 여론에도 윤 당선인은 '여론조사로 몇 대 몇은 의미가 없고 선거를 통해 이미 역사적, 정치적으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며 "선거 당시의 민심은 의미가 있고 선거 이후의 민심은 무의미하다는 뜻인데 말 그대로 신박한 논리"라고 꼬집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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