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대응은 尹 당선인·바이든으로?…文정부 패싱되나

허범구 기자 / 2022-03-11 10:47:32
바이든, 尹과 통화…"한미일 대북정책 긴밀 조율"
美 "尹과 협력분야 맨위엔 北 핵·탄도미사일 위협"
미사일정보 함구 軍, ICBM 인정…대선후 태세전환
'선제타격론' 尹, 첫 시험대…文정부와 조율? 무시?
20대 대선이 끝나자마자 한반도 정세가 불안하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위협이 레드존(Red zone·적색지역)으로 들어선 양상이다. '게임 체인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등장한 게 불길한 조짐이다.

한미는 11일 북한의 최근 두 차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신형 ICBM의 '최대 사거리 발사'를 앞둔 성능 시험의 일환으로 평가했다. 따라서 향후 북한이 이 ICBM을 우주발사체로 가장해 최대 사거리로 발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이 2018년 4월 천명한 핵·ICBM 시험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조치의 폐기가 임박했다는 뜻이다. 한반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20분간 통화하며 긴밀한 대북공조 기조를 확인했다.

▲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UPI뉴스 자료사진]

윤 당선인이 한반도 주변 4강(미·중·러·일) 정상과 통화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이다. 통화는 미국이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ICBM 발사가 중대 현안으로 떠오르자 바이든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 대북 대응 '코드'를 신속히 맞춰본 것으로 비친다.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바이든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최근 북한의 탄도 미사일 도발이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고 있는 만큼 한미일 삼국의 대북정책 관련 긴밀한 조율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핵과 미사일 등에 대한 대응에서는 윤 당선인의 새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중국 눈치를 너무 보는 문재인 정부와 대북, 대중 정책을 함께하는데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며 "정권교체가 되자마자 한미, 한미일의 대북 정책과 대응에선 '문재인 정부 패싱'이 진행될 가능성이 적잖다"고 내다봤다.

미 국무부는 이날 윤 당선인과 협력할 최고 우선순위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이라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 동맹은 양국 경제 유대, 국민 간 긴밀한 우정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보, 번영을 위한 핵심축(linchpin·린치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인도태평양에 관한 한 이 목록의 맨위에는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으로 인한 위협이 있다"고 말했다.

그간 북한 미사일 제원 등 관련 정보에 "분석중"이라며 함구로 일관해온 군 당국이 이례적으로 ICBM을 인정한 것은 대선 결과의 영향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문재인 정부보다 대북 강경 노선인 윤 당선인이 승리하자 군도 신속히 태세를 전환해 대북 대응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군이 ICBM 사실을 파악하고도 침묵하다가 윤 당선인 승리 후에야 공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국방부는 이날 오전 "북한이 지난 2월27일과 3월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한미의 정밀 분석 결과 2020년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 계기 북한이 최초 공개하고 개발 중인 신형 ICBM 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은 최근 2차례 미사일 시험 발사의 구체 체계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한미 양국은 정밀 분석과 협의를 거쳐 위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국제 사회가 북한의 이러한 미사일 추가 개발에 대해 단합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이를 공개하게 됐다"고도 했다. 정밀 분석을 통해 ICBM임을 알게 됐다는 게 군 입장이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것이다. 국제사회 비판이 거세지고 대북 제재도 강화된다.

▲ 북한 김정은 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했다고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뉴시스]

미 고위 당국자는 이날 "미국은 본토와 동맹의 안보를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제재 방침을 밝혔다. 미 재무부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한 인물 및 기관, 제3국의 기업 등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은 문재인 정부에겐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안 그래도 동력이 떨어지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정책에 큰 걸림돌이 생기는 격이다. 군이 대선 전 현 정부 방침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관측된 내용을 취재진 등에게 공개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도박'에 거침없는 행보다. 김 위원장은 ICBM으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찾아 발사 시설의 확장 개축을 지시했다. 북한이 정찰위성 등 위성체계 시험을 빌미로 ICBM 발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윤 당선인의 최우선 외교·안보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간 대북 선제타격능력 강화까지 공약할 정도로 '원칙 있는 대북 대응'을 공언해온 윤 당선인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대북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윤 당선인이 언제, 어떤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와 조율할지, 아님 무시할지도 관심사다. 윤 당선인이 미 행정부와만 협의하며 강경 행보를 보이면 '문재인 정부 패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현재와 미래권력의 '불안한 동거'가 갈등관계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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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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