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윤석열의 인생극장

장은현 / 2022-03-08 09:59:28
대학 시절, 전두환에 '무기징역' 구형…9수 끝에 사시 합격
2013년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수사…朴정권과 충돌
'박근혜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대중적 인지도 상승
文정부·조국·추미애 거치며 '야권 대선주자'로 우뚝
입당 후 '초보' 한계 보여…각종 논란에 지지율 휘청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제20 대선에서 승리했다. 문민정부 이후 국회 경험 없이 대통령에 당선된 첫 사례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하고 정계에 입문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대권을 거머쥐었다. 그만큼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강했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7일 경기 시흥 삼미시장입구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 선대본 제공]


윤 당선인은 30년 가까이 몸 담은 검찰 조직을 떠나 불과 3개월 만인 지난해 6월 정치판에 발을 들였다. 대중은 그를 문재인 정권의 외압에도 굴복하지 않은 '강골 검사'로 평가했다. 그는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공정과 상식을 되살릴 적임자로서 자신을 내세웠다.

그리곤 지난해 11·5 대선후보 경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 등 관문을 차례로 통과하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꺾었다.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눈치 안 보는 검사 윤석열이 되기까지

1960년 12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태어나 줄곧 서울에서 자랐다. 부친은 연세대 윤기중 명예교수다.

1979년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당초 물리학이나 수학, 경제학을 공부하려 했지만 '구체성이 있는 학문을 하면 좋겠다'는 부친의 조언을 듣고 마음을 돌렸다. 법대 진학을 마음먹은 후에도 판검사 대신 경제법을 연구하는 학자를 꿈꿨다.


대학교 2학년 시절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직전인 1980년 5월 8일 교내 모의재판에서 재판장으로 전두환 보안사령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학 교정에 사복경찰이 돌아다니며 불시 검문을 벌이던 때다. 이 모의재판으로 석달간 강릉에 있는 외가로 피신해야 했다. 

합격 문이 넓어진 사법시험에 도전했다. '9수' 끝에 1991년 제33회 사시에 합격했다. 1994년 검사로 임용된 후 1년간 변호사 생활을 했다. 그 후엔 쭉 검사로 지냈다. 대검 검찰연구관과 대검 중수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주요 직책을 거치며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시작은 2013년 초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사건이었다. 당시 대선에 국정원이 부당하게 개입됐다는 의혹을 수사하면서부터 중앙 정치에 휘말렸다. 윤 당선인은 그해 9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윤석열이라는 이름 석자가 대중의 뇌리에 각인됐다. 대신 검찰 수뇌부 눈 밖에 나 대구고검 평검사로 좌천됐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발탁됐다. 이 사실을 접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녹슨 칼 다시 벼려 환부 과감히 도려내기를. 국민검사 윤석열의 귀환을 환영한다"는 글을 남겼다.

▲ 32세의 윤석열. 1991년 사법시험 합격 후 찍은 사진이다. [윤석열 후보 인스타그램 캡처]

文 정부, 검찰총장 윤석열 파격 승진…'임명장 잉크 마르기 전' 文 정부에 화살 겨눈 윤석열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됐다. '다스(DAS)' 의혹과 사법농단 의혹 수사로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2019년 7월엔 검찰총장에 내정됐다. 전례 없는 파격 승진이었다. 당시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검찰로 재직하는 동안 부정부패를 척결해 왔고 권력의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줬다"며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에도 윤 당선인이 앞장서 줄 것을 기대했다.

문 정부와의 신뢰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검찰총장 임명장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를 수사해 여권과 대립했다. 송철호 울산시장 관련 선거 개입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등 정권 핵심 인사 대상 수사도 단행했다. 

2020년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임명된 뒤 윤 당선인과 여권의 갈등은 절정에 달했다. 추 전 장관은 검찰 인사를 단행해 '윤석열 사단'을 대거 솎아냈고 두 차례나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시켰다.

윤 당선인이 정면 대응하면서 여권 공세는 거세졌으나 대중적 인지도는 더 쌓였다. '정권 탄압에 굴하지 않는 공정한 검사'라는 이미지도 각인됐다. 이는 순식간에 그를 '야권 대선 주자'로 만든 원동력이 됐다.

2021년 3월 4일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했다. 윤 당선인은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정의와 상식, 공정은 그의 '상징 자본'이 됐다.

총장 사퇴 후 117일 만인 6월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7월 30일엔 국민의힘에 입당해 빠르게 세력을 모았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운데)가 지난 5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후문에서 열린 유세에서 이준석 대표(왼쪽),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실언 등 '정치 초보' 한계와 당 내분으로 위기…극적 화합 등 통 큰 결정의 선 굵은 정치 스타일

위기는 입당 후 찾아왔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 "먹어서 병에 걸려 죽는 식품이면 몰라도,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보다 아래도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잇단 실언으로 '1일 1설화'라는 별명을 얻은 것이다. 

'고발 사주'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 재직 시절 범여권 인사 등의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라"며 시대착오적 언론관도 드러냈다.

그 사이 경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이 반사 효과를 누렸다. 지난해 8월 중순 출마 선언 당시 한 자릿수던 지지율이 9월 초 윤 당선인을 앞서며 '골든크로스'를 이뤘다. 특히 '이대남'(20대 남성)은 홍 의원의 공고한 지지 세력이었다.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은 엎친데 덮친 격이었다. 윤 당선인 캠프 인사가 '이준석 탄핵'을 말한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대표 지지세가 강한 이대남 사이에서 윤 당선인 비판이 더 확산됐다.

그럼에도 윤 당선인은 당내 경선에서 승리했다. '친윤석열계' 조직력이 빛을 발했다. 당원 투표에서 58%를 얻어 홍 의원(35%)을 압도했다.

후보 선출 후에도 이 대표와의 갈등은 반복됐다. '윤핵관'(윤 후보 핵심 관계자) 문제가 빌미였다. 윤 당선인이 신속히 대처하지 않아 내홍이 이어졌다.

윤 당선인 지지율이 떨어졌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사상 초유의 당대표 탄핵안을 결의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윤 당선인이 국회를 찾아 이 대표와 끌어안고 '극적 화합'을 이루며 내분을 수습했다. "디테일에 약하지만 통큰 결정은 빠르게 내리는 '선 굵은 정치'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선 직전 최대 변수인 '야권 후보 단일화' 전격 합의…정권교체 위해 후보빼고 다 양보

대선 막판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 이슈가 휘몰아쳤다. 양당은 단일화 방식을 놓고 원색적 비난을 늘어놓았다. 안 대표가 먼저 '100% 국민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지만 윤 당선인은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신뢰가 있으면 10분 만에도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일주일 뒤 안 대표가 '단일화 결렬'을 선언했다. 합의 기대감에 잠시 올랐던 윤 당선인 지지율이 원상복귀됐다. 이로써 문이 닫히는듯 보였지만 사전투표 전날 새벽 두 사람은 극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했다.

윤 당선인은 집권하면 정권 인수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안 대표와 인사권 등을 협의하는 공동정부에 합의했다. 원내 의석이 100석이 넘는 제1야당 후보가 3석에 불과한 군소정당 후보에게 단일화를 위해 사실상 모든 걸 양보한 모양새다. 

즉각 대응하기보다는 일단 상황을 지켜본 뒤 극적 해결을 이뤄내며 효과를 최대화하는 스타일을 놓고 정치권에선 '윤석열식 정치'라는 말이 나왔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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