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7시간 통화 '변수'될까…"파장 거의 없을 듯" 시각도

장은현 / 2022-01-16 22:51:08
金 "안희정 불쌍…나와 윤석열은 그의 편" 발언 논란
서면 반론 통해 "매우 부적절한 말 하게 됐다" 사과
野 "불법방송"…이준석 "MBC, 잘못이 뭔지 지적하길"
與 공식 대응 자제…"최순실 단어 김건희로 바꿔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이 16일 공개됐다.

통화 파일에 따르면 김씨는 성범죄를 저질러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해 "불쌍하다"고 감쌌다. "나와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안희정 편"이라고도 했다. 권력형 성범죄자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다. 김씨는 서면 반론을 통해 "매우 부적절한 말을 하게 됐다"며 사과했다. 

김씨의 부적절한 인식이 드러나 진보진영 여성계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비판적 여론이 확산되면 윤 후보의 '배우자 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지지율 상승세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김씨와 통화한 좌파 성향 유튜브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MBC의 보도를 비판하는 의견이 다수 나왔다. 예고에 비해 민감한 내용이 적어 "빈 수레가 요란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MBC가 사적 대화를 불법으로 공개했지만, 그럼에도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가 지난해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MBC는 이날 오후 8시 20분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통해 김씨 통화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문제의 안 전 지사 발언은 김씨가 보수, 진보를 구분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김씨는 "보수들은 챙겨주는 건 확실하지. 공짜로 부려먹는 일은 없다"며 "그래야 미투가 별로 안 터진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에서 미투를 터뜨리면서 잡자고 했는데, 그걸 뭐 하러 잡자고 했냐"며 "사람이 살아가는 게 너무 삭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난 안희정이 불쌍하더구먼 솔직히.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되게 안희정 편이야"라고 했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비서였던 김지은 씨를 성폭행, 성추행해 2019년 9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 6월형을 선고 받고 현재 수감 중이다. 김씨 발언은 성인지 감수성의 측면에서 비판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김씨는 사안의 심각성을 우려한 듯 MBC에 서면으로 반론을 보내 "성을 착취한 일부 여권, 진보 인사들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매우 부적절한 말을 하게 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녹취록에는 김씨가 윤 후보 경선 캠프 구성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듯한 발언도 있었다. 통화한 이 기자에게 "경선 캠프로 오면 좋겠다", "내가 시키는 일 해야지. 정보업", "하는 만큼 1억도 줄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일각에선 "김씨가 캠프 내에서 아무런 직책이 없는데 역할을 한다", "최순실이냐" 등의 의문이 제기됐다.

김씨는 서면 반론에서 "윤 후보 정치 행보에 관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선거 캠프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정치권 반응은 미지근하다. 서울의 소리와 MBC를 조롱하는 목소리도 적잖았다. 

국민의힘은 입장문을 내고 사적 대화를 보도한 MBC를 성토했다. 

이양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방송 내용이 지극히 사적 대화임에도 불구하고 MBC는 공익적 목적에 부합하다고 주장하며 불법 녹취된 파일을 방영했다"며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것으로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보도의 공정성 측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형수 욕설 발언도 같은 수준으로 방영돼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 발언과 관련해선 "MBC가 다음 주에도 추가 방영을 한다고 한다. 그 내용을 보고 종합적인 입장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는 방송이 끝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MBC를 겨냥했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를 조금 더 명확하게 지적했으면 한다"면서다. 보도된 내용 중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 대표는 김씨가 경선 캠프 인사 영입 등에 대해 한 발언을 놓고 "선거과정에서 가족만큼 노력하고 후보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기에 모든 단위의 선거에서 가족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변호했다. 이어 "후보의 배우자가 본인에게 과도한 의혹을 제기하는 매체들에 대해 지적하고, 조언해주는 사람들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캠프 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인사 영입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실제 언론인 출신들이 선거 과정에서 여기저기 캠프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씨의 정치, 사회 현안 관련 발언엔 "후보 배우자가 본인이 가진 관점을 드러내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특히 (당시 김씨가 자신의 발언이) 보도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선 편하게 평가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에도 MBC에서 보도 예정이라고 하니 그땐 정확히 어떤 부분이 어떤 이유로 문제가 되는지도 언론사 관점을 실어 보도하면 시청자의 이해가 더 쉬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약 한 시간이 지난 뒤 "그런데 지금와서 궁금한데 민주당은 왜 본방사수 독려 캠페인을 당 차원에서 했던 건가요???"라는 글을 추가로 올렸다.

민주당은 방송 시작 1시간 전 입장문을 내고 "MBC 스트레이트 방송 이후 공보단은 입장을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SNS 등 온라인 상에선 MBC를 비판하는 진보 진영 인사들의 글이 많았다.

남영희 선대위 대변인은 "2022년 대선을 50여일 앞둔 시점에서 '최순실'이라는 단어는 이제 '김건희'로 바꿔야 한다"며 "만천하에 드러난 이번 김건희판 '제2의 국정농단'을 축소하고 얼렁뚱땅 넘어가는 언사로 인해 스스로 비겁해지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 캠프에서 메시지 총괄 역할을 하는 카피라이터 정철 씨는 "이쯤이면 한 점, 한 획 편집 없이 7시간 다 까지 않을 수 없겠다"며 '스트레이트는 그만'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당 내부에선 예상과 달리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김 씨 발언이 공개되지 않아 다소 김빠져 하는 기류도 감지됐다.

한 정치 전문가는 "소란만 요란. 파장 거의 없을듯"이라고 평가했다. 스트레이트를 실시간으로 시청한 국민들 사이에선 '김건희 의혹 완전 해소', '오히려 윤 후보 지지율 올라가겠다'는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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