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선대위 직책 내려놓겠다"…내분 절정 野 기로에

장은현 / 2021-12-21 17:59:45
李,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사퇴…"선대위 제기능 못해"
김종인 "이대로 갈 수 없다…방해되는 인사 과감 조치"
선대위 개편 불가피…관계자 "1기, 2기로 운영해도 무관"
"李 사퇴 예상한 건 아니지만 가능한 일" 확대 해석 경계
전문가 "지지율 타격…윤석열 문제의 핵심 인식 못해"
국민의힘이 내분 탓에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21일 끝내 돌아오기 힘든 다리를 건넜다.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등 선대위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공개 선언한 것이다.

이 대표는 "선대위가 이미 제기능을 잃었다"며 폭탄을 던졌다. 윤석열 대선 후보는 리더십 부족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선대위에선 '전면 개편'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선대위 슬림화를 원하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사퇴 카드를 썼다는 관측이 적잖다. 선대위 공보단장인 조수진 최고위원의 '항명'은 빌미가 된 셈이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앙 선거대책위원회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가진 후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 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이건 선대위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조 최고위원과의 갈등을 언급한 것이다. 

조 최고위원은 전날 선대위 회의에서 "난 후보의 지시만 받는다"며 이 대표의 지시에 항의했다. 그가 즉각 자신의 잘못이라고 인정해 갈등이 수습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가 이 대표를 비방하는 내용의 영상을 기자들에 공유한 사실이 알려져 상황이 겉잡을 수 없게 악화했다. 

이 대표는 "조 최고위원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라고 보기 애매한 문자를 하나 보내놓고, 오후엔 기자들에게 대표를 조롱하는 유튜브 방송을 보냈다가 해명 아닌 해명을 하는 모습을 본 순간 확신이 들었다"고 사퇴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장직) 사퇴를 하든 말든 마음대로 하시고 사과를 받아줄 마음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사퇴 과정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윤 후보와는 상의하지 않았고 김종인 위원장이 만류했지만 사퇴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당대표인데 너무 쉽게 직책을 던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비판은 감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 최고위원이 본인은 후보 뜻만 따른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런 사태가 터진 게 후보와 상의한 일인지 후보가 어떤 취지로 명을 내린 건지 더 궁금하다"고 받아쳤다.

이어 "선대위 구성에 대해선 이미 여러 번 의사를 밝힌 적이 있고 그건 후보가 선택하는 일"이라며 "미련 없이 직을 내려놓는다고 한 상황에서 선대위 구성을 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대표로서 역할을 수행하겠다"며 "윤핵관(윤 후보 핵심 관계자)에 가려 정권교체를 위한 마음이 있지만 빛을 못보는 분들이 많다"고 언급했다. 

윤핵관 문제와 관련 "울산에서의 회동이 누군가에게는 그래도 대의명분을 생각해 할 역할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을 안겨줬다면, 일군의 무리에게는 한번 얼렁뚱땅 마무리 했으니 앞으로는 자신들이 마음대로 하고 다녀도 부담을 느껴 지적하지 못할 것이라는 잘못된 자신감을 심어준 모양"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때다 싶어 솟아 나와 양비론으로 한마디 던지는 윤핵관을 보면 어쩌면 이런 모습이 선거기간 내내 반복될 것이라는 비통한 생각이 들었다"고도 했다.

윤 후보 리더십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그러면서도 "대선에서 좋지 못한 결과를 얻게 된다면 그것에 대한 무한 책임은 후보가 갖는다는 점만 말하겠다"고 경고했다. 윤 후보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한 셈이다. 

그는 다만 "당대표로서 해야 할 당무는 성실하게 할 것"이라며 "물론 울산에서의 합의대로 당 관련 사무에 있어서 (윤석열)후보가 요청하는 사안이 있다면 협조하겠다"고 했다.

선대위는 비상이다. 전격 쇄신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밖에서는 선대위가 '항공모함'에 비유될 정도로 거대하게 운영되는데 효율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선대위가 아니냐는 평가가 있다"며 "이대로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선대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 했을 때 '기동헬기'를 띄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종합상황실을 보다 강력하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심도 있게 선대위를 끌고 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종합상황실'은 김 위원장의 별동대격인 '총괄상황본부'를 지칭하는 것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를 운영하는 데 방해되는 인사는 앞으로 과감하게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라며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한 관계자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사퇴를 예상한 건 아니지만 가능한 일"이라며 "후보도 최근까지 외부에 있다가 정치에 들어왔고 이 대표도 0선이기 때문에 이러한 혼란은 '신생 독립국가'에서 당연한 거라고 볼 수 도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근원에 대해 "이 대표와 조 단장의 갈등뿐만 아니라 선대위에 대한 이 대표의 종합적 불만족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 논란 관련 선대위 대응에 대한 불만 등 문제가 쌓여 그것이 표출됐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대대적 선대위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장이 회장에게 사퇴한다고 했는데 부사장이나 전무 등 나머지 밑에 있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는 추측이다. 그러면서 "아직 70여 일이 남았다. 선대위가 1기, 2기로 진행돼도 상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윤 후보 리더십, 지지율 등에 있어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특히 2030 남성들의 표심을 견인해 온 상징적인 인물이다. 전날 윤 후보 직속 '새시대 준비위원회'에 신지예 수석부위원장이 합류해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엎친데 덮친 격이 된 셈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통화에서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선 김종인 위원장과의 협력, 연대를 강화하고 배우자 허위 의혹을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배 소장은 "이 대표 권위가 떨어졌으니 당연히 2030 남성 지지층들의 부분적 이탈이 예견되기 때문에 김 위원장과 협력해 중도층, 여성 지지층의 결집을 추가로 끌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선대위와 지도부의 동상이몽'으로 비유하며 "한 마음으로 가야 하는데 결집이 안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 부위원장 영입도 깜짝 쇼로 할 이유가 없고 만약 해야 한다고 하면 이 대표를 존중하며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그런 교감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선대위 내 '불통'이 문제라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후보 리더십의 한계를 저격했다. "어느 조직에서든 갈등이 생길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라면서다. 

박 평론가는 "그런데 후보는 이 사건을 '민주주의의 한 과정'이라고 말하며 핵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을 드러냈다"며 "결론적으로 보면 김 위원장도 교통정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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