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보여주지 못하고 '공정' 상징자본 까먹은 윤석열

장은현 / 2021-12-17 16:10:42
尹 배우자 김건희 허위경력 논란에 3일 만에 고개 숙여
"공정·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유여하를 떠나 죄송하다"
'해명→버럭→사과'…3일 간의 롤러코스터 행보로 비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7일 배우자 김건희 씨 허위경력에 대해 전격 사과했다. "제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의혹이 제기된 지 3일 만이다. 

여러차례 타이밍을 놓친, 뒤늦은 사과였다. 효과는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 미적대는 사이 '공정과 상식'이라는 자신의 '상징자본'만 까먹은 꼴이 됐다. 

윤 후보와 김 씨는 '모호한 태도'로 비판여론에 불을 질렀다.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다소 부당한 부분이 있더라도"라며 사과에 전제를 붙였다. 진정성을 느낄 수 없는, 사과같지 않은 사과였다. 그렇게 골든타임은 지나갔고, 뒤늦은 사과는 여론에 떼밀린 모양새가 됐다.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배우자 김건희 씨 관련 의혹에 대해 사과한 뒤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당초 윤 후보는 김 씨 논란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는 식의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14일 김 씨 논란이 처음 보도된 후엔 "부분적으론 (사실일지) 모르겠습니다만 허위 경력은 아니고 수상 경력이 날조된 것도 아니다"라며 논란을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15일엔 반응이 한층 격해졌다. 관련 질문을 하는 기자들을 향해 "저쪽(더불어민주당)에서 떠드는 것만 듣지 말고"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땐 시간강사를 공개채용이 아닌 소개로 채용하는 게 관행이었다"고도 했다. 

입장을 선회한 건 15일 오후부터였다. 김씨가 "사과할 의향이 있다. 사실관계를 떠나 사과드린다"고 인터뷰한 내용이 보도된 직후였다. 윤 후보는 "국민 눈높이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미흡한 게 있다면 송구한 마음"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여권의 공세가 기획 공세고 아무리 부당하다 느껴질지라도"라는 '사족'을 붙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과인 듯 사과 아닌 사과 같은' 사과를 한 꼴이다. 

비난은 더 거세졌다. '내로남불' 역풍이 정통으로 날아왔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조작된 지원서는 채용의 공정을 무너뜨린 것이다. 다름 아닌 검찰총장 시절의 윤 후보가 만들어놓은 사회적 기준"이라고 직격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논란이 불거진 지 3일 만에 윤 후보는 결국 대국민사과 메시지를 발표했다.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 아내와 관련한 논란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경력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그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취재진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사과는 했지만 타이밍을 놓친 데다 어쩔 수 없이 사과문을 읊은 모양새가 됐다. 

그러는 며칠간 윤 후보는 잃은 게 적잖다. 자신의 상징자본 '공정'과 '상식'이 훼손됐다. 윤 후보는 검사 시절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또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으며고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를 밀어붙였다. 공정과 상식은 그런 이력의 산물이었다.

검찰총장 시절 조국 법무장관 가족의 '내로남불'을 탈탈 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선후보 경선 경쟁자였던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금도를 넘어섰다"고 말할 정도였다. 

2007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근무하던 시절 '신정아 학력위조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서부지검에 파견돼 업무방해 유죄를 이끌어낸 것도 윤 후보다. 신정아 씨는 당시 학위를 허위로 기재한 이력서를 제출해 여러 대학에서 시간강사 등으로 임용됐다.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에도 선임됐다.

김건희 씨 사례도 신정아 사례와 거의 판박이다. 대학 교원 임용시 허위 이력을 제출하는 행위는 사문서 위조 및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그랬던 이가 자기 배우자 논란에 대해선 '관행' 운운하며 이중잣대를 들이댔으니, 내로남불 역풍과 '공정' 훼손은 당연한 자업자득이었다.

이번 논란에 대응하는 윤 후보 부부의 태도는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내로남불' 그 자체였다. 일각에선 윤 후보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이회창 전 총재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홍준표 의원은 "이 전 총재가 1997, 2002년 대선에서 두 번이나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두 자녀의 병역 비리 의혹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 역시 배우자와 장모 비리 프레임에 이대로 갇히면 정권교체가 어려울 것이란 충고다. 이 전 총재도 '법과 원칙'을 상징했다.

윤 후보가 정책 빈곤을 드러내며 미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설상가상이다. 정책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밀리거나 끌려가고, 현장 질의응답에선 이준석 대표에게 마이크를 넘기며 회피하는 모습은 여전히 정권교체 여론 '반사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비친다.

국민캠프 당시 3번의 공약 발표 후 윤 후보는 아직까지 직접 공약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지지율은 정권교체 여론보다 낮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의 위기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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