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산하 공공기관 27곳 중 7곳 '공석'
'낙하산' 제주 기관장 속속 임기 만료 앞둬 경기도 공공기관이 '썰물'같다. 기관장들이 줄줄이 떠나고 있다. 모두 '이재명의 사람들'이다. 네 곳 중 한 곳 꼴로 공석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경기도지사직 사퇴(10월25일)에 따른 도미노 현상이다.
대부분 '일신상 이유'를 들지만 실제로는 선거활동 지원 이유가 더 크다. 일부는 내년 지방선거 도전 의사를 밝히고 있다.
UPI뉴스가 경기도 산하 공기업과 투자·출연기관 27곳을 조사한 결과,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평택항만공사, 경기관광공사, 경기연구원, 경기테크노파크, 경기도수원월드컵관리재단, 경기복지재단 7곳(12월13일 현재 기준)의 기관장이 공석인 것으로 확인됐다. 4분의 1이 비어 있는 셈이다. 최연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는 후임 인선이 마무리 될 때까지 임기가 연장된 상태다.
1년 만에 가까스로 기관장 찾은 경기관광공사
가장 오래 공석인 곳은 경기관광공사다. 경기관광공사 사장 자리는 지난해 12월 전임 유동규 사장이 물러난 이후 1년 동안 비어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지낸 유 전 사장은 사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의혹이 불거지면서 10월21일 구속 기소됐다.
경기관광공사는 지난 8월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를 사장 후보자로 내정했다가 보은성 인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황 씨가 스스로 사퇴의사를 밝힌 뒤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후 재공모에 들어간 경기관광공사는 이달 2일 이재성 전 서울관광재단 대표이사를 신임 사장 후보로 내정했다. 이달 중 인사청문회를 순조롭게 통과할 경우 내년 1월 사장에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테크노파크 또한 원장 내정자의 자진사퇴로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경기테크노파크는 전임 배수용 원장 임기가 마무리되면서, 지난 2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이었던 오성규 씨를 원장 후보로 결정했다. 하지만 오 씨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의혹으로 지난 5월 후보직에서 자진사퇴했다.
경기테크노파크는 10월 말 원장 초빙공고를 내고 재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이미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만큼 최종 선임까지 상당 시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출마 이재명 따라 줄줄이 캠프행
이재명 후보 선거를 돕기 위해 물러나면서 공석이 된 곳도 여럿 있다. 이 후보 '정책브레인'으로 불린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은 9월6일 원장직을 그만두고 캠프 정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50억 원대 부동산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이 전 원장은 곧바로 캠프 정책본부장직에서 하차했다. 동시에 두 아들에게 부동산을 편법 증여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수사를 진행한 경기남부경찰청은 11월22일 이 전 원장을 검찰에 불송치하기로 결정했다. 사건을 무혐의로 자체 종결한 것이다.
경기연구원은 아직 원장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1차 공개모집에 이어 11월30일 2차 공모를 마감한 상태다. 이달 중 신청자를 대상으로 서류와 면접 심사를 진행해 후보자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이재명계'인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은 지난 11월2일 일신상의 이유를 들며 임기를 약 4개월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가 같은 날 선거대책위를 발족하는 등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선 것을 감안할 때, 선거 지원을 위한 사퇴로 해석된다. 현재 GH는 신임 사장 공모를 위해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에 나선 상태다.
17·18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문학진 전 경기평택항만공사 사장도 내년 6월까지인 임기를 중간에 끝내고 10월13일 돌연 물러났다. 문 전 사장은 지난 19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캠프 대외협력본부장을 맡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기도 한다. 경기평택항만공사는 13일 현재 신임 사장 공모를 마친 상태다.
'성남 라인' 인사로 꼽히는 진석범 전 경기복지재단 대표도 임기를 11개월 가량 앞둔 11월30일 돌연 자리에서 물러났다. 진 전 대표는 당분간 화성시에 거점을 두고 복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다. 그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도전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일부 기관장은 내년 지방선거 출마 채비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재명계' 기관장은 여럿 남아 있다.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 유승경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원장, 제윤경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 이석훈 경기도주식회사 대표 등이 이에 해당된다.
17대 국회의원,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역임한 이화영 대표는 내년 용인시장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대표적 '이재명계'로 분류됐던 제윤경 경기도일자리재단 대표와 경기도 언론특보 출신인 이석훈 경기도주식회사 대표는 조기 사퇴 후 캠프 합류설이 제기되고 있다.
유승경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원장도 캠프 합류 가능성이 크다. 유 원장은 이 후보의 핵심공약인 '기본소득' 이론가다. 제프 크로커의 '기본소득과 주권화폐'라는 책을 번역·출간했다. 유 원장 임기는 2023년 1월까지다.
기관장 공석이 속출하면서 경기도는 후임자를 뽑기 위해 전전긍긍이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까지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적임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당분간 행정공백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기도 산하기관 관계자는 "지금 일하던 사람도 나갈 판인데 내년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누가 (기관장직에) 지원하겠냐"며 "임원추천위원회 구성도, 공모 일정도 정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인물이 없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경기도수원월드컵관리재단의 경우도 지난 8월부터 사무총장 자리가 공석이지만 아직까지 임원추천위원회조차 꾸리지 못한 상태이다.
제주도 공공기관 13곳 중 5곳, 내년에 임기 끝나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수장이 떠난 제주도 상황은 어떨까.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지난 8월 대선 출마를 위해 지사직에서 사퇴했다. 현재 제주도 산하 13개 출자·출연기관 중 한 곳만 기관장 자리가 비어 있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임기가 끝나는 기관장이 5명이나 돼 앞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공석인 곳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제주)다. 김의근 전임 대표이사가 9월 임기만료로 퇴임한 뒤 두 차례에 걸쳐 대표이사 공모를 진행했지만 아직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게다가 제주국제컨벤션센터는 100억 원대 수의계약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 채용비리 등 정황이 드러나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3차 공모를 진행할 경우 새 대표이사는 내년에야 취임이 가능한데, 기관 정상화까진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최근 임기가 끝난 제주신용보증재단, 제주테크노파크 수장들은 1년 연임이 결정됐다. 오인택 제주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은 인선 과정부터 '보은 인사'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오 이사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원 전 지사 캠프 선거기획 업무를 총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성길 제주테크노파크 원장은 연임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이사회 의결과 중소벤처기업부 승인을 얻어 가까스로 임기가 1년 더 연장됐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승택 이사장, 제주도경제통상진흥원 문관영 원장은 모두 내년 상반기 임기가 끝난다. 이들 역시 원희룡 전 지사 선거캠프에 몸담았거나, 도정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뒤 기관장으로 임명돼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23년 임기가 끝나는 오경생 제주의료원장, 김상협 제주연구원장도 원 전 지사 측근으로 '임명 전 내정설'이 나돈 바 있다.
허정옥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 원장의 경우 이달 25일 임기가 끝난다. 진흥원 내부 정관상 연장 규정이 없어 조만간 차기 원장에 대한 공모가 진행될 예정이다.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내년 1월, 송민호 제주한의학연구원 원장은 내년 4월 각각 임기가 끝난다.
제주도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과거 보은인사 논란으로 비판 여론이 많았다면, 지금은 내년 지방선거 이후 기관장 인선이 어떻게 될지가 관심사"라며 "공백이 장기화하거나 문제가 있는 곳의 경우 내년 6월 전 기관장 인선을 하고, 그 외의 기관은 새로운 도지사 체제에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구만섭 제주도지사 권한대행은 지난달 18일 정례회의에서 출자·출연기관장 인선 계획과 관련 "기관 경영 공백이 없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민선 8기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아 충원할 부분은 충원하고 놔둘 것은 놔둬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KPI뉴스 / 탐사보도팀 조현주·김이현 기자 tams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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