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증 도용 삼성전자 임원 면죄부 준 경찰…이러려고 수사권 조정했나

김해욱 / 2021-12-08 15:50:28
1년이나 질질 끌더니 불송치 결정으로 면죄부 준 꼴
"어렵게 쟁취한 수사권, 삼성 봐주기에 쓰나" 비판 잇따라
삼성전자 임원 A 씨가 국회 출입기자 등록증을 도용해 국회를 드나들다 들통난 건 작년 10월이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에게 덜미가 잡혔다. 류 의원은 당시 "삼성전자 임원 한 사람이 기자 출입증을 가지고 매일 의원실에 찾아왔다"고 폭로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1급 국가보안시설인 국회가 삼성에 의해 유린된 것에 참담하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국회는 결국 A 씨를 고발했다. 죄목은 공무집행방해·공문서부정행사·건조물침입이었다.

형사처벌이 불가피해보였다. 공무집행방해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의 벌금, 공문서부정행사는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의 벌금, 건조물 침입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다.

그러나 1년이 지나 이 사건은 '없던 일'이 돼버렸다. 경찰은 전혀 복잡할 것 없는 이 사건을 질질 끌다 지난 10월 27일 '불송치' 결정을 내려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혐의를 입증할 수 없어 죄를 묻지 않기로 했다는 뜻이다.

'증거 불충분'이 이유였다. 납득하기 어려운 설명이다. 출입기자 등록증으로 출입한 흔적은 국회 출입기록에 명백히 남아 있을 터다.

이 때문에 공권력이 삼성이라는 자본권력 앞에 무릎 꿇었다는 비판이 꼬리를 문다. 이러려고 수사권 독립을 외쳐온 것이냐는 비아냥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삼성의 권력은 증거가 명백한 범죄도 처벌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이냐"고 일갈했다.

경찰의 처지는 옹색해졌다. "어렵게 쟁취한 수사권을 삼성 봐주기에 써먹냐"는 비판은 비수같다. 수사권 독립은 경찰의 숙원이었다. 그 숙원이 마침내 올 1월 이뤄졌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된 것이다. 

'불송치 결정권'은 그 산물이다. 이로써 경찰은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사건을 자체 종결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엔 모든 사건을 검찰로 넘겨야 했다. 이제 검찰은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6대 중요범죄와 경찰공무원 범죄만 직접 수사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숙원을 이룬 첫해부터 그 진의를 의심받고 있다. 과연 수사권 독립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대중의 의심을 탓할 것 없다. 자업자득이다.

▲ 김해욱 기자

KPI뉴스 / 김해욱 기자 hwk1990@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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