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직설] 윤석열·이준석 치킨게임의 승자는

UPI뉴스 / 2021-12-07 13:42:25
정권교체 실패 시 잃을 게 많은 윤석열, 선택의 여지없어
尹·李 치킨게임, '해피 엔딩' 된다면 1등 공신은 이준석
일차선 도로를 두 대의 자동차가 서로 마주보고 전 속력으로 달린다. 충돌하면 운전자 두명 모두 죽을 게 틀림없다. 살고 싶다면 방향을 바꿔 차선에서 벗어나면 되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은 패자가 되고 방향을 바꾸지 않은 채 달린 사람이 승자가 된다.

누구의 담력이 더 강한가를 겨루는 '치킨 게임'이다. 아니 담력이라기보다는 광기를 겨루는 게임이라고 보는 게 옳겠다. 완전히 미친 사람이 덜 미친 사람에 비해 우위를 누린다는 점에서 말이다. 하지만 실제론 이와 유사한 현실 세계의 게임에선 상대편에게 자신의 광기나 자신은 죽어도 잃을 게 없다는 점을 미리 우회적으로 알리는 등 각종 책략이 동원된다.

우리는 지난 수일간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과 대선 후보 윤석열 사이에서 벌어진 치킨 게임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이준석이 11월 29일 밤 SNS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짧은 글을 남기고 잠적한지 나흘만인 12월 3일 저녁 윤석열은 울산에서 이준석과의 전격적인 회동을 통해 그간의 갈등 해소와 더불어 김종인의 총괄선대위원장직 수락 소식을 발표했다.

치킨 게임이 벌어지는 동안 윤석열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그 수혜자가 된 민주당으로선 영 마땅치 않은 결과였으리라. 그래서 "윤석열 후보의 부재한 정치철학과 무능한 리더십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며 "반창고로 땜방한 불안한 봉합"이라는 성명을 냈을 게다.

국민의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준석과 김종인을 보는 시각에 따라 윤석열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다르게 나타났다. 윤석열의 정치력을 높게 평가한다는 긍정 평가가 우세한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윤석열이 '백기투항'을 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겉으론 이준석, 실제론 윤석열 승리"라는 평가도 있었다.

윤석열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건, 사실 윤석열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준석은 잠행 기간 동안 윤석열이 방향을 틀 것을 요구하는 '책략적' 발언을 많이 쏟아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발언은 12월 2일 JTBC 뉴스 인터뷰에서 나왔다. 그는 윤석열 캠프의 자신에 대한 '모욕 주기'를 비판하면서 "그런 식의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후보 주변에 있다는 것은 선거의 필패를 의미한다"고 했다. 이어 나온 다음 발언이 중요하다.

"정작 선의로 일해 보려고 하는 사람은 악의로 씌우고 본인들은 숨어서 익명으로 장난을 치고. 그게 다 후보의 권위를 빌려서 호가호위하는 것이고 저는 그런 실패한 대통령 후보, 실패한 대통령 만드는 데 일조하지 않겠습니다."

정말 그랬던 것인지 그 어떤 오해가 있었던 것인지 알 길은 없다. 이준석이 단지 그런 이유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그 어떤 큰 그림을 그려놓고 정치적 게임을 벌인 것인지 그것도 알 수 없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그의 최후 통첩 메시지다. 즉, 정권교체가 날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실패한 대통령 만드는 데 일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석열이 끊임없이 이준석·김종인과 갈등을 벌이거나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전혀 없진 않겠지만, 그건 '대선 필패'로 가는 길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을 게다.

정권교체가 실패하면 누가 더 잃을 게 많을까? 이준석이 '중2병'에 걸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로선 잃을 게 그런 불명예를 감수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정치생명까지 끝장난다고 보기엔 그는 너무 젊다. 모든 걸 젊음의 혈기왕성 탓으로 돌리고 개과천선(改過遷善)의 과정을 거쳐 얼마든지 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면 윤석열은 어떤가? 끝이다. 모든 게 끝이다. 그걸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게다.

이준석의 치킨 게임은 이 모든 걸 내다보고 벌인 영악한 '중2병' 행세였을 가능성이 높다. 흥미로운 건 이런 게임은 오직 이준석만이 할 수 있다는 점일 게다. 대선 100일을 남겨둔 시점에서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런 유형의 정치 게임을 벌이는 것은 당 대표 선거에서 그의 경쟁자들이었던 나경원, 주호영, 조경태, 홍문표 등은 꿈도 꿀 수 없는 것이다. 상상력이 빈곤해서 꿈을 꿀 수 없는 게 아니다. 나이 때문이다.

연장자가 연하자를 차별하던 세상은 사라진지 오래다. 우리는 지금 꼰대가 욕이 되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똑같은 잘못된 일을 해도 꼰대와 청춘에 대한 평가가 다르다. 전자는 치명상을 입어도 후자는 용서받을 수 있다. 물론 집단적 차원에선 꼰대들이 청춘의 기회를 박탈하는 기득권을 강고하게 지키고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청춘에겐 그런 우대의 기회나마 주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준석은 젊은 나이 때문에 불이익을 보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걸 압도하고도 남는 이익이나 혜택을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기존 문법과 평판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젊음의 특권'을 향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치킨 게임이 '해피 엔딩'이 된다면, 그 1등 공신이 이준석이라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게다. "반창고로 땜방한 불안한 봉합"이라는 민주당의 평가가 맞다면, 아직 구경할 거리는 더 많이 남아 있는 셈이니, 좀더 지켜보기로 하자.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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