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업무방해, 근로기준법 위법소지 있다"
사내 인트라넷 직원 연락처 한꺼번에 사라진 일도 DB금융투자가 직원들이 사내 메일을 통해 받는 노동조합 이메일을 정해진 시간마다 일괄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 측은 "업무 목적의 메일이 아니기 때문에 삭제해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DB금융투자 측에서 노동조합이 전 직원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특정 시간에 강제 삭제 조치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업무상 목적이라 하더라도 각 개인 직원의 이메일을 회사가 강제로 삭제한다는 건 결국 사찰을 한다는 건데 굉장히 문제가 크다고 본다"라며 "다른 회사 친구들한테 얘기하면 요즘 세상에 그게 가능하냐고 반문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DB금융투자 관계자는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내 메일시스템은 업무를 위해서 사용하는 공간인데, 노조 측에서 목적과 맞지 않게 사용하기 때문에 삭제 조치를 한 것"이라며 "지난 2018년에도 노조 측에서 '부당노동행위'라며 고용노동청에 고발했지만, 혐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 업무시스템에서 노조 활동을 하기 위해선 회사와 단체협상을 통해 합의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그러지 않은 상태에서 무차별적으로 전 직원에게 보내는 것은 회사 재산에 손해를 입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DB금융투자 노조 관계자는 "노동청에서도 근무시간에는 올리지 말라고 하니 점심시간과 같은 휴게시간에 메일을 보냈었다"며 "그런데도 회사 측에서는 휴게시간이 끝났기에 업무와 관계없다며 메일을 삭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양측은 4년째 단협을 이어오고 있으나 메일 사용건 외에도 임금인상, 직원 복지 등 사안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단지 메일 삭제 사건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2017년 3월 노조 설립 당일엔 사내 인트라넷에 있던 전체 직원들의 개인 연락처가 한꺼번에 사라진 일도 있었다고. 이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는 당시 노조 활동과는 무관하다면서도 삭제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비슷한 사건이 삼성전자에서도 있었다. 사내 메일함으로 발송된 노조 가입 독려 이메일을 모조리 삭제 조치 한 것. 경쟁사의 복지 혜택을 비교한 자료와 함께 가입을 독려하는 문구가 담겨있었다. 당시 삼성전자도 "회사가 제공하는 정보통신망을 업무 외적인 용도로 사용해선 안 된다"라며 DB금융투자와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사측이 노조 관련 이메일을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일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형법상 업무방해와 근로기준법 위법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사한 사건으로 지난 3월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사내전산망을 이용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산업안전에 관한 설문 메일을 보낸 것을 사측에서 무단 삭제하는 일이 있었다"며 "당시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 성립을 모두 인정한 바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해욱 기자 hwk1990@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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