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대교 유료화 후폭풍…주민·전문가·행정청 "무료화" 한 목소리

안경환 / 2021-11-18 16:59:19
김홍국 대변인 "2008 개통 때부터 지역민 고통 호소"
전문가 "무료 운행이 타당"…이동권 형평성 이유
지역 커뮤니티 "욕심 끝이 없네"...일산대교㈜ 직격
"다시 유료라니…" "지역민을 위한 일이 진정 무엇인가 싶네요. 국민연금공단이 사기업도 아니고…" "민자는 통행료로 어느정도 이익을 내면 빠지는게 맞는데 욕심이 끝이 없네요"

18일부터 다시 유료화로 전환된 일산대교 통행료를 두고 파주지역 한 맘 카페에 올라온 주민 반응이다. 아쉬움을 넘어 일산대교㈜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 22일 만에 통행료 징수가 재개된 일산대교. [경기도 제공]

"민자가 없었으면 지금의 일산대교는 존재하지 않았다", "민간소유를 강제로 무효화 한 자체가 잘못이다" 등 당초 협의 없이 일산대교 무료화를 추진한 자체가 잘못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달 27일 정오부터 무료화됐던 일산대교 통행료가 22일 만인 18일 '0시'를 기해 다시 유료화되자 후폭풍이 거세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무리한 행정'으로 몰아 정치적 이슈로 삼기에는 경기 서부권 주민들의 피해가 크고, 법적으로도 일산대교㈜의 '이익몰이'가 횡포에 가깝기 때문이다.

무료화를 추진했던 경기도와 고양·김포·파주 등 경기 서북부 3개 지자체는 일산대교㈜를 찾아가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일산대교 무료화를 지속 추진하기로 했다.

서북부지역 주민들도 인터넷커뮤니티 등에서 집단행동까지 제안하는 등 무료화를 위한 힘 모으기에 한 마음으로 대응하겠다다는 태세다. 무료화의 핵심은 국민의 교통권과 이동권 자유 보장이다.

22일 만에 멈춘 무료통행

경기도와 고양·김포·파주 등 3개 시는 지난 2월 공동성명서 발표를 시작으로 일산대교 무료통행을 위한 협조체계를 구축한 뒤 지난달 27일과 지난 3일 두 차례의 공익처분을 통해 일산대교를 무료화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일산대교㈜가 2차례 모두 공익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수원지방법원이 이를 모두 받아들여 무료통행 22일 만인 18일 0시부터 유료로 전환됐다. 최종 무료화 여부는 내년으로 예정된 본안 판결에서 결정된다.

경기도와 3개 시가 일산대교 무료화를 추진한 것은 국민의 교통권과 이동권 보장을 위해서다.

고양시 법곳동과 김포시 걸포동을 잇는 일산대교는 1.84㎞로 한강 다리 28개 중 유일한 유료 교량이다. 현재 경차 600원, 소형(승용차) 1200원, 중형 1800원, 대형 2400원 등의 통행료를 받고 있다.

▲ 일산대교 주요 문제점. [경기도 제공]

지역 간 형평성에 부합하지 않고, 대체 도로도 마땅치 않아 지역 간 이동이나 연계 발전에 장애물이 된다는게 4개 기관의 판단이다. 경기도와 일산대교㈜와의 손실보전 협약에 묶여 일산대교 인근에 다른 교량 건설도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경기도가 실시한 '일산대교 통행료 조정 필요성'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0%(매우 34%, 대체로 56%)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통행료 인하 또는 무료를 원하는 국민청원도 2017년부터 계속 제기돼 왔다. 지난 2월까지 모두 5건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2017년 10월 '일산대교 통행료 인하 요청 또는 정확한 재무조사 요청'이란 제하의 국민청원을 시작으로 지난 2월에는 '일산대교 통행료 폐지' 청원이 제기됐다. 이 청원에는 1만4297명이 동의했다. 

통행료가 유료로 전환되면서 최근 지역 커뮤니티 등에는 "단체행동으로 하이패스 카드 빼고 통과하자", "미납과태료 거부 운동을 펼쳐 단체소송으로 몰고 가자", "10만 원 수표로 통행료를 내겠다" 등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김홍국 경기도 대변인도 이날 오후 TBS라디오 최일구의 허리케인, 전날(17일)에는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잇따라 출연해 일산대교 무료화 당위성을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방송에서 "(일산대교 무료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다"라며 "2008년 개통 때부터 지역의 주민들은 끊임없이 고통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도는 국민연금공단의 손실이라던가 일산대교 측의 손실에 대해 충분히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고, 올해 60억 원, 내년에 290억 원을 이미 배정했다"며 "(국민연금공단 측은)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고양·일산·김포 등 경기북부 도민들은 1년 동안 약 60만 원의 통행료가 발생하고, 생계를 유지해야 되는 대형 차량의 경우 120만 원이 든다"며 "대체도로가 없을 경우 유료도로가 되지 않는데 일산대교에서는 (지난) 14년간 1년에 수백만 원의 통행료를 지역주민들이 부당하게 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료통행 전문가 시선은

정진혁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한 언론 기고를 통해 "'대체도로 부재', '이동권의 형평성', '교통사업 편익의 파급성' 등을 고려했을 때 일산대교는 무료로 운행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근거로는 유료도로법 위배 및 경제적 타당성을 들었다. 유료도로법에 따르면 유로도로는 반드시 대체적 도로(또는 수단)가 존재해야 하나 일산대교는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 

또 일산대교 이용자들로 인해 자유로 및 올림픽도로 교통량이 줄었다면 일산대교 무료화를 통한 경제적 효과 및 공공성 증대로 인한 수혜자가 일부 지역에 편중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다만, 정 교수는 "경기도와 일산대교㈜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법에 따른 결정이 아닌 협상 테이블에서 합리적 보상 금액을 조정해야 한다"며 "이것이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다시 채울 최소한의 행위"라고 설명했다. 

당초 일산대교 건설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한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기 위해선 합리적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도 같은 날 다른 언론 기고를 통해 일산대교 무료화에 대해 "첫 단추를 제대로 다시 끼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산대교 무료화는 크게 3가지 법제도적 정당성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3가지는 유료도로법에 따라 유로도로가 될 수 없는 점, 비상식적으로 높은 사업수익률, 1인 주주로 구성된 일산대교㈜의 셀프차입 등이다.

유 교수는 사업수익률에 대해선 과거 금리를 바탕으로 일산대교를 현재 민자사업 구조로 추진한 것과 지방채를 발행해 재정사업으로 했을 경우 이자비용을 비교했다.  

자금 재조달을 시행했던 2009년 기준 일산대교의 총 차입금 1932억 원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면 30년간 3462억 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전액 지방채를 발행하는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게 되면 이자비용이 1763억 원으로 1699억 원에 달하는 이자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는 게 유 교수의 분석이다. 

비교분석 시 지방채는 2008년 기준 20년 만기 국고채권 금리와 2009년 이후 10년 만기 국채 10년 치 평균 금리를 적용했다.

1인 주주로 구성된 일산대교㈜의 셀프차입은 '상법상 선과 및 충실 의무 위반', '형법상 업무상 배임', '공정거래법상 부당행위' 등 법적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높다는 게 유 교수의 분석이다.

▲일산대교 무료화 필요성 및 효과. [경기도 제공]

무료화 효과는

도는 통행요금 절감으로 이용자의 가처분소득이 매년 300억 원 가량 증가, 잔여 운영기간 동안 5000억 원 이상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재 일산대교 일평균 교통량은 6만8056대다. 무료화가 되면 49% 증가한 10만1530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교통량 증가 등에 따라 통행료 무료화 이후 운영기간(2021~2038년) 동안 총 3022억 원의 사회적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영업소 등 시설 운영비용으로 약 2232억 원 가량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도는 아울러 3개 시와 함께 공익처분에 따른 인수비용을 정당하게 보상할 계획으로 '국민 노후자금을 훼한다'는 국민연금공단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인수비용은 법률, 협약 등을 고려해 법원이 최종 결정한다.

모든 행정력 동원해서라도…

경기도와 고양·김포·파주 등 3개 시는 항구적 일산대교 무료화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할 방침이다. 지난 16일에는 '일산대교 2차 공익처분 집행정지에 따른 합동 공동성명'도 발표했다.

공동성명에는 일산대교 재 유료화에 따른 지역주민과 이용자의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방안도 담겼다.

4개 기관은 단기적으로 일산대교 유료화 재개 시점을 조절할 수 있도록 일산대교㈜와 협의하고, 통행료 징수 재개 전까지 발생된 손실액에 대해서는 연내에 정산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관련 사항에 대해 교통전광판(VMS), 언론홍보 등을 통해 이용객들에게 안내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본안 판결 전까지 관계 기관과 협력해 민간투자법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주무관청이 필요 시 민자도로 인수가 가능하도록 절차와 정당한 보상기준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7일에는 일산대교㈜를 찾아 '일산대교 무료통행 및 손실보상 협의 요청' 공문을 전달한 뒤 일산대교 무료화 협상에 적극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이한규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이 자리에서 "일산대교㈜는 그동안 비싼 통행료로 희생을 감내해온 서북부 도민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며 "도는 앞으로도 본안판결에 최대한의 행정력을 동원해 일산대교의 항구적 무료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적극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안경환 기자 ji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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