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대권주자 탐구] ④원희룡, 준비·자질 탄탄…인지도는 난감

조채원 / 2021-10-27 03:10:15
흙수저·전국 수석 출신 '합리적 보수' 정치인으로
작지만 강한 원팀캠프…슬로건은 '원팀'으로 정권교체
풍부한 경력과 젊은 이미지 강점, 낮은 인지도는 약점
대장동 의혹 기회, 정권심판 열기·당 영남편중은 위협
국민의힘의 제20대 대통령 후보를 뽑는 본경선 레이스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주자 4명은 다음달 5일까지 혈투를 벌여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홍준표 경선후보가 접전을 벌이며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 뒤를 유승민, 원희룡 후보가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는 파장을 예상하기 어려운 이슈가 한둘이 아니어서 남은 본경선 기간에 판세와 대결 구도가 어떻게 바뀔 지는 알 수 없다. 후보 4명을 탐구하는 시리즈를 싣는다. 그간 지지율 추세와 당내 관계자 평가 등을 종합해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순서로 게재한다.
▲ 국민의힘 원희룡 대선 경선후보(왼쪽)가 고교 시절 남제주군 중문면(현 서귀포시) 감귤밭에서 어머니 김춘년씨와 찍은 사진 [원희룡 캠프 제공]

흙수저·전국 수석 출신 원조 소장개혁파…바닥부터 내공 쌓아 '무결점' 대권주자로

원 후보를 나타내는 가장 대중적인 수식어는 '전국 수석'이다. 1982년 대입 학력고사 전국 수석, 1992년 사법고시 전체 수석을 한 수재 중 수재다. 그러나 자란 배경과 학창 시절은 엘리트 이미지와는 다르다.

1964년 제주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공부했다'고 한다. 대학시절에는 민주화·노동운동에 투신했다가 1989년 소련과 동구권의 몰락을 보고 법조인으로 진로를 바꿨다.

1995년 검사가 됐는데 경력은 3년 남짓이다. 1999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이회창 총재가 '젊은 피 수혈'을 표방할 때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합리적이고 개혁적 보수를 이루겠다"며 한나라당에 입당, 이듬해 16대 국회에 들어갔다.

2000년대 초 정치인으로서 본격적인 주목을 받는다. 당내 젊은 초재선인 남경필, 정병국 의원과 '남·원·정' 트리오를 결성해 보수 개혁에 앞장섰다. '남·원·정'은 소장 개혁파의 대명사로 각인됐다.

야당 시절엔 정부 실정을 신랄하게 추궁하고 여당 시절엔 당을 위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소신파다. '극우' 색채가 강했던 한나라당의 혁신을 주도하며 '개혁 보수' 이미지를 얻었다.

정치경력은 누구보다 화려하다. 서울 양천갑에서 16·17·18대 내리 3선을 하며 당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2004년부터 최고위원 세 번했고 2010년엔 사무총장과 공천심사위원장을 지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해 40대 나이에 이미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당시 이명박·박근혜 후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4위가 홍준표 후보였다. 본경선에서 이미 홍 후보를 이긴 경력이 있는 셈이다.

'남·원·정' 타이틀은 계파정치를 지양했다. 이회창·이명박·박근혜계에 속하지 않다보니 비주류로 일관했다. 그런 만큼 도약을 위한 도전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2010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도전했지만 나경원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고배를 마셨다. 2011년 '총선 불출마' 선언에다 최고위원직 사퇴의 배수진을 치며 당대표 선거에 나섰지만 4위에 그쳤다.

▲ 2011년 7월 15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 당 지도부가 나란히 앉아 있다. 왼쪽부터 남경필, 원희룡, 나경원, 유승민 최고위원, 황우여 원내대표, 홍준표 대표. [뉴시스]

잇단 좌절로 인한 정치적 공백을 메워 준 건 결국 고향 제주였다. 2014년 제주지사 선거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신구범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2017년 1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2018년엔 무소속으로 적을 바꾸며 재선에 성공했다. 탄핵 여파로 여당인 민주당이 유리한 선거판에서 대구·경북을 빼고 보수 성향 무소속 후보가 광역단체장을 차지한 건 원 후보가 유일했다.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한 번도 지지 않았다는 점을 본선 경쟁력으로 시종 강조해왔다.

지난해 총선을 앞둔 2020년 2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 '중앙정치' 무대에 다시 등장했다. 지지포럼을 띄우는 등 차기 대권을 향한 행보를 보이다 지난 7월 도지사직을 내려놓으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경선 초기부터 이전투구를 보인 유승민·윤석열·홍준표 세 후보와 달리 현안과 정책에 집중해 당 안팎의 공감을 샀다. 턱걸이로 본경선에 진출해 아직까지 유의미한 지지율 상승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이재명 저격수'로서의 존재감은 윤,홍 후보 못지 않다.

작지만 강한 '원팀캠프'…1호 공약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살리기

원 후보 캠프의 명칭은 '원팀 캠프'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들과 원팀(One Team)이 돼야 하고 국민의힘 모두가 하나가 돼야 한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원 후보 성을 따 '원(元)팀'이란 중의적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실무진 위주의, 작지만 강한 캠프를 지향한다. 총괄본부장은 원 후보와 마찬가지로 보수진영 개혁 소장파로 꼽히는 김용태 전 의원이다. 황교안 전 대표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태용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총괄단장을 맡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을 지낸 신용한 서원대 객원교수가 종합상황실장, MBC 앵커 출신인 박용찬 영등포을 당협위원장과 신보라 전 의원이 수석대변인으로 일한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 34명이 모인 지지포럼도 있다. 7월 출범한 '희망오름포럼'이다. 엄태영 의원과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가 공동대표, 구자근 의원이 간사로 활동한다. 현재는 일부 의원이 윤 후보 캠프에 합류한 상황이다. 정책 싱크탱크 '원코리아혁신포럼'도 있다. 다양한 분야 전문가 300인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체계적인 대선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 혁신포럼의 공동대표는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 민상기 전 건국대 총장, 황준성 전 숭실대 총장 등이다.

▲ 국민의힘 원희룡 대선 경선후보가 지난 7월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희망오름 포럼' 출범식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핵심 공약은 '1호 공약'과 '국가찬스' 두 가지로 나뉜다. '1호 공약'은 대권주자로서 가장 먼저 발표한 공약이자 대통령이 되면 가장 먼저 시행할 공약, '국가찬스'는 대통령 임기동안 실현할 비전 공약이다.

1호 공약은 지난 7월 25일 대선출마 선언과 동시에 발표한 '100조원 규모의 담대한 회복 프로젝트'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100조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해 집중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원 후보는 공약에 대해 "취임 1년차에 50조원을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에게 전액 지원하겠다"며 "이후 매년 10조원씩 5년 동안 예산 편성 변경을 통해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의 생존 기반을 다시 만드는 데 투입하겠다"고 설명했다.

'국가찬스' 시리즈는 '부모 찬스'가 없는 청년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국가가 뒷바라지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국가찬스 공약은 주택(3개), 교육(2개), 복지(2개), 여성안전, 국토균형발전, 아이돌봄 총 10호까지 발표됐다.

풍부한 정치경력과 젊음·신선함은 강점, 대표 이미지 없어 낮은 인지도는 약점

UPI뉴스는 원 후보의 대선주자 경쟁력을 살펴보기 위해 'SWOT' 분석을 실시했다. SWOT 분석은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과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인을 살펴보는 분석기법이다.

▲ 국민의힘 원희룡 대선 경선후보 [그래픽=장한별 기자]

최대 강점은 풍부한 정치 경력이다. 정계 입문 22년차로 국회의원(입법), 사법(검사), 행정(제주도지사) 경험을 두루 갖췄다. 이렇다할 뒷배 없이 바닥부터 올라와 자기 입지를 마련했다. 도덕성 논란도 별로 없다. 경력으로만 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다.

칭찬에 인색한 것으로 알려진 '킹메이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원 후보를 호평했다. "대통령 후보로서 갖춰야 할 자질은 다 갖췄다"며 "자기 나름대로의 계획을 갖고 나라를 끌고 갈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하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서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경쟁 주자 중 가장 젊은데다 신선한 이미지를 지닌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21대 의원 평균 연령이 54.9세인 여의도 정치판에서 만 57세의 원 후보는 '한창'이다. '대권 재수생'으로 올드보이 이미지를 갖고 있는 홍 후보(1954년생)에 비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원 후보가 정치를 오래하긴 했지만 중앙정치 무대에서 떨어져 있어 새롭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라며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이 큰 상황에서 유권자는 뭔가 다른 정치를 보여줄 것 같은, 신선감을 지닌 인물에게 늘 기대감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원희룡 대선 경선후보가 1982년 서울대에 수석으로 들어가 입학생 대표로 선서하고 있다. [원희룡 캠프 제공]


대권 주자로서 잘 준비돼 있지만 대표적인 이미지가 없어 인지도가 낮다는 건 약점이다. 학력고사·사법고시 수석 출신의 스마트한 스펙은 대권 유망주일 때나 주효하다. 대권주자로서 굵직한 무언가가 유권자에게 각인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윤 후보는 강직하고 공정한 법조인, 홍 후보는 오랜 정치 경력으로 주는 노련함과 안정감, 유 후보는 합리적인 경제정책 전문가라는 고유 브랜드를 갖고 있다.

흙수저 출신이라던가 '재선 도지사'로서 부각할 수 있는 유능함도 홍 후보나 이 후보와 겹쳐 잘 보이지 않는다. 원 후보는 19일 단점에 대해 "강한 리더를 원하는 난세인데 난 모범생처럼 보여서인지 인기가 없다"고 진단했다.

'대장동 의혹'은 기회, 정권심판 열기와 당의 '영남편중성'은 위협

'대장동 의혹'이 불거져 확산되고 있는 것은 기회다. 장점인 도덕성을 부각함과 동시에 '대장동 1타강사', '이재명 저격수'로 존재감을 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수석 출신다운 명석함으로 복잡한 사안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정리 능력, 유튜브와 SNS를 적극 활용하는 소통 능력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조인이자 행정전문가로서 이 후보와 대장동 의혹의 연결고리를 파고드는 공격력도 뛰어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 후보가 대장동 의혹을 통해 이 후보와의 첨예한 대립구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면서 약점인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위협 요인은 정권심판 열기가 강한 점이다. 대선이 인물 경쟁보다 사생결단식 대결로 흐르다보니 양강 후보를 중심으로 지지율이 결집하고 있어서다. 국민 과반에 달하는 정권교체 열기는 '이길 수 있는 후보'로 지지를 모아주는 경향이 강하다. 양강이 아닌 원 후보로선 추격이 힘들고 효과도 더딜 수 있다. 

윤 후보는 영남, 60대 이상, 반문(反文) 성향을 가진 보수층의 지지를 다지고 있다. 그나마 원 후보가 노려볼 만한 중도층·청년층 표심은 홍 후보에게 쏠려 있는 상황이다.

당원 비중이 영남에 편중된 점도 불리하다. 영남권 당원은 전체 40%에 달해 영향력이 큰데, 보수성이 강하다. 원 후보가 "이재명은 소시오패스"라는 부인 강윤형씨의 발언에 대한 여권 공세에 정면대응한 것은 '영남 표심'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일각에선 보수 표심을 우선 확보해야 하다보니 무리수를 던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엄 소장은 "강씨의 '이재명 소시오패스' 발언을 옹호한 것은 반문세력 결집, 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라며 "의료윤리 위반, 의사 전문성 악용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을 빨리 수습하지 않고 한발짝 더 나간 모습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 후보가 이번 경선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아 중앙정치 무대에 재진출하거나 혹은 차차기 대선주자를 노린다면 특정 지역 입맛에 맞는 발언 등을 내놓기보다는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지키면서 타 후보와의 차별성을 내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조채원

조채원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