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대권주자 탐구] ③ 유승민, '개혁 보수' 매력…'배신 낙인'은 걸림돌

장은현 / 2021-10-25 13:01:50
할 말 하는 학자에서 정치인으로…보수서 차별화 행보
캠프, 개혁 소장파 동료 중심…슬로건 '결국 경제다'
경제 정책 전문성은 강점…배신자 이미지는 극복과제
토론 능력은 기회…위협 요인은 낮은 대중적 지지도
국민의힘의 제20대 대통령 후보를 뽑는 본경선 레이스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주자 4명은 다음달 5일까지 더 혈투를 벌여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홍준표 경선후보가 접전을 벌이며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 뒤를 유승민, 원희룡 후보가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는 파장을 예상하기 어려운 이슈가 한둘이 아니어서 남은 3주 본경선 기간에 판세와 대결 구도가 어떻게 바뀔 지는 알 수 없다. 후보 4명을 탐구하는 시리즈를 싣는다. 그간 지지율 추세와 당내 관계자 평가 등을 종합해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순서로 게재한다.

③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정책적 능력 돋보이는 개혁 보수 대표주자

▲ 국민의힘 유승민 대선 경선후보(왼쪽)와 부친 고 유수호 전 의원. [유승민 캠프 제공]

할 말 하는 경제 전문가…'소신'과 '배신'의 딜레마에서 대권 주자가 되기까지

경북 영주에서 태어나 비교적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부친은 1970년대 부산지법 부장판사와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을 거쳐 13,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고 유수호 전 의원이다.

경북고와 서울대를 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재직 중 미국으로 유학가 위스콘신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선임연구위원으로 복귀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 위원을 맡았다. 그러나 빅딜 등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어 연구원 경력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1999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이회창 총재 권유로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맡으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2005년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당 대표였던 박 전 대통령 제안을 받아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비례대표를 1년 가량 지낸 그해 10월 대구 동구을 재보선 출마를 독려받고 도전해 지역구 의원으로 변신했다.

대구 동구에서 내리 3선을 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키웠다. 2007년 대선후보 경선때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다. 정책 메시지 총괄 단장으로 활동했으나 박 전 대통령을 에워싼 '측근 그룹'과 입장이 달랐다고 한다.

2015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된 후 박 전 대통령과 정면충돌했다.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 없다"고 박 전 대통령을 직격하면서 갈등은 정점을 찍었다. 박 전 대통령은 건건이 들이받는 유 후보를 '배신자'로 공개 규정했다. 이 때부터 배신자 낙인이 꼬리표처럼 붙어다녔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건 보수층과 영남권엔 씻기 어려운 반감을 샀다. 결국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2017년 "확실한 개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19대 대선에 출마했다. 단일화 없이 완주해 6.8%의 득표율로 4위를 기록했다. 낮은 지지율과 집단탈당 악재에도 소신을 지키고 묵묵히 대선을 치러 좋은 인상을 남겼다. 또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에 경쟁 후보 중 유일하게 참석해 호평을 받았다. 2017년 11월 56.6%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바른정당 당대표로 선출됐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합당 절차를 거쳐 2018년 바른미래당을 창당해 공동대표를 맡았다. 그러나 2018년 7월 지방선거에서 0석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공동대표직에서 사퇴했다.

바른미래당에서 나와 친유계 의원 7명과 함께 새로운보수당을 만들었다. 그러다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과 통합해 미래통합당을 결성했다. 21대 총선에 불출마하고 지난해 11월 여의도에 복귀해 20대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 국민의힘 유승민 대선 경선후보(앞)가 2015년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교섭단체 연설을 하고 있다. 유 후보는 당시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주장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유승민 캠프 제공]

캠프는 개혁 소장파 동료 중심…슬로건 '결국은 경제다. 강하다, 유승민'

대선 캠프명은 희망 캠프다. 캠프엔 개혁 보수 성향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바른정당에서 함께 한 동지들이 주축이다. 캠프 상황실장은 오신환 전 의원이다. 오 전 의원은 새누리당 혁신모임에서 활동하다가 탄핵 이후 바른정당에 합류한 대표적인 개혁 소장파다. 

직능본부장은 3선의 유의동 의원이 맡았다. 유 의원은 바른정당의 첫 수석대변인 출신이다. 2017년 대선 때 유승민 캠프에서 비서실장과 수행단장 등을 지냈다. 

3선 출신인 김세연 전 의원은 미래전략특별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지난해 초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꺼내든 '40대 경제전문가' 후보로 주목받으며 대권주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는 유 의원과 마찬가지로 19대 대선 때 유승민 캠프에서 활동했다. 

대변인단은 옛 동료들과 청년 세대로 구성됐다. 새누리당 최장수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민현주 전 의원, 서울 강동갑 당협위원장인 이수희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또 국민의힘 대변인 토론배틀 16강에 올랐던 대학생 류혜주 씨와 청년정치네트워크 '영텐트'의 이효원 디렉터 등이 있다. 최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한 장천 변호사가 합류했다.

유 후보 캠프에만 있는 독특한 직책인 '수석 쓴소리꾼'은 김예지 의원이 맡고 있다. 김 의원은 장애인 정책도 담당하고 있다. 이 밖에도 전문 분야에 따라 전·현직 의원이 배치돼 있다. '김종인 비대위'에서 '백드롭(배경 현수막) 정치'를 주도한 김수민 전 의원은 홍보본부장으로 합류했다. 

정책1본부장은 지난 대선때부터 정책을 관장해 온 이종훈 전 의원이, 정책2본부장은 통계청장을 역임한 유경준 의원이 맡았다. 정책3본부장은 3성 장군 출신 신원식 의원이 담당한다. 수행단장은 초선 김병욱 의원이다. 

대선 슬로건은 '결국은 경제다. 강하다, 유승민'이다. 그는 지난 8월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10여 차례 이상 경제를 언급하며 전문가임을 부각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고 집값을 안정시키고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지, 준비된 대통령은 유승민"이라고 역설했다.

대표 공약으론 △혁신 인재 100만 명 양성 △비메모리 반도체 도시 조성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이 있다. 지난 24일엔 "젊은세대에게 일할 기회를 줘야 대한민국이 다시 성장할 수 있다"며 노동개혁 공약을 발표했다. △18~30세 청년 대상으로 월 50~100만 원 내 교육훈련비 지급 △정규직 같은 비정규직 철폐 △연공급 폐지 △실업급여, 평균임금 70% 수준으로 조정 △플랫폼 노동자 대상 노동안전망 구축 등을 제시했다.

▲ 국민의힘 유승민 대선 경선후보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청년 당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경제 대통령', 정책 능력과 개혁적 이미지는 강점…여전한 배신자 이미지

UPI뉴스는 유 후보의 대선주자 경쟁력을 살펴보기 위해 'SWOT' 분석을 실시했다. SWOT 분석은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과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인을 살펴보는 분석기법이다.

▲ 국민의힘 유승민 대선 경선후보 SWOT 분석 [그래픽=장한별 기자]

유 후보의 최대 강점은 '정책 전문성'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KDI 연구원, 위스콘신대 박사 학위 등의 스펙을 볼 때 자타공인 '경제 전문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경쟁자 3명 모두 검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유 후보가 차별성을 지닌 부분이다. 

'국방' 분야도 강점이다. 국회 국방위에서 8년간 의정을 경험했다. 전직 3성 장군을 누르고 국방위원장에 오르기도 했다.

또 '할 말은 하는'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합리적 개혁 보수', '따뜻한 보수' 등이다. 

2015년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중부담 중복지'를 제안하며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서 용감한 개혁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가 하나의 해결책이 되길 소망한다"고도 했다.

지난 22일 윤석열 후보와의 일대일 맞수 TV토론에서도 "과거 보수가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해서만 외쳤는데, 평등과 정의, 인권, 환경 등의 가치도 다 챙겨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덕분에 '중도 확장성'이 높은 후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스스로를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의 지지를 일관되게 받은 후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배신자' 이미지는 뿌리 깊은 걸림돌이다. 여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 과정에서 정부 시행령이 상위 법률안 취지에 어긋나는 경우,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하면 정부가 이를 따르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박 전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며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내 친박계가 집단으로 사퇴 압박을 가했고 13일 만에 유 후보는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대선 출마 선언 후 수차례 TK(대구·경북)를 찾아 '배신자' 낙인 지우기를 시도하며 전통 보수 지지층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병욱 의원은 26일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원들께서 탄핵 정국과 분당 과정 등을 지켜보며 유 후보에게 서운함을 느낀 측면이 있고, 당원들의 마음을 다시 사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와 대한민국 미래를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가장 잘 준비돼 있는 후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오랜 정치 세월 동안 검증된 역량으로 봤을 때 민생 등 여러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할 후보는 유 후보"라고 강조했다.

▲ 국민의힘 유승민 대선 경선후보(오른쪽)가 지난달 13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상대의 허점을 드러내는 예리한 토론 능력은 기회…낮은 대중적 인기는 한계

날카롭고 예리한 관점을 가져 토론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19대 대선 때 TV토론 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가장 토론을 잘한 후보로 여러 번 언급됐을 정도다.

당원 투표가 시작되는 오는 11월 1일 전까지 3번의 토론이 남아 있다. 경쟁 후보들의 허점을 지적해 실점을 만들면 득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유 후보는 지난달 23일 방송 토론회에서 청약통장과 공약 표절로 윤 후보를 당황시켜 화제가 됐다. 상대 후보의 허점을 파고들어 "집이 없어 청약통장을 만들어보지 못했다"는 윤 후보의 '상식 밖' 답변을 끌어낸 것이다.

다만 격렬하고 격정적 토론이 필요한 순간에서조차 어느 정도의 '선'을 넘지 않는 것은 장점을 100% 발휘하는 데 한계가 된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통화에서 "윤 후보와의 일대일 맞수토론 당시 빛날 정도로 토론을 잘하긴 했으나, 윤 후보가 유 후보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았을 땐 더 세게 항의하고 부딪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선비 이미지를 본인 스스로 깨뜨리지 않는 한 토론을 통해 돋보일 수 있는 기회를 잃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높은 인지도에 비해 지지율 상승을 이끄는 결정적 요인이 부재한 것도 위협 요인이다. 유 후보는 윤 후보의 '반문재인', 홍준표 후보의 '홍카콜라'처럼 대중적 인기를 견인할 소구 포인트가 부족하다. '경제 전문가' 등의 정책적 역량을 강조해 온 탓에 선비 컨셉이 굳어진 면도 있다.

최근엔 원희룡 후보가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관련 대장동 의혹 부각에 열을 올리며 '대장동 일타 강사' 등의 별명을 얻고 있다. 여기에 원 후보의 배우자가 이 후보를 향해 '소시오패스' 발언을 하는 등 공세를 펼치고 있어 관심이 쏠렸다. 

김 대표에 따르면 실제로 빅데이터상 유 후보보다 원 후보와 관련한 데이터량이 늘었다고 한다. '대중적 매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유 후보에게 닥친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장천 대변인은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후보를 처음 봤을 때 예상했던 이미지와 달랐던 부분이 있었다"며 "굉장히 시원시원하고 경상도 분으로서 쿨한 매력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변인은 "보통 유 후보님 하면 학자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이런 인간적인 부분을 남은 경선 기간 동안 더 알리면 국민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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