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직함·공정성 장점…이미지 관리·정책역량 한계
높은 정권교체 여론과 대장동 의혹 등은 기회로
고발사주 의혹 등 도덕성 논란과 '말 실수'는 리스크
국민의힘의 제20대 대통령 후보를 뽑는 본경선 레이스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주자 4명은 다음달 5일까지 3주 가량 더 혈투를 벌여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윤석열, 홍준표 경선후보가 접전을 벌이며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그 뒤를 유승민, 원희룡 후보가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는 파장을 예상하기 어려운 이슈가 한둘이 아니어서 남은 3주 본경선 기간에 판세와 대결 구도가 어떻게 바뀔 지는 알 수 없다. 후보 4명을 탐구하는 시리즈를 싣는다. 그간 지지율 추세와 당내 관계자 평가 등을 종합해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순서로 게재한다.
① 윤석열 전 검찰총장…文정부 '적폐청산' 선봉장에서 가장 유력한 野 대선주자로
권력 눈치 안 보는 '강골 검사'…정권과 맞서다 '반문 구심'으로
윤 후보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범충청권 주자로 분류된다. 조부와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남 논산·공주에서 파평 윤(尹)씨 집성촌을 이루며 살아왔던 연고에서다.
1979년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해 '9수' 끝에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4년 검사로 임용된 후 1년간 변호사 생활을 했다. 그러나 이후 검사로 쭉 지냈다. 대검 검찰연구관과 대검 중수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주요 직책을 거치며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은 시련기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대선에 국가정보원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면서부터 중앙정치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댓글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하며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말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사건으로 당시 황교안 법무장관,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겪으며 지방 한직으로 좌천됐다.
2016년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출범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발탁되며 중앙으로 복귀했다. 2017년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을 지내며 '다스(DAS) 의혹과 사법농단 의혹 수사로 각각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문재인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 속에 2019년 검찰총장으로 임명됐지만 그 해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를 수사하며 여권과 대립했다.
2020년엔 검찰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충돌하며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나 검찰총장 직무에서 배제됐다. 그러면서 대중적 인지도와 '정권 탄압에 굴하지 않는 공정한 검사'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았다. 이는 순식간에 야권 대권주자로 부상하는 원동력이 됐다.
지난 3월 4일 검찰총장 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그리고 117일 만인 6월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7월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해 빠르게 세력을 모으며 '윤석열 대세론'을 띄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여야 전체 대선주자 적합도에서 꾸준히 야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엔 한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어린시절부터 총장 재직때까지 에피소드 등을 소개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해 친근감을 줬다는 평가다.
당내 지원세력 최대, 전·현 의원 70명 매머드 캠프…슬로건은 '공정과 상식', 1호 공약은 '부동산'
윤 후보는 전·현직 의원 다수를 영입해 매머드 대선 캠프를 차렸다. 캠프에 소속된 전·현 의원만 7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은 각 지역 선대위원장으로 전국 지지세를 모으고 있다. 각 분야의 위원장·특보 등으로 활동하며 윤 후보의 정치 세력 미비·경험 부족을 보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캠프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종합지원본부장은 권성동 의원이 맡고 있다. 권 의원은 윤 후보가 국민의힘 입당 전부터 힘을 실어줬던 소꿉친구로서, 의정 경험이 풍부하고 선거 실무에도 밝은 4선 중진이다.
최근에는 원내대표를 지낸 5선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이 캠프에 합류해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주 의원 가세로 대구·경북 표심 확보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캠프는 기대한다. 또 4선 윤상현 의원이 총괄특보단장, 초선 이종성 의원이 장애인정책본부장으로 합류했다. 조해진 의원은 경남 선대위에서 활동한 뒤 중책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총괄본부장 3선 이종배 의원, 정책조정본부장 재선 송언석 의원, 총괄부실장 재선 윤한홍 의원, 조직본부장 재선 이철규 의원, 공정과상식위원장 재선 정점식 의원 등도 돕고 있다. 물밑으로는 더 많은 현역 의원이 지원하고 것으로 보인다. 캠프 내 직함은 없지만 5선 정진석 의원은 대표적 친윤계 인사다.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총괄간사인 정책자문 그룹도 있다. 경제, 사회, 외교·안보·통일, 교육 총 4개 분과에 전문가 42명이 이름을 올렸다.
외교·안보 분과에선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행 주역이었던 이도훈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겸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가 참여했다. 경제 분과에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온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포진해 있다.
대선 슬로건은 '공정과 상식'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훼손된 공정과 상식을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선거 조직은 '국민 캠프'라고 명명했다. 윤 후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정권 교체를 염원하는 국민 뜻을 모아 국민의 상식이 통용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모두가 참여하는 국민의 선거캠프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1호 공약'은 부동산 정책이다. 현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나타난 가장 큰 원인이 부동산 정책 실패에 있는 만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정책을 되돌려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주요 내용은 민간 중심으로 임기 내 수도권 130만 가구를 포함 전국 250만 호 주택 공급,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보유세·양도세·종부세 등 세금 감경, 청년과 신혼부부 대상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최대 80% 적용 등이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결정적 패착으로 꼽히는 '임대차3법'도 시장 혼란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강직한 이미지는 강점, '여의도 무경험'은 약점
UPI뉴스는 윤 후보의 대선주자 경쟁력을 살펴보기 위해 'SWOT' 분석을 실시했다. SWOT 분석은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과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인을 살펴보는 분석기법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불법에 칼을 빼들었던 강직함은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윤 후보는 박근혜·문재인 정부에서 각종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며 '강골 이미지'를 쌓아왔다. 대학 재학 중인 1980년초, 서슬퍼런 군부독재 시절 12·12군부 쿠데타 사건에 대한 서울대 모의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무기징역을 선고한 일화는 굽히지 않는 성정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17일 윤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한 주호영 의원은 "윤 후보 경쟁력은 민주주의·법치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 권력의 거대한 폭압에 홀로 맞서 지켜온 강단, 소탈하고 열린 리더십"이라고 평가했다. 차기 지도자가 현정부에서 심화된 구조적 불평등·불공정 문제를 강단 있게 뿌리뽑길 바라는 국민적 열망이 큰 만큼 강직함은 앞으로 더 공감받을 가능성이 높다.
약점은 '여의도 무(無)경험'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검찰 수장이었다가 정치인으로 변신한 지 석 달밖에 안 됐다. 갑자기 정치 한복판에 등장한 탓에 정책 역량에 한계를 보이는 데다 이미지 관리도 잘 되지 않는 모습이다.
우선 경쟁 후보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정책공약 준비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 공급 정책 핵심인 '청년 원가주택' 공약과 '역세권 첫집주택'부터 실현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분양원가 공개는 현재까지도 실현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 "역세권 첫집 공급 부지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청년 원가주택'을 비롯해 코로나 소상공인 손실보상, 군필자 주택청약 가산점 등은 '공약 베끼기' 공격을 받았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19일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본선 경쟁력은 결국 국정 비전과 정책 이슈 중심이 된다"며 "준비도 면에서 본선에 나가더라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밀릴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미신 논란과 '도리도리'·'쩍벌' 습관도 이미지를 깎아먹는 요소다. 손바닥에 쓰인 왕(王)자를 지우지 않고 TV토론에 나서 미신을 믿는 듯한 모습을 그대로 노출해 논란을 빚었다. 일부 비상식적인 내용이 담긴 '정법 강의'를 옹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선주자로서의 자질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받았다.
정치선언을 할 때부터 제기됐던 '도리도리'는 불안정, '쩍벌'은 꼰대 등 비호감 이미지로 여전히 입길에 오르내린다.
우세한 정권교체론과 '대장동 의혹'은 기회…'고발사주' 의혹과 '발언 리스크'는 위협
정치 경험도, 당적도 없던 초년생이 대선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큰 인물로 꼽힌다. 대권 재수생 홍준표 후보의 도전이 거세지만 '반문(反文)의 구심점'이라는 입지엔 흔들림이 없다. 국민의힘 지지층 과반과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이들 상당수가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대선에 뛰어든 윤 후보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4·7 재보선을 통해 확인된 정권교체 열망은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권교체론이 강해질수록 문재인 정권 반대 세력은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 범보수권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홍 후보가 윤 후보와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홍 후보가 다자대결에서 윤 후보를 앞선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윤 후보가 야권 '대표주자'로 각인된 덕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정치에서는 항상 누가 대표성을 갖느냐가 중요하다"며 "윤 후보를 적극 지지하지 않더라도 정권 교체를 위해 그만한 야권 주자가 없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분석했다.
'대장동 의혹'은 이재명 후보를 위협하는 가장 중대한 변수라는 점에서 윤 후보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검찰 수사와 정치 공방으로 증폭되는 대장동 의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 지지율 하락과 비호감도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엄 소장은 "최근 대장동 의혹의 파괴력이 고발사주 의혹보다 크다"며 "대장동 의혹으로 이 후보의 경선 컨벤션 효과가 상당히 제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윤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위협 요소다. '고발사주 의혹', '대검의 장모 관련 문건 작성', '윤우진 사건', '도이치모터스 사건' 등은 윤 후보가 검찰에 재직할 당시 벌어진 일이다. 해당 사건 모두 윤 후보와 그의 가족이 연루돼 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윤 후보의 공정과 정의 이미지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 홍 후보가 윤 후보의 도덕성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불안한 후보' 낙인을 찍으려는 이유다.
윤 후보의 낮은 정책 이해도를 드러내는 발언이나 잦은 말실수도 큰 문제다. 민주당에서 '1일1망언 제조기'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로 윤 후보는 입이 '화근'이다. 지난 13일 TV토론에서 '윤석열의 복지 정책은 현 정부와 무엇이 다른가'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에조차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당내 경쟁자를 공격하며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고 말해 역풍을 부르기도 했다. 이 평론가는 "말실수도 그렇지만 토론에서 자기 정책에 대한 질문도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윤 후보를 위협하는 건 결국 윤 후보 자신이 아니겠느냐"고 진단했다.
보수 진영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그에 대한 검증은 누구보다 혹독하다. 보수 유권자들은 윤 후보가 모든 의혹을 해소하고 뚜렷한 비전과 정치력을 제시해 반문정서의 반사체가 아닌, '발광체'임을 증명해내길 바라고 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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