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 개입 여부 두고 여야 해석 정반대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씨의 통화 녹음파일을 두고 여야 공방이 치열하다. 고발장 '전달자'일 뿐이라던 김 의원이 녹음파일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후보 관여 여부에 대한 여야의 해석은 정반대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국민의힘은 '검언유착 사건을 떠올리는 거짓 정치공세'라고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해 4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총선 후보였던 김 의원과 조 씨 사이 2차례 있었던 통화의 녹음파일을 복구했다. 녹음파일 내용은 김 의원이 조 씨에게 '손준성 보냄'이라고 표기된 텔레그램 메시지로 고발장 등을 전송하기 전 전화를 걸어 말한 것이다. 김 의원은 "우리가 고발장을 써서 보내줄 테니 남부지검에 접수시키는 게 좋겠다"고 했다가 고발장 전송 뒤 다시 전화를 걸어 "대검에 접수하라"고 주문했다는 것이 골자다.
녹음파일 내 김 의원 말 중 크게 세 가지 부분에서 여야의 해석이 엇갈린다.
"우리가 고발장을 만들어서 보낼게요", "내가 (대검 간부한테) 얘기해 놓을게요"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 박주민·김종민·김용민·박성준·최기상·김남국·김영배 의원 등은 7일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이 사건은 명백히 검찰의 정치개입, 선거개입 사건"이라며 "손준성 검사와 김 의원 개인이 벌인 일이 아니라 '윤석열 대검'이 기획하고 국민의힘을 배우로 섭외해 국정농단을 일으키려 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고발장을 만들어 보내겠다"는 '우리'와, "얘기해놓겠다"는 대검 관계자를 "(당시) 검찰총장 윤석열, 수사정보정책관 손준성, 불과 3개월 전 (검찰에) 사표를 낸 김웅 의원"이라고 몰아세웠다. 김 의원이 '전직 검사'로서 고발에 가담한 것이며 검찰이 김 의원과 '얘기'하는 등 조직적으로 개입했다고 보는 것이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도 국회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김 의원이 조씨에게 '방문할 것이면 대검 공공수사부에 전화를 해놓겠다. 억지로 받는 것처럼 해야 한다'고 했다"며 "이런데도 윤 후보 책임이 없다고 누가 얘기할 수 있냐"고 성토했다. 김 의원이 친정권 성향의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피해 윤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있던 대검찰청에 고발장 접수를 권유한 것이 윤 후보와의 유착을 의미한다는 논리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에게 '우리'에 대해 "김 의원의 경우 당시 당인으로 정체성도 있고 전직 검사로서 정체성도 있기 때문에 '우리'를 중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이 어떤 정체성에서 말을 했건 손 검사가 고발장 작성자·전달자임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만큼 '우리'를 반드시 검찰과의 연관성으로 해석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그건 (논란 발생) 초기부터 있던 의심이라 이번 보도로 달라진 내용은 없다"고 못박았다.
"제가 대검찰청 찾아가면 검찰이 시켜서 온 게 되니까 저는 쏙 빠져야 한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도 국감 대책회의에서 "김 의원이 '내가 대검을 찾아가면 윤석열 총장이 시켜서 온 게 되니 빠져야 한다'고 했다"며 "다른 보도에는 '검찰이 시켜서'라고도 하지만 어쨌든 김 의원 발언은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와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단정했다. 박 의장은 "윤 후보는 지금이라도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친여 성향' 매체인 MBC가 전날 '윤석열이 시켜서'라고 보도한 데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 의원이 '윤석열이 시켜서'라고 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는데 이름을 굳이 언급한 것은 고발사주 의혹 수사 중 어느 곳에서도 윤 후보와의 연관성을 찾지 못한 데 따른 '언론 플레이'가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성명을 통해 "고발장 작성자도 윤 후보와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자 검찰과 여당이 친여 언론매체와 손잡고 언론플레이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후보는 해당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그래서 고발사주로 볼 수 없다"며 "민주당이 언론플레이에 나섰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고발사주 프레임에 윤 후보를 억지로라도 엮을 수 있는 작은 증거조차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을 실토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도 녹음파일의 언론 보도 관련 "이건 문재인 정부 철학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2019년 12월부터 시행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증거의 내용 및 증거가치 등 증거관계'를 공개금지 정보로 정하고 있는데 어떻게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된 녹음파일이 언론에 보도될 수 있냐는 거다. 그는 "(수사) 중간 단계에서 야당 인사 것(수사 내용)이 노출되는 건 의아하다"며 "이런 파편이 흘러나와 여러 해석을 낳고 있는 게 검찰이 의도한 것인지, 우발적 유출인지"라며 의구심을 표했다.
녹음파일 속 김 의원 '전달자' 이상 정황 담겨…공수처, 소환조사 초읽기
녹음파일이 복구되면서 김 의원에 대한 소환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통화내용이 사실이라면 김 의원은 단순 전달자가 아닐 뿐더러 검찰 관계자들과 논의해 고발장을 제출하려 했다고 볼 수 있어서다. 공수처가 전날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실을 압수수색한 배경도 고발장 전달과 이 고발장을 토대로 실제 고발이 이뤄진 실행 과정의 실체를 상당 부분 파악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향후 녹음파일을 토대로 김 의원을 소환조사해 '작성자'를 파헤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지열 변호사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손 검사 같은 경우는 작성은 물론 전달도 하지 않은 거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본인들이 부인한 것과 상관없이 어느 정도 정황은 확인이 된 거로 봐야 한다"며 "김 의원이라든가 손 검사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서 의혹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작업에 수사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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