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政 대장동 심각 기류, 남은 與 경선 변수될까

김광호 / 2021-10-06 10:29:17
靑, 대장동 첫 입장 표명…"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김부겸 총리 "수사 진행중…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
이재명 측 "특별한 의미없어" vs 이낙연 측 "털고가야"
與 남은 경선 영향 끼칠수도…'친문' 표심 향배가 변수
김부겸 국무총리는 6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저희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전날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며 첫 공식 입장을 냈다. 청와대와 정부가 대장동 의혹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오는 10일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를 앞두고 각 후보 캠프는 청와대가 대장동 관련 입장을 밝힌 배경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정치적 파장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 총리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진행자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조치가 강구되고 있느냐'고 묻자 "아직은 여러 가지 상황이 여기저기서 진행된다고 할까"라며 "자칫하면 정치문제로 바로 비화할 수 있고 저희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김 총리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각각 진행 중이기 때문에 더 보태거나 할 일은 없는 것 같다"며 당장 정부 차원에서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음을 시사했다.

김 총리 발언은 전날 청와대의 첫 입장 발표를 두고 문재인 정부가 대장동 의혹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안이 워낙 중대한 만큼 대선 정국에서 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한 고심의 흔적이 엿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대장동 의혹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엄중하게 생각한다'라는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 묻자 "문장 그대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관련 언급이 있었거나 관련해서 참모진 회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의엔 같은 답변을 반복하면서 최대한 말을 아꼈다. 

그동안 청와대 내부 참모진 사이에서는 사안의 엄중함을 놓고 추후 대응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수사 필요성을 언급하는 원론적 수준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 제기되기도 했지만, 논의 과정에서 신중론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 대선 구도가 복잡하게 얽힌 첨예한 사안인 데다가, 여당 대선 후보 결정 스케줄을 고려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온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신호를 줄 경우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여당 대선후보 경선판에 의도치 않은 결과로 작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고심끝에 입장 표명에 나선 것은 정치적 고려를 벗어나 '부동산 문제'라는 점에서 국민정서를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되고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성난 부동산 민심이 다시 들끓을 기미가 보이자 진화에 나섰다는 얘기다.

국민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동산과 공정성 담론이 지속될 경우 8개월 가량 남은 문 대통령 임기 내 국정 장악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왼쪽), 이재명 대선 경선후보가 지난 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인천 순회합동연설회 및 2차 슈퍼위크 결과 발표 후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 입장을 두고 경쟁주자인 이재명, 이낙연 경선 후보 측의 반응은 미묘하게 갈렸다. 이재명 캠프는 "늘 쓰는 표현으로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지 않다"며 평가절하했다.

이재명 캠프 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는 민형배 의원은 전날 밤 CBS라디오 '한판 승부' 인터뷰에서 "청와대가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건 큰 사건이 벌어지면 늘 쓰는 그런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이낙연 후보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입장에 대한 확대해석을 자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낙연 캠프 선대위 부위원장을 맡은 박정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확히 털고 가지 않으면 이후 대선 과정에서 너무 혼란스러울 것"이라며 "의혹이 계속 풀리지 않는다면 화합이 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경고했다.

청와대에 부담을 줄까 공세 수위를 조절했지만 여전히 이재명 후보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선 청와대의 입장 표명이 민주당 남은 경선에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청와대도 그 점을 우려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일부 친문 당원들에게는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문 대통령의 의중에 관심을 갖는 일부 친문세력들이 청와대가 엄중하다고 지적한 대장동에 얽힌 이재명 후보보다는 이낙연 후보쪽을 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게 되면 남은 경기(9일)와 서울, '3차 슈퍼위크'(10일)에서 이재명 후보에겐 악재로, 이낙연 후보에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제는 본선을 대비해야하는 이재명 후보로선 청와대의 입장 표명이 달갑지 않은 이유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각 캠프가 청와대의 메시시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경선에 끼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신 교수는 이날 UPI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청와대는 정치적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재명 후보측과 이낙연 후보 측에선 청와대의 엄중하단 입장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해석해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장동 이슈가 이재명 후보 측엔 악재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최근 대장동 여파가 점차 커지고 있기때문에 이번 남은 경기, 서울, '3차 슈퍼위크'는 앞선 경선 결과들과 달라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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