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공론화조차 되지 않은 사건 셀 수 없이 많다"

김명일 / 2021-09-24 14:36:53
[인터뷰]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장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 대부분…국가가 부모돼야"
약자를 짓밟는 '갑질'은 우리 사회 도처에서 자행된다. 그중 최악의 갑질은 '아동 학대'일 것이다. 학대 끝에 목숨을 잃기도 한다. 최근에도 20개월 여아가 잔혹한 학대 끝에 목숨을 잃었다.

그 잔혹한 행위가 이어지는 동안 아동은 무력하기만 하다. 피해를 호소할 수도,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다. 아동 학대가 오랜 시간 드러나지 않는 이유다. 수면위로 드러나고, 공분을 일으키고, 엄벌에 처해지는 사건은 그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대아협) 회장은 UPI뉴스 인터뷰에서 "공론화조차 되지 않은 사건은 셀 수 없이 많다"고 말했다. 또 "정인이 사건과 울산 계모 사건처럼 언론에 보도되고 분노 여론이 인다 해도 금방 잊혀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대아협 회원들은 요즘 대전지방법원 앞에서 "양○○ 씨에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달라"며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양 씨(29)는 지난 6월 15일 친딸로 알고 있던 여아를 무참히 폭행하고 성적인 행위까지 한 뒤 살해한 엽기적 흉악범이다. 경찰이 실시한 유전자 감식에서 여아는 양 씨의 친딸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여아의 친모 정모(25) 씨는 시신 유기를 도왔다. 아이의 시신은 한여름 더위에 아이스박스에 담겨졌다. 양 씨는 여아의 행방과 안위를 묻는 장모에게 "성관계를 해주면 알려드리겠다"는 상식 밖의 메시지도 보냈다.

▲ 양 씨가 지난 7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법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옮겨지고 있다. [뉴시스]

 


다음은 공 회장과의 일문일답.

—아동 학대 실태가 어떠한가. 

" 최근 충격을 줬던 20개월 여아 살해 사건만 봐도 그렇다. 언론에 공개된 것보다 더 많은 학대가 이뤄졌고 피해는 끔찍하다. 공론화조차 되지 않은 사건은 셀 수 없이 많다. 정인이 사건과 울산 계모 사건처럼 언론에 보도되고 분노 여론이 인다 해도 금방 잊혀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20개월 영아 학대 살해 사건만 봐도 양 씨는 자신의 딸이라고 알면서도 기저귀를 벗기고 성적 행위를 하는 등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일이 일어났다. 우리가 밝히지 못하고 가지고 있는 자료는 더 많다. 양 씨가 장모에게 보낸 문자를 우리가 공개해 많은 사람들이 공분했다. 그러나 증거 공개로 논점이 흐려지거나 정작 중요한 아동 학대가 도외시될 수도 있어 나머지 자료는 비공개로 법정에만 제출할 예정이다. "

—피해 아동의 실명과 사진 공개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 익명 처리된 글이 아닌, 피해 아동의 사진을 보면 사람들이 '흘려보낼 기사'로 인지하지 않고 '내 곁의 이야기'라고 느낀다. 울산 이서현 양, 평택 신원영 군, 화성 민영 양, 정인 양 모두 사람들이 사진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고 여론으로 뭉쳤다. 이들이 "행동해야겠다"고 느껴 탄원서에 서명하고 시위에 나서며 가해자 엄벌을 이끌어냈다."

▲ 공혜정 대한아동방지협회 회장이 13일 서울 강남의 대아협 중앙센터에서 U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아동 사진 공개로 인권이 침해된다는 의견도 있다.

" 피해자는 기억되어야 한다. 가정에서 학대받은 아동이라면 더욱 그렇다. 주목받는 사건은 재판 방청권을 추첨할 정도로 대중의 눈이 쏠리지만, 어떤 사건은 방청객이 나 하나 뿐일 때도 있었다. 이런 재판은 가해자 측 변호사만 나오고, 가해자 의견만으로 진행된다. 가족 등 주변 사람들도 가해자에게 유리한 증언만 한다. 아이를 기억한다는 것은 자신들의 죄를 기억하고 인정한다는 뜻도 되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는 세상을 떠난 아이를 잊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것이 아이의 인권은 아닐 것이다. "

—가해자 신상공개가 필요한 이유는.

" 필요를 논할 것 없이 당연히 해야 한다. 인권과 민주주의를 정립한 유럽이나,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흉악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는 신상을 공개한다. 아동이 대상이라면 특히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2차 가해로 이어진다거나 피의자 가족이 고통을 겪는다는 의견도 있지만, 선진국은 어떤 길을 택했는가를 참고해야 한다. 한 토론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외국 학생이 그런 말을 했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한 순간 가해자의 자유는 끝난 것'이라고."

▲ 양 씨가 장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대아협 제공]

—엄벌이 만능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 처벌보다 계도라는 말은 맞지 않는다. 둘은 같이 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신상공개와 무거운 처벌도 분명 계도 효과가 있다. 아직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에게 사전 자각을 하게 해 범죄를 예방한다는 것은 전문가들도 인정한 일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조차 처벌이 아닌 예방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다른 범죄에는 엄벌 여론이 잘 형성되는데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가해자에 관대하다."

—장애인, 노동자 등 다른 약자에 비해 학대 아동에 대한 문제 제기는 늦은 감이 있다.

"1999년 서영훈, 2000년 김신애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아무도 학대받는 아동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아동전문보호기관은 2000년에야 만들어졌고 아동학대 통계는 2001년부터 작성되기 시작했다. 현재도 아이들의 인권은 그 중요성에 비해 순서에서 밀리고 있다."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국가가 부모가 되는 것이다. 아동학대는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가 건강히 자라지 못한다면 결국 국가가 병들게 된다. 백년지대계라는 말도 아동이 대상이지 않은가. 그렇게 중요한 아동을 1차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부모인데, 부모가 그 역할을 못한다면 과감히 자격을 박탈하고 국가가 그 역할을 해야한다. 아동을 이 집 아들, 저 집 딸 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국가가 책임지고 지켜내야 할 국민이라고 생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학대피해아동에게는 국가가 부모가 되어야 한다."

KPI뉴스 / 김명일 기자 terr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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