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협의체 종료…與, 27일 본회의 상정 입장
언론 7단체 "통합형 언론자율규제 기구 설립할 것"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여야 '8인 협의체'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오는 26일 협의체 종료 시한을 앞두고 있지만 개정안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합의 도출과 관계없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개정안을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여야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협의체는 23일 9차 회의를 열고 막바지 조율을 시도했다.
8인 협의체는 9차 회의가 열린 이날까지 '정정보도 강화'를 제외한 주요 쟁점 사안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이견을 좁히지 못한 쟁점은 △징벌적 손해배상 △고의·중과실 추정 △열람차단청구권 조항으로 크게 세 가지다.
민주당은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부과하는 기존 안에서 한발짝 물러나 5000만 원 또는 손해액의 3배 이내 배상액 중 높은 금액을 택하도록 하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은 반대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자체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8차 회의에서 배액 배상 범위와 관련해 대안을 발표하며 미국 알래스카와 앨라배마주 등의 주법을 예로 들었다. 5000만 원이나 손해액의 3배 중 큰 금액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이 독특한 입법 방식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안 논의과정에서 갑자기 민주당이 알래스카 사례를 들어 깜짝 놀랐다"며 "해외입법례를 논의하려면 미국 연방법이나 연방대법원 판례로 얘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아예 금지하는 매사추세츠, 뉴햄프셔 같은 주도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대안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부적절한 사례를 선택적으로 꼽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허위·조작 보도를 판단하는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도 이견이 크다. 이 조항은 고의나 중과실을 추정하는 개념이 불명확해 언론 보도를 위축할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삭제를 권고했다.
민주당은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기존 법원 판례에 따라 손해배상액 책임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다.
기존 개정안에선 징벌적 손해배상의 기준이 언론 등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였다. 그러나 대안에선 '진실하지 않은 보도'를 징벌적 손해배상 기준으로 제시하고, 단서 조항으로 언론 등이 해당 보도에 대해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에 책임지지 않는 것으로 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그동안 제기된 법안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을 수용한 듯이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기존 개정안에 비해 '진실하지 않은 보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으로 그 폭이 넓어졌고, 고의·중과실이 없다는 입증 책임을 언론에 전환했다"고 반박했다. "언론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선 취재 경위와 취재원까지 밝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성이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열람차단청구권에 대해선 민주당은 '내용이 신체, 신념, 성적 영역 등 사생활의 핵심 영역을 침해할 경우'에만 적용하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국민의힘은 부정적이다. 최형두 의원은 "언론중재위원회가 열람차단청구권을 심판하는 건 맞지 않다"며 "기사 유통 단계에서 사전 검열로 기사가 사라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여야는 정정보도 강화에 대해선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민의힘은 정정보도를 신속하고 명확하게 해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거나 명예훼손을 당하는 일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안으론 언중위 중재위원 증원, (피해구제) 신청 방법 다변화, 신청 기간 연장 등을 언급했다.
오는 27일 본회의까지 남은 회의는 3차례뿐이다. 민주당은 8인 협의체에서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해도 27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협의체가) 26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국민의힘이 오히려 더 나은 대안을 가지고 와야 한다"며 "가짜뉴스 피해를 입은 분들을 위해 국민의힘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오히려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언론계를 대표하는 주요 7단체(방송기자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 설립을 추진해 언론에 대한 자율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언론 7단체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이 스스로 자율규제 기능을 강화하지 못한 결과 언론에 대한 권력의 개입을 자초한 책임이 있다"며 "정치권에 해결 방안을 맡길 것이 아니라 강력하고 실효적인 자율 규제 체제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는 △포털 등 플랫폼 사업자와 유료방송 사업자 등도 함께 참여 △개별 언론사에 맡겨왔던 인터넷 기사에 대한 팩트체크를 심의·평가해 이용자에게 제시 △허위 정보, 언론윤리 위반한 인터넷 기사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 언론사에 대해 문제가 된 인터넷 기사의 열람 차단을 청구하며, 필요할 경우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할 것 △인터넷 기사와 광고로 인한 피해자가 법정 기구인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에 가지 않더라도 신속하게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안 강구 등을 약속했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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