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경선 앞둔 명·낙, '대장동' 전면전…표심은 어디로

김광호 / 2021-09-23 10:48:46
호남 권리당원만 20만명 넘어…경선 핵심 승부처
변수는 '대장동' 의혹…이재명 수박 발언도 도마에
전문가 "이재명에겐 악재…이낙연, 격차 좁힐수도"
"이재명 지지층 뭉칠 수도…결과 뒤바꿀 요인 안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최대 승부처인 호남지역 투표가 지난 21일 시작됐다. 투표 결과는 오는 25일 광주·전남과 26일 전북 경선 현장 연설과 함께 각각 발표된다.

호남 경선의 최대 변수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다. 대선 경쟁에서 선두인 이 지사와 추격하는 이낙연 전 대표가 연일 격렬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대장동 의혹이 호남 민심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 이낙연 대선 경선후보가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열린 100분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1일부터 오는 25일까지 광주·전남 지역 권리당원, 22일부터 26일까지는 전북지역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온라인 및 ARS 투표가 진행된다. 선거인단은 광주·전남 12만6165명, 전북 7만5367명으로 총 20만 명이 넘는다. 호남이 경선의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이유다.

반전을 노리는 이 전 대표 측은 대장동 의혹 쟁점화에 주력하는 양상이다. 지난 19일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호남권 TV토론회'에서 이 전 대표는 대장동 개발에 참여한 개인 사업자 7명이 투자금의 1100배에 달하는 배당금을 받은 것을 거론하며 '역대급 일확천금'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 지사는 "5503억원을 환수한 단군 이래 최대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사업"이라며 "이 후보께서는 공직생활을 하면서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이용해 법이 정한 것 이외의 추가적 이득을 국민들께 돌려준 일이 있냐"고 맞받아 쳤다.

TV토론회 이후에도 '대장동 개발 의혹' 공방은 이어졌다. 두 후보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캠프측은 성명과 논평을 통해 치고 받으며 총력전 모드다.

이 지사는 지난 21일 페이스북에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투자내용 △수익과 위험부담 △공영개발 △민간 참여사 수익률 등 이 전 대표가 지적한 사항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지사는 이 과정에서 '우리 안의 수박 기득권자들'이라는 표현을 써 파문이 일고 있다. '수박'이란 표현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머리에서 피를 흘리는 광주 시민을 조롱하는 '일베 용어'라는 주장이 나와서다.

당내 여론을 좌우하는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이 지사의 '수박' 표현을 놓고 극명하게 갈렸다. 불과 하루 만에 수백여 건의 관련 글이 도배되는 등 호남 경선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른 모습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 지사는 전날 동작소방서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수박'이라고 얘기했던 것은 개혁세력이라고 하면서 민영개발 압력을 넣은 사람들"이라며 "그게 무슨 호남과 관계가 있나"라고 응수했다.

그러나 이낙연 후보의 필연캠프 측은 공격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낙연 캠프 대변인 이병훈 의원은 전날 주간브리핑을 통해 "수박이란 표현은 홍어에 이어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가 쓰는 용어로 5·18 희생자를 상징하는 표현"이라며 "호남인의 자존심이자 5·18 희생 영령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질타했다.

이낙연 캠프 정치개혁비전위원장 김종민 의원도 "아니더라도, 몰랐더라도 안 쓰면 되지 왜 자꾸 쓰려 하냐"며 "수박이란 용어는 전형적인 색깔론의 용어다. 겉은 파랗지만 안의 사상은 빨갱이란 지칭이 수박"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가운데), 이낙연(오른쪽) 대선 경선후보가 지난 12일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강원권역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수박' 발언 논쟁으로까지 확전된 대장동 의혹이 호남 경선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히 이 지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앞선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지사로서는 자기가 성남시장 때 업적을 가지고 저렇게까지 지금 공격받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것 같다"며 "이 지사에게 굉장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건 틀림없다"고 진단했다.

유 전 총장은 "대장동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호남에서도)광주·전북은 이 지사가 과반 가까이 가는 정도로 괜찮고, 전남에서는 이 전 대표와 경합이 될 거다라고 봤다"며 "그런데 지금은 광주까지도 (이 전 대표가)상당히 해볼만하다 이런 분위기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억울하더라도 이 지사가 성실하게 해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날 UPI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결선투표 없이 본선행을 노리는 이 지사로선 대장동 의혹에 얽힌 것은 분명 '호남대전'을 앞두고 부정적인 요인"이라며 "이번 악재로 인해 호남 경선에선 이 전 대표와의 격차가 다소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볼때 이 지사에게 악재인 것은 분명하다"며 "앞선 경선들과 달리 호남 경선에선 이 지사의 과반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장동 의혹 때문에 이 지사가 대세론에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박 교수는 "호남은 전통적으로 될 사람만 뽑는 전략투표 경향이 강한 지역"이라며 "대장동과 관련된 야권 공세가 강한 상황에서 오히려 이재명 지지층은 뭉치고, 호남 표심은 정권재창출을 위해 이 지사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높아 격차만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도 "이 전 대표가 호남경선에서 선전하면 이 지사와의 격차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20%넘는 누적 득표율 차이를 역전하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경선 결과를 뒤바꿀 만한 요인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이 전 대표측도 이 지사 추격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1차적 목표는 이 지사의 과반 저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결선투표까지만 갈 경우 또 어떤 변수가 튀어나올지 몰라 이 전 대표로서도 해볼만하다"며 "호남 경선에서도 이 지사가 과반을 유지하느냐 마느냐가 이번 경선의 키포인트"라고 설명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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