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잠룡들, 고발사주 의혹 대응 합심…홍준표만 삐딱선

허범구 기자 / 2021-09-12 16:40:01
윤석열·최재형, '박지원-조성은 공작' 의혹 공동대응
崔 "尹 어떻게 도울지 고민"…유승민 "朴 수사하라"
洪 "후보 개인 문제에 당 말려들어선 안돼" 선긋기
원희룡 "다른 후보 위기, 내 기회라는 생각 안 돼"
대선후보 경선룰 내분으로 날을 지새던 국민의힘이 모처럼 결속하는 모양새다. 큰불이 나면 일단 불부터 끄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준표 의원만 '삐딱선'을 타고 있다.

▲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인 홍준표 의원이 12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분향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고발 사주' 의혹은 제1야당 경선을 위협하고 있다. 자칫하단 의혹의 불길이 야권 선두 주자인 윤 전 총장 뿐 아니라 경선 자체를 삼킬 가능성도 있다.

지난 2일 의혹이 제기된 지 열흘 간 국민의힘 경선은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다. 특히 최근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조성은 블랙홀'까지 출현했다. 의혹 제보자 조 씨는 추가 증거 운운하며 윤 전 총장을 집요하게 공격해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 마침 반격할 호재가 생겼다. 조 씨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만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국민의힘은 12일 두 사람 공모 가능성을 부각하며 대여 공세를 강화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두 사람이 특수한 관계라며 박 원장에게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윤 전 총장은 물론 다른 대선 주자들도 박 원장을 고리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을 제기하며 공동 대응했다. 하지만 홍 의원은 딴전이다. 나 홀로 '윤석열 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부총질이 홍 의원 특기라지만 그래도 때를 가려야지"라는 비아냥이 당내에서 나왔다.

홍 의원은 이날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우리당을 공범으로 엮으려고 짜는 프레임에 넘어가면 바보같은 짓"이라고 주장했다. "제 문제도, 당 문제도 아닌 후보 개인(윤 전 총장) 문제에 당이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고도 했다. 당 지도부를 향해 의혹 대처에서 손을 떼라고 주문한 것이다.

그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후보 개인이야 훌쩍 떠나면 그만이지만 당은 중차대한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팩트가 있다면 경위가 어찌됐든 그건 정치 공작이 아닌 범죄"라고 못박았다.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 공작이라는 윤 전 총장 대응을 디스하며 '범죄자' 프레임을 씌우려는 것으로 비친다.

▲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 페이스북 캡처

홍 의원은 최근 범보수 대권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을 제치고 1위에 오르는 여론조사 결과가 한둘이 아니다.

홍 의원에겐 고발 사주 의혹은 윤 전 총장을 확실히 앞설 수 있는 기회다. 불난 집에 나혼자 부채질하는 이유다. 당내에선 "홍 의원이 경선에 앞서는 게 아무리 중요하다고 할 지라도 이러면 이미지가 나빠진다"며 "당이 위기에 빠졌는데, 혼자 살겠다고 미운 짓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제1야당 대선후보가 되려면 '선당후사' 자세가 필요한데, 홍 의원은 "내가 당보다 먼저"라며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 의원은 이번 의혹 외에도 윤 전 총장을 매일 공격하고 있다. 하루 한 건 이상이다.

반면 다른 주자들은 윤 전 총장을 적극 엄호하며 공조하고 있다.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저녁 만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전 원장은 전날 "윤 전 총장은 정권 교체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동지"라고 감쌌다. 또 "윤 전 총장이 여러 가지 상황에 힘드실 텐데, 어떻게 도울지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홍 의원 만큼 윤 전 총장을 비판했던 유승민 전 의원도 이번엔 다르다. 유 전 의원은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가 박 원장을 만났다고 한다"며 "국정원장이 사건에 개입했다면 명백한 불법으로 공수처는 박 원장을 즉각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홍 의원을 직격했다. "다른 후보의 위기가 나의 기회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질타한 것이다. 원 전 지사는 "우리는 정권 교체의 원팀"이라며 "한쪽이 무너지면 팀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누구 말도 안 듣는 홍 의원이 '내부 총질'을 멈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KPI뉴스 / 허범구 기자 hbk1004@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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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구 /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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