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중 군입대 교사 몇백만원 토해낼 판"…'호봉 재산정' 뭐기에?

문영호 / 2021-09-01 16:53:51
교육부 "대학 방학 때 입대한 경우 호봉 인정서 '중첩' 발생"
경기교육청, 교사들에 환수 조치…나머지 교육청 '관망 중'
교원단체 "행정을 잘못하고 책임은 교사에" 집단 소송 예고
교육부의 대학 재학 중 방학기간 군입대 교사의 호봉 재산정 지침에 따른 경기도교육청의 차액 환수조치로 일선 현장에 큰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가 1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군경력 중복 제외 호봉정정 및 환수조치 중단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영호 기자]

지시를 받은 일선 교육지원청들이 해당 교사와 교원단체의 반발에 부딪쳐 제대로 된 이행을 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교사들과 교원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교육당국의 '책임회피'를 비난하며 법적 다툼을 예고하는 등, 호봉 재산정 문제가 교육계의 새로운 갈등으로 떠오르고 있다.

1일 경기도교육청과 전교조경기지부 등 교원단체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5월 6일 '경력과 학력이 중복될 경우 하나만 산입한다'는 예규를 근거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교육공무원 호봉획정 관련 학력확인 요청'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은 호봉 재산정을 담당하는 일선 학교에 교육부의 공문만 내려보낸 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호봉 재산정이 쉽지 않은 데다 해당 교사와 교원단체의 반발이 거셀 것을 예상한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일선 학교에 교육부의 '중복 호봉 재산정' 지침에 따른 호봉 정정을 지시했지만 이행되자 않자, 지난달 5일 이행하라는 공문을 다시 보냈다. 이에 교육지원청별로 호봉 재산정이 진행 중이다.

문제의 '중복 호봉'은 교사 임용 전 다니던 대학의 기말고사가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하기 전인 7-8월이나 1-2월 방학 중에 군에 입대할 경우 발생한다. 실제로는 이 기간이 군복무 기간이지만 대학에서 한 학기를 이수한 것으로 간주해, 학력 호봉에 군복무로 인한 경력 호봉이 가산돼 '중첩'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 교육공무원 호봉획정시 경력환산율표의 적용 등에 관한 예규. [국가법령정보센터]


일반 대학 졸업자가 교사에 임용될 경우 임용자는 다니던 대학의 각 학기별로 1호봉씩 산정돼 초임에 8호봉 대우를 받는다. 여기에 군복무 경력이 호봉으로 가산되는데, 군 경력은 1년 당 1호봉이 인정된다.

기말고사가 문제가 되는 것은 대학 학기가 3-8월과 9월-이듬해 2월로 나뉘는데, 기말고사 후 군에 입대할 경우 학기에 포함되는 7-8월과 이듬해 1-2월이 6월과 11월에 치러지는 기말고사 학기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교육부 지침에 따라 호봉이 재산정될 경우, 군경력과 학력 중복기간은 1-2개월에 불과하지만 관련 예규가 1982년에 만들어진 만큼 1982년 이후 경력 연수에 따라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대의 차액을 환수조치 당하게 된다.

호봉에 따른 기본급을 기준으로 명절 보너스와 각종 수당들이 산정되는데다, 호봉이 일수로 계산돼 경력이 길수록 환수조치 금액이 눈덩이처럼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2003년 11호봉을 시작으로 교편을 잡은 A 교사는 최근 초임이 10호봉으로 재산정됐고, 학교로부터 호봉 재산정에 따른 환수금을 통보받았다.

2003년분 4만8200원을 시작으로 2021년분 25만 6400원까지 19년간 쌓인 환수금은 312만여 원에 달했다.

▲ 경기지역 한 교사가 학교로부터 통보받은 군경력 정정으로 인한 환수금 내역. [경기교사노조 제공]


교원단체들은 경기지역에서 약 300-500명 정도의 교원이 호봉 재산정으로 환수조치를 받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교사·교원단체 "반헌법적 조치" 반발

교사와 교원단체는 이같은 호봉 재산정의 타당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해당 교사와 교원단체는 "'병역휴직'은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병역의무를 위한 징집 또는 소집에 따른 것으로 '직권휴직'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입대 시기도 당사자가 아닌 병무청에 의해 정해지는 만큼 대학 졸업은 '기간이 아닌 자격 취득'으로 봐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와 관련, 전교조경기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군 경력을 조사해 호봉정정 및 환수 조치를 할 경우 '대한민국 헌법 제39조 2항은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조항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행정 잘못에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으면서 피해는 개인이 감내하라는 교육당국의 뻔뻔한 태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학력과 군경력 중복이라는 불합리한 논리로 호봉정정을 통보받은 경기도 교사들과 함께 국가권익위원회에 집단고충민원 청구는 물론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소청 심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경기교사노조도 이와 관련해 소송단 모집을 마치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KPI뉴스 / 문영호 기자 sonano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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