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사지로 몰리는 절망감이 더 두렵다"…어느 카페사장의 절규

이원영 / 2021-08-25 15:26:10
홍대입구서 카페 운영하는 양지훈 대표 격정 토로
"소상공인의 희생만 강요하는 방역에 실망 넘어 분노"

"이미 지난 연말 연초, 9시 영업제한 두달 시행 기간 동안 하루 매출이 거의 '0'으로 수렴하는 광경을 목격해온 저희 같은 '2차'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장들에게는 이건 정말 무자비하고 폭력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완전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는 잔인한 정책입니다."

홍대입구에서 라이브 뮤직 카페 '옥탑방 부엉이'를 운영하고 있는 양지훈(49) 대표는 다시 야간영업이 9시로 당겨진 코로나 4단계 조치에 대해 자영업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조치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라이브 카페 '옥탑방 부엉이' 양지훈 대표. [페이스북 캡처]


양 씨는 25일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또다시 일방적으로 가장 저항이 적어 보이는 힘없는 소상공인들의 치명적 희생만을 강제하는 지극히 행정편의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 정부의 반복적, 편향적 방역 정책에 이제는 실망을 넘어 분노감마저 느낀다"고 적었다.

양 씨는 이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일방적, 편향적 규제와 턱없이 부족한 피해보상으로 인해 생계 자체가 막막해지며 점차 옥죄어 오는 빈곤과 빚의 수렁에 빠진 수많은 분들께는 코로나 그 자체보다 '사지로 몰려가는 절망감'이 훨씬 더 큰 두려움"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하는 '방역 제일 주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백신으로, 코로나로 죽는 사람들만 이슈가 되는 통에 따로 카운팅 되지도, 기사화도 되지 못한 채 그저 '신변비관 자살'로 퉁쳐지며 조용히 죽어나가는 분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형국"이라고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을 경제의 모세혈관이라고 지칭한 양 씨는 "본인이 다니는 회사의 실적이 탄탄하고 사용할 수 있는 법인카드 혹은 예산이 넉넉하신 페친분들 계시다면, 제발 주변에 보이는 소상공인들께 수혈 부탁드립니다. 이 와중에도 줄서있고 미어터지는 맛집 가지 마시구요. 적어도 이 망할놈의 4단계 기간만이라도요"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양지훈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전문.

 

아.. 밤 9시 영업 제한…젠장.. 그래서 또 한 번의 궁여지책, 이번엔 '부엉이 배달부 낑낑: 법카 서비스'를 시작해 봅니다.

이 밤 9시 영업 제한이란게 말이죠..말이 제한이지 술집에게는 사실상 '영업 정지' 조치인지라.. 아무리 생각해봐도 뭐 배달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네요. 이미 지난 연말 연초, 9시 영업제한 두달 시행 기간 동안 하루 매출이 거의 '0'으로 수렴하는 광경을 목격해온 저희 같은 '2차' 장소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장들에게는 이건 정말 무자비하고 폭력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완전 패닉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잔인한 정책이거든요.

정말 그 정도로 엄중한 절대절명의 상황이라면 모든 식당,백화점,기업,관공서들에 대한 대대적 셧다운,최대한의 전면 재택 근무 조치등을 통해 기준치 이상 백신 접종 완료 시까지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공동으로 희생을 분담하며 마지막이라는 다짐으로 다함께 이겨나가보자 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는 게 지금 시점에서는 합당해 보이는데, 또다시 일방적으로 가장 저항이 적어 보이는 힘없는 '소상공인'들의 치명적 희생만을 강제하는 지극히 행정편의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 정부의 반복적, 편향적 방역 정책에 이제는 실망을 넘어 분노감마저 느낍니다.

'어쩔 수 없지 않느냐,방역이 더 중요한 문제이지 않느냐'라는 생각 드는 분들이 있다면 그건 단지 당신이 안전한 '강 건너편'에 서 있기 때문일 겁니다.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일방적,편향적 규제와 턱없이 부족한 피해보상으로 인해 생계 자체가 막막해지며 점차 옥죄어오는 빈곤과 빚의 수렁에 빠진 수많은 분들께는 코로나 그 자체보다 '사지로 몰려가는 절망감'이 훨씬 더 큰 두려움으로 느껴진지 이미 오래일 터.

어디가서 하소연도 못하는 '방역 제일 주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백신으로,코로나로 죽는 사람들만 이슈가 되는 통에 따로 카운팅 되지도,기사화도 되지 못한채 그저 '신변비관 자살'로 퉁쳐지며 조용히 죽어나가는 분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형국이죠.지금은 분명.

술집과 식당들의 매출이 10분의 1로 줄어든다는 것. 이게 단지 영업장 사장과 그 가족만의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알바,종업원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도 차치하고서라도 말이죠. 음식과 술이 나오는 영업장 매출의 40%~50% 정도는 매출 원가입니다. 매상의 절반 정도가 식재료, 술과 음료를 공급하는 업체들로 흘러들어가는거죠.

요즘 이 업체들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오는 문자가 하루하루 늘어가는 '배달 불가 날짜'입니다. 그만큼 또 어느 업체의 매출과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거죠. '소상공인'들을 국가 경제의 모세혈관이라고 일컫는 이유가 이겁니다. 매출이 쪼그라들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비즈니스 공급망의 상류업체들이 함께 고사해 나갑니다. 얽힌 가족과 생계 규모가 꽤나 광범위할텐데, 경제 생태계 모세혈관의 끝단이기에 이 분들의 피해는 주목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죠. 여기에 혈액을 공급하는 모세혈관의 최전방 게이트가 '자영업자'들입니다. 게이트에서 어떻게든 매출을 일으켜야 그 다음 단계의 혈관으로 수혈이 가능해지기에,어찌보면 '자영업자'의 소명은 '그래도 어떻게든 장사를 해내야만 한다'는 걸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가게 사장 입장에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지금 상황은 문을 닫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장사를 중단하면 종업원 월급도 못나가고,식재료비,주류비,화장지,휴지 값도 못나갑니다. 혈관이 막히는거죠. 뒷단의 혈관에 물려있는 영세업체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앞단에서 팔아내야만 합니다. 그게 '자영업자'의 가장 큰 사명이자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장사치'가 자각해야할 최소한의 역할이자 각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말 환장할 노릇인건, 사실 지금은 다들 돈이 없는 상황이 전혀 아니라는거죠.단지 한 쪽으로 심하게 쏠리는 극심한 빈익빈 부익부 상태. IT,식품업계 등 역대 최대 실적을 연 분기마다 갱신 중인 기업이 허다하고 이런 사업체에게는 돈이 점점 쌓이고 있는데 딱히 그걸 고사 직전의 자영업자들에게 풀 수 있는 방법이 그들에게도 별로 없다는게 매우 답답한 상황입니다. '판공비','회식비' 형태로 소비되어 흐르던 돈이 방역정책,영업제한 조치로 인해 꽉 막혀버리니 흘러야될 피가 흐르지 않고 한 쪽에 잔뜩 고여있는 건데, 어떻게 이걸 좀 흐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9시 영업 제한 발표나고 며칠 후, 잘나가는 아이티 업계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동생 한 명이 가게 괜찮냐며 심히 걱정된다고 전화가 왔었거든요. 가게는 힘들지만 이래저래 내가 굶어죽을 일은 전혀 없다고 일단 안심(?)시키고 난 후, 이 자영업 생태계의 현금 정맥 경화 문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더랬습니다. 그랬더니 격하게 동의하며, 회사 판공비는 쓰지 못해 쌓여만 가는데 정작 직원들의 스트레스 레벨이 너무 높아져 조직 운영하기 너무 힘들다, 회식도 하고 풀건 풀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퇴근 시간 후에 뭘 시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업무 시간, 회의 시간을 활용해서 회식 분위기라도 조금씩 시도해 봐야할 지경이라고… 아 이게 무슨 견우와 직녀도 아니고 서로 니즈가 있는데, 총알도 잔뜩 있는데, 만날 수도 없고 쏠 수도 없는 안타까운 시츄에이션이란말인가..@.@:;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지금 상황에서 유일한 방법은 결국 배달 밖에 없겠구나…그리고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구요. 결국 현재 가장 고여 있는 현금의 봇물은 실적 좋은 회사의 '법카'이고, 이걸 보다 편하게 쓰게 해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 사실 이미 회사 사무실로도 몇 번 배달을 간 적 있었는데, 가장 불편한 건 일단 결제문제(근무 시간 내 법카 결제를 위해 비서를 가게로 보내 배달 전 사전 결제를 해 준 중소기업 사장 친구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배달하는 세트에 주류가 포함되어 있는 점 등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부로 다시, 또한번 이 악물고 시작해 보는 서바이벌 배달 대작전, '부엉이 배달부 낑낑: 법카 서비스' !!… 이구요.

사족으로, 주제넘은 당부말씀 하나 드립니다. 본인이 다니는 회사의 실적이 탄탄하고 사용할 수 있는 법카 혹은 개인 카드라도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넉넉하신 페친분들 계시다면,제발, 주변에 보이는 소상공인들께 수혈 부탁드립니다. 스타벅스 가지마시구요, 이 와중에도 줄서있고 미어터지는 맛집 가지 마시구요. 적어도 이 망할놈의 4단계 기간만이라도 말이죠.

저런 사명감으로 하루하루 늘어가는 손실을 감내하며 꾸역꾸역 가게 열고, 묵묵히 고기 삶고, 커피 내리고 하는 영세 자영업자들 분명히들 계실겁니다. 부디 찾아가셔서, 포장구매하고 카드 한 번 휘둘러 주고 오시기 바랍니다. 그 한 번의 카드질이 벼랑 끝에 선 그 분들에게 얼마나 큰 힘과 희망이 되는지 모릅니다. 코로나로 죽어가는 분들을 살리는 힘이 의사분들께 있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 지옥길을 걷고 있는 소상공인의 삶을 구할 수 있는 슈퍼파워가 지금 당신의 손에 있는 바로 그 신용카드에게 있습니다. 꼭 자각하시어 보다 더 힘든 곳에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우리 모두 그래야만 할 때입니다. 부디,제발.

K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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