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식당 집단탈북 사건' 지배인, 여종업원 폭행 혐의로 징역 1년

탐사보도팀 / 2021-08-20 09:57:50
[연재] '북한식당 女종업원 집단탈북' 그 후 ① 여종업원 폭행 사건Ⅰ
여종업원, 폭행·감금·상해 등 혐의로 2018년 지배인 허강일 씨 고소
법원, 6월10일 허 씨에 징역 1년 선고…허 씨, 2019년 미국 망명
허 씨 "문재인 정부, 훈장 못 줄망정 범죄자로 몰아갔다" 격정 토로
2016년 4월7일 탈북자 13명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중국 저장성(浙江省) 닝보(寧波)에 있던 북한식당 '류경식당' 남자 지배인 한 명과 여자 종업원 12명이었다. 통일부는 이들의 탈북 사실을 입국 바로 다음 날 언론에 발표했다. 탈북 소식을 전광석화같이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공교롭게 4·13 총선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총선에 영향을 주려는 정치공작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여종업원 12명을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이끈 사람은 지배인 허강일(북한 이름·40) 씨였다. 허 씨는 중국서 국가정보원(국정원) 정보원으로 암약하다 북한 국가보위부(한국의 국정원 격)에 발각되기 직전 탈북을 결행했다.

▲ 중국 북한식당 '류경식당'에서 집단탈북한 여종업원과 지배인 등 13명이 2016년 4월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국내 모처의 숙소로 이동하는 모습. [통일부 제공]

북한에 있는 여종업원 가족과 과거 동료들은 북한 매체와 미국 CNN 등 외신을 통해 "남조선이 유인·납치했다"며 즉각 송환을 촉구했다. 국내서도 "자발적인 탈북", "강제 납치"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당시 통일부는 "종업원 집단 귀순은 순전히 그들 자유의사에 따른 것"이라며 "북한의 억지 주장은 논평할 가치조차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탈북 13명은 국정원이 관리하는 경기도 시흥시 소재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에 머물다 같은 해 8월부터 순차적으로 퇴소했다. 이후 뿔뿔이 흩어져 현재 각자 생활하고 있다. 여종업원 12명 모두 한국에 들어와 성형수술을 했고 이름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여종업원들 근황을 아는 한 탈북인사는 "여종업원 모두 수도권에 있는 대학에 다녔는데 8명은 중퇴했고 4명은 지난 2월 졸업했다"며 "여종업원 세 명은 한국서 결혼해 두 명은 출산까지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들에게 여권을 발급해줬다. 달리 말하면 탈북 여종업원들이 결심만 하면 언제든 중국 등 제3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간 경우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국민으로 정착한 듯하다.

그런데 사선(死線)을 넘어온 이들 사이에 소송이 벌어졌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고소인은 여종업원 출신 김 모(개명·31)씨, 피고소인은 지배인 출신 허강일 씨다.

김 씨는 2018년 6월4일 서울중앙지검에 허 씨를 폭행·감금·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이외에 강제추행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도 허 씨를 고소했다.

허 씨는 2013년 8월부터 중국 지린성(吉林省) 옌지(延吉)에 있는 북한식당 '진달래식당'에서, 2015년 10월부턴 중국 저장성 닝보에 있는 '류경식당'에서 지배인(사실상 사장)이었다. 평양에서 태어나 평양외국어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다. 2019년 3월20일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시카고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2019년 3월 미국 정부에 망명을 신청해 그해 9월 허가를 받았다. 현재 미국서 '북한을 바꾸다(Change North Korea)'라는 유튜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8월 현재 이 방송 구독자는 5만 명에 육박한다.

▲ 유튜브 '북한을 바꾸다' 방송을 진행 중인 허강일(오른쪽) 씨와 탈북자 박연미 씨. [유튜브 '북한을 바꾸다' 캡처]
▲ 허강일 씨를 폭행·감금·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 류경식당 여종업원 김모(개명·가운데)씨. [유튜브 '북한을 바꾸다' 캡처]

북한에서 지배인과 종업원 관계는 우리의 노사관계와 다르다. 상명하복이 엄격하다. 고소인 김 씨는 허 씨가 2013년 평양에서 선발한 종업원으로, 허 씨와 진달래식당과 류경식당에서 함께 일했다.

고소인 김 씨 "허락없이 외출했다가 폭행당해"

UPI뉴스는 김 씨가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과 검찰 공소장, 피해자 진술조서와 피의자 신문조서, 대질조서, 법원 판결문 등 이 사건 관련 핵심 기록 일체를 최근 단독 입수했다. 이를 통해 사건 전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김 씨가 허 씨를 고소한 혐의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벌어졌던 일들이다. 이 가운데 한 사건을 들여다보자.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2014년 9월 어느 날 저녁 6시쯤 진달래식당에서 허 씨는 김 씨가 자신의 허락 없이 외출했다는 이유로 폭행을 가했다. 주먹으로 얼굴을, 양손으로 팔 부분을, 발로 다리 부분을 여러 차례 폭행했다는 것이다.

고소장에서 김 씨는 "백화점 쇼핑을 혼자 나갔다고 (허 씨가) 이틀에 걸쳐 발로 차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 흔들고 끝내 코피를 터뜨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허 씨의 변론을 맡았던 김완수 변호사는 2019년 1월 검찰에 제출한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북한은 체제와 보안 유지를 위해 해외 사업장에 국가보위부 직원이 상주한다. 여종업원도 외출이 필요할 땐 반드시 2인 이상이 지배인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김 씨는 해당일 오후 1시경부터 행방불명됐다가 5시간 후에 돌아왔다. 엄연한 규정 위반이었다. 그 사실이 국가보위부에 알려지면 김 씨는 물론 허 씨까지도 북한으로 들어가 조사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허 씨는 그날 영업 종료 후 김 씨에게 '자아비판'을 시켰지만 김 씨는 이를 거부했다. 이에 허 씨가 주먹으로 김 씨 얼굴을 때려 코피가 나게 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가 고소한 시점은 국내로 들어온 지 2년 지난 후였다. 현재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허 씨는 지난 8월 UPI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김 씨가) 나를 고소할 정도로 미워하는데 왜 한국에 따라왔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해했다.

중국서 벌어진 일들을 뒤늦게 고소한 것에 대해 김 씨는 고소장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원래 저는 국정원 조사관님이 중국에서 지은 죄로 한국에서 처벌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해서 지금까지 고소를 미뤄왔다. 그런데 허 씨가 (2018년 5월10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 출연해 자기의 더러운 썩은 과거는 하나도 반성 안 하고 마치 국정원 일만 하다가 속은 것처럼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게 분해서 (고소)하게 됐다."

그렇다면 김 씨는 왜 중국에 있을 때 허 씨의 폭행 혐의 등을 북한 국가보위부 등에 신고하지 않았을까. 허 씨는 "북한에 있을 때 국가보위부에 신고 안 하고 왜 한국 와서 신고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김 씨가 2018년 10월 경찰에서 허 씨와 대질신문하는 과정에서 진술한 대목이다. "(제가) 규정에 어긋난 행동을 해서 잘못을 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허 씨로부터) 지나치게 폭행당한 것이에요. 무단외출을 해서 처벌받을까봐 신고하지 못했어요. 보위부에서 알게 되면 북한으로 돌아가야 해요. 그래서 신고하지 않았어요." 김 씨도 자신에게 일정부분 잘못이 있었음을 시인한 셈이다.

▲ 중국 북한식당 류경식당 지배인과 종업원 단체사진. 뒷줄 왼쪽 첫 번째가 허강일 씨, 네 번째가 김모 씨(개명) [유튜브 '북한을 바꾸다' 캡처]

허 씨 "'편파적인 재판부' 기피신청 6번 모두 기각"

검찰은 2018년 11월 폭행·감금·상해 등 혐의로 허 씨를 기소했다. 다만 강제 추행 혐의에 대해선 증거불충분으로 혐의 없음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각하 결정을 내렸다.

2019년 1월14일 서울중앙지법 서관 501호 법정에서 첫 재판이 열렸다. 2년 6개월간 재판 끝에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6월10일 허 씨에게 징역 1년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며 검찰이 제기한 폭행·감금·상해 등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법원 판결문엔 "피고인(허 씨)은 '외국인인 북한 국민이 외국에서 범한 범행이므로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권이 없고, 남한에 들어오기 전 중국에서의 범행에 관해 다른 북한이탈주민은 기소하지 않으면서 피고인만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이며, 상해를 제외한 나머지 각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고 적시돼 있다.

법원은 이 같은 허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리 헌법 제3조에서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북한 지역도 대한민국 영토가 되고 북한주민 역시 대한민국 국민에 해당 한다"며 "형법 제3조(내국인의 국외범)에 따라 북한이탈주민인 피고인에게도 외국인 중국에서의 범행에 관해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권이 있다"고 판시했다.

허 씨는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그의 형 시효(時效)는 정지됐다. 형 시효가 정지됐지만 향후 징역을 살아야 하는 상황이다. 

김 씨 "전화 끊겠다"…언론 접촉 극도로 꺼려

허 씨는 지난 18일 UPI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재판부가 편파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그래서 변호사를 통해 여섯 번이나 재판부 기피신청을 했는데 모두 기각됐다"며 "항소하고 싶지만 문재인 정부 법원을 믿을 수 없다. 정권이 바뀌면 그때 항소를 제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1심 판결 이후인 지난 7월 허 씨는 전화통화에서 "북한에서도 감옥 안 갔는데 왜 여기서(한국에서) 감옥엘 가야 하느냐"며 "한국 정부를 위해 (중국에서 국정원) 스파이로 2년 일했는데 신분이 노출돼 한국에 왔다. 문재인 정부가 훈장은 못 줄망정 나를 범죄자로 몰아갔다. 누가 이 나라를 위해 목숨 걸겠느냐"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소인 김 씨가) 탈북해서 나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어떻게 내 신상정보를 알고 고소했는지 모르겠다"며 "걔(김 씨)를 배후조종하는 '진보 단체'가 법적 도움을 주고 있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허 씨는 '진보 단체'가 박근혜 정부 시절 총선 직전에 여종업원들을 한국에 데리고 온 자신을 범죄자로 낙인찍어 구속시키려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현재 고소인 김 씨는 언론과 접촉하는 걸 극도로 꺼리고 있다. 그는 지난 17일 UPI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기자하고 말할 일이 없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기자가 '허강일 씨 소송과 관련해 여쭤볼 게 있다'고 하자 "전화 끊으면 되지요"라며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이후 그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내) 전화번호를 누가 줬느냐"며 "(내) 전화번호 알려준 사람을 똑바로 얘기 안 하면 경찰서에서 (기자를)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탐사보도팀 김지영·남경식 기자 tamsa@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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