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피했으나 불씨는 남긴 국민의힘 녹취록 공방

조채원 / 2021-08-19 12:23:59
원희룡 "불공정한 경선, 정권교체 방해해"
초선의원 7명 성명 내 "갈등·분열 반대"
홍준표 "당과 나라의 미래 생각해야"
선관위원장 임명 문제 갈등 재발 가능성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대권주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전화 통화 녹취록 공방이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원 전 지사가 지난 18일 통화내역 전체공개를 요구했지만 이 대표는 응하지 않았다. 확전을 피한 셈이다.

원 전 지사도 "앞으로 공정경선을 실천에 옮겨달라"고 당부하는 선에서 추가 공세를 하지 않기로 했다. 당 내부에서도 공멸로 대선 패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면서 더 이상의 집안싸움은 안된다는 강경한 분위기다.

▲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원 전 지사는 19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저거 정리된다' 발언 논란에 대해 "대표에 의해 지금 훼손되고 있는 공정 경선을 지키기 위해 저를 던져 제동을 건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존재감을 띄우기 위해 '저거' 논란을 의도적으로 키우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반박한 것이다.

그는 이어 "사실 토론회를 빨리하고 많이 하는 것은 저에게 유리하면 유리했지 불리하지 않다"며 "하지만 그렇게 노골적이고 인위적인 불공정한 경선이 진행이 되면 국민들이 이걸 받아들이기도 어렵고, 또 나중에 경선에 불복하는 빌미가 되기 때문에 정권교체가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전날 원 전 지사의 긴급기자회견 후 "그냥 딱합니다"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후 입을 닫았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드릴 말씀은 별로 없다"며 침묵했다.

이 대표가 통화내역을 전면 공개하지 않은 건 진실이 무엇이든 갈등만 증폭될 뿐 어느 쪽에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이 대표의 언행을 놓고 당 안팎에서 "자중지란", "아사리판", "내부총질" 등의 비판이 쏟아진 것도 이 대표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당대표와 대권주자의 '상호 저격전' 지속이 정권교체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김웅, 조태용, 김형동 의원 등 초선 7명은 전날 단체 성명서를 내 "최근 당내에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분열을 보면서 무거운 자괴감을 느낀다"며 "정권교체로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임을 잊지 말자"고 호소했다.

대권주자 홍준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 내분 상황이 안타깝다"며 "당 분열은 곧 (대선) 패망이니 모두들 한발 물러서 당과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자"고 당부했다.

이어 "상호검증을 통해 최상의 정책과 무결점 후보가 본선에 나갈 수 있도록 공정한 경연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지금의 지도부가 할 일"이라며 "선수들은 이런 지도부의 방침에 따라 국민들을 설득하는 일에만 열중하는 것이 당내 경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내달 1일 경선버스가 순조롭게 출발하기까진 또 하나의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오는 26일 출범할 경선관리위원회의 선거관리위원장 인선 문제다. 특정 대선 캠프에서 서병수 경준위원장의 공정성을 문제삼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서병수 카드'를 고집하면 내홍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당 지도부가 '플랜B'로 의견을 모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당 내분이나 이 대표 리더십에 대한 문제제기의 본질은 경선 관리의 공정성 시비로 비치기 때문이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매 대선 때마다 지도부끼리, 대선 주자들끼리의 논쟁과 논란은 반복돼왔던 일"이라고 전했다. 경선이 시작되면 내홍은 자연스럽게 주자 간 경쟁으로 바뀔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

신 교수는 "이 대표가 본인이 원하는 선관위원장이 누구든 밀어붙일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결론을 내리지 않은 채 봉합한 '저거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 대선주자들이 수용 가능한 인사가 선관위원장으로 물망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해 '적합한' 선관위원장 임명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좀 더 많은 분들이 납득할 수 있는 분이 선관위원장이 되어야만 한다"며 "그래야만 우리 당의 경선 과정도 순탄하고 그렇게 선출된 우리 당의 대선 후보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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