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을 통해 생산성 개선이 이뤄지려면 기업의 가치 창출 원천이 기계·설비 등 유형 자산에서 소프트웨어·데이터베이스·연구개발(R&D) 등 무형자산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 과정이 더디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18일 발간한 '디지털 혁신과 우리나라의 생산성 역설'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 정도, ICT 인프라, 혁신역량 등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초여건이 양호하지만 경제성장과 생산성은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의 혁신지수 순위는 2012년 21위에서 지난해 10위로 11계단 상승했지만, 고소득국가(OECD 회원국 중 2018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국가) 대비 상대 소득수준은 50%대, 상대 노동생산성은 70%대에서 상승 폭이 둔화되는 추세다.
보고서는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면 기업의 가치 창출 동인이 기계·설비 등 유형 자산에서 소프트웨어·기술개발(R&D)·데이터베이스 등 무형자산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무형경제로 전환된다"면서 "그러나 유형자산 위주의 투자 행태와 인적·조직자본 등 비기술혁신에 대한 투자 부진은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2011~2015년 유형투자 대비 무형투자 평균 비중은 38.9%로 미국(74.9%), 영국(74.8%), 네덜란드(73.1%) 등 주요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현행 금융 지원 체계도 디지털 전환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됐다. 기술금융은 안정성보다는 성장성에 초점을 두고 담보 기반의 대출 등 간접금융보다 지분투자 등의 직접금융 지원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여전히 대출 위주로 지원이 이뤄져 자금 수요가 가장 많은 창업 초기 고위험·성장 기업에 대한 투자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선영 한은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과장은 "우리나라는 높은 수준의 ICT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경제구조가 여전히 기존 유형경제 프레임에 의존하고 있어 기술혁신의 생산성 개선 효과를 제약해 생산성 역설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성 역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ICT산업 구조와 투자 및 금융구조를 디지털 혁신에 적합한 형태로 전환해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무형자산 투자의 절대 규모도 늘리고 기술혁신과 비기술혁신 사이 투자 균형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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