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사과가 아닌 백신공급 정상화가 본질 작년 말 문재인 대통령과 모더나 CEO의 화상통화는 인상적이었다. 4000만 회분의 백신공급을 계약하는 현장이었다. 그러나 8개월이 지난 지금 국민들이 마주한 현실은 '백신 부족'이다.
애초 제대로 된 계약이 아니었다. 선진국과 달리 구체적 공급계획이 없었다. 야권에서 '호갱계약 정치쇼'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은영 중앙사고수습본부 백신도입사무국장은 "제약사(모더나)와 연내도입 물량은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월별·분기별 구체적인 공급 일정은 협의를 통해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방역당국은 부랴부랴 대표단을 꾸려 모더나를 방문했다. 백신 공급 지연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지만 또 빈손으로 돌아왔다. 대표단은 "모더나 측이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며 기존 통보했던 공급량보다 더 많이 공급하겠다 말했다"고 했지만 역시 구체적인 공급 일정은 밝히지 못했다. 추후 안내하겠다고만 했다. 구체적 답변은 없었다는 뜻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위탁 생산될 예정인 백신 물량을 국내 우선 공급하는 방안도 제시했지만 모더나 측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민앞에 확실히 내민 것은 "진심어린 사과를 받았다"는 레토릭이었다. "모더나 측이 공급 차질로 인해 발생한 한국 정부와 국민의 '어려움'에 대해 사과했다"(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는 것이다.
정말 사과를 하기는 한 걸까. '당신의 불편함(어려움)에 대단히 유감'이라는 식의 표현은 미국 기업에서 컴플레인 응대시 흔히 쓰는 문구다. 정확한 의미는 불편하다니 유감이라는 것이지 잘못해서 죄송하다는 게 아니다. 이런 상투적 레토릭을 '진심어린 사과'로 아전인수식 해석을 한 건 아닐까.
모더나 측이 진심어린 사과를 한 것이라 해도 달라질 건 없다. 백신 공급 지연이라는 본질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모더나가 사과를 했든 안했든 구체적인 백신 공급 일정은 안갯속이다.
화상통화에 이어 모더나 방문도 결국 정치쇼였던 것인가. 18일 기준 한국의 백신 2차 접종률은 15%로 OECD 최하위다.
KPI뉴스 / 김해욱 기자 hwk1990@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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