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도민 재난지원금 둘러싼 '명낙대전'…지방의회에서 2라운드

안경환 / 2021-08-10 18:11:50
이재명계 "소득상위 12% 포함 지급" 제안…이 지사에 힘 싣기
비 이재명계 "독단적 운영, 도의회 분열 야기"…일방통행 견제
이른바 '명낙대전'이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둘러싸고 지방 정치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명낙대전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간 가열된 후보 경쟁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발단은 경기도의회 내 대표적 이 지사 지지세력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등의 '전 경기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일방적 발표로, 이낙연 지지세력 등 비 이재명계가 '의총'까지 거론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 지난 9일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제안하고 있는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단. [안경환 기자]

10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박근철 대표의원을 비롯한 도의회 민주당 대표단은 지난 9일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득상위 12%를 포함한 제5차 재난지원금 전 도민 지급"을 이 지사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군 부담을 최소화를 위해 도와 시·군의 재정분담비율을 9대 1까지 높여야 한다"며 "도의 재정상황을 살펴본 결과 추가세수 등을 감안할 때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도의 분담률을 높여도 재정에는 큰 무리가 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의회 대표단의 제안 형식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민주당 대선 예비 후보들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는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경기도의회라는 큰 지방 정치조직이 나서서 이 지사를 지원하고 있다는 정책지지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 제안 직후 민주당 132명의 의원들이 포함돼 있는 카카오톡 단톡방에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어겼다는 불만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하는 민주당 의원이 4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도의회는 전체 142개 의석수 가운데 민주당이 132석을 차지한 절대 다수당이다. 나머지 의석수는 국민의힘 6석, 정의당 2석, 민생당 1석, 무소속 1석 등으로 극소수다.

A 도의원은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건의는 민주당 모든 도의원들의 의견이 아니다"라며 "대표단이 의원총회 등 의견 수렴을 위한 최소한의 절차도 어긴 채 이재명 지사를 지원하기 위한 일방적인 발표였다"고 했다.

민주당 대표단은 소속 의원의 불만이 끊이지 않자 10일 오전 긴급회의를 연 뒤 박 대표의원이 직접 사과문을 단톡방에 올리며 진화에 나섰다.

박 대표의원은 "전 도민 재난지원금 제안 기자회견과 관련, 의원 한 분 한 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도가 재난지원금과 관련된 예산을 공식적으로 의회에 제출하면 상임위와 예결위 등 전체 의원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 송한준 의원을 비롯한 경기도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10일 '민주당 대표단의 일방적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제안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경환 기자]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B 도의원은 박 대표의원의 사과와 관련해 "의회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손상된 것에 대해 말씀(전 도민 재난지원금 제안)의 '철회'를 선언하는 게 먼저"라고 지적하며 박 대표의원의 독단적 의회운영을 겨냥했다.

전반기 의장인 송한준 의원을 비롯한 8명의 의원들은10일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박 대표의원이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찬성하는 기자회견을 강행한 게 민주당 당론에 부합하는 것인가, 또 민주당 전체의원이 민주적 절차에 따른 합의의 과정이 있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절차적 정당성도, 명분도 없는 기자회견은 의회를 분열시키고, 도민의 의견을 묵살하는 행위며 더 나아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와 다름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의원의 공개적 사과 및 의원들과 소통하지 않고 일방적 결정을 한데 대한 책임을 지라고 촉구했다.

이 지사를 향해서도 "대통령 후보로 나온 만큼, 경기도를 포함한 대한민국 모든 지역의 국민이 처한 고통을 함께 보듬을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의회와의 소통 없이 1380만 도민의 혈세가 들어가는 정책의 일방적 추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결국, 민주당 대선 경선과 맞물려 계파 간 갈등을 보여준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대표의원이 이재명 지지자 모임인 '경기민주평화광장' 상임대표를 맡고 있고, 도 의회내 대표적 친이계로 분류되는 만큼 일방적으로 이 지사의 정책에 힘을 실으려 하자 이낙연계를 비롯한 비 이재명계 도 의원들이 견제에 나섰다는 것이다.

C 도의원은 "결국은 치열하게 진행 중인 민주당 대선 경선과 맞물려 자신들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에 힘을 싣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일촉즉발로 변하자 장현국 경기도의회 의장은 오는 11일 오후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단, 대표단이 참여하는 긴급회의를 열고 민주당 대선 경선이 도의회 분열로 치닫지 않도록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인천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박 대표의원이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발표를 하던 지난 9일 인천시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하기 전 의총을 열고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논의했다.

의총에서 일부 시의원들이 '전 시민 재난지원금'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갑론을박 끝에 추경재조정에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정부 결정대로 88%에만 지급하기로 했다.

이와 맞물려 경기도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시·도 가운데 일부는 반대 성명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소득하위 88%에도 지급할 여력이 빠듯한 상황에서 부자도인 경기도가 앞장서 다른 시도를 열등 광역 지자체로 만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기도는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의 폭등으로 연말까지 추가 세수만 1조 원이 넘게 걷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PI뉴스 / 안경환 기자 ji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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