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보다 외국인 근로자·유학생 '우선 접종' 타당한가

김해욱 / 2021-08-04 02:24:59
질병관리청, 접종소외계층에 포함해 우선권 부여
"자국민 백신 부족한 상태서 특혜 아닌가" 주장도
정부가 자국민의 백신 접종률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올라오기도 전에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을 우선 접종 대상자에 포함시킨 것과 불법체류자에게 자국민과 동일한 접종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달 3일부터 만 18~49세 연령층 중 코로나19 백신 우선접종 대상자의 사전예약이 시작됐다. 우선 접종 대상자는 약 200만 명으로 필수업무 종사자(대중교통 근무자, 택배근로자, 환경미화원, 콜센터 종사자 등), 아동·청소년 밀접 접촉자(학원·청소년 관련 종사자, 실내체육시설 종사자 등), 감염 위험이 높은 시설(일반·휴게음식점, 노래연습장, PC방 등), 접종 소외계층(장애인,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등)으로 분류했다.

▲지난달 30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18~49세 약 1700만명 등에 대한 사전 예약 방식과 일정, 접종 기간 및 백신 등 코로나19 예방접종 8월 시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4일 기준 우리나라의 백신접종률은 1회 이상 접종은 39.3%, 접종 완료는 14.3%에 불과하다. 당초 정부가 제시한 집단면역 기준은 전국민 70%였고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된 현재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85%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달 백신 보유 물량 조기 소진으로 50대 이상 백신 사전예약이 일시 중단되는 등 자국민들은 백신 물량 부족으로 예약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코로나 상황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자국민들은 백신을 맞지 못해 애가 타는 상황에서 외국인에게 우선 접종 특혜가 제공된 것이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외국인이 모두 우선접종 대상인 것은 아니다"며 "다만 외국인 근로자는 접종소외계층으로 판단돼 지역 사회 전파 차단을 위해 예외적으로 우선접종대상에 포함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유학생을 소외계층에 포함시킨 이유에 대해서는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번 예약하는 데 많은 고생을 했다는 A(54) 씨는 "자국민도 접종 예약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일부 외국인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은 특혜나 다름없다"고 당국의 기준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입국이력이 없어 일반 국민 사전 예약이 불가능한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에게도 자국민과 동등하게 접종을 제공한다고 질병관리청은 밝히고 있어 이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외국인이 한국인보다 코로나 감염확률이 적거나 전파를 덜 시킨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국민 보호를 위해 외국인도 접종을 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미국 등 다른 백신 선진국도 외국인 여행자나 불법체류자를 대상으로 백신을 제공하지만 자국민은 언제라도 접종이 가능할 정도로 백신 물량이 충분한 상황이어서 우리와는 여건이 다르다.

▲지난 3일 한국에 체류 중인 한 외국인 패션모델의 SNS에 올라온 백신 사전 예약 완료 인증글. [SNS 캡처]

지난 3일 한국에 체류 중인 한 외국인 패션모델의 SNS에는 마포구에 백신 사전 예약을 마쳤다는 글이 올라왔다. 오는 18일에 맞을 예정으로 우선 접종자 자격으로 예약을 완료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접종 대상자로 선정되면 오는 17일부터 백신 접종을 받는다.

일반 접종 예약자들은 26일부터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다. 외국인 패션모델이 한국인 패션모델보다 감염확률이 높거나 전파를 더 빨리 시킨다는 과학적 근거 역시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특혜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KPI뉴스 / 김해욱 기자 hwk1990@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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