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적은 윤석열?…'메시지 리스크' 관리 발등의 불

조채원 / 2021-08-03 11:22:15
민란에다 부정식품·페미니즘까지…입만 열면 논란
진보 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일제히 '尹 때리기'
윤석열 "정치는 처음이라…조심하겠다" 자숙모드
국민의힘 지도부 "여의도 문법 익히는 과정" 방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입만 열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지난 6월 29일 대선 출마 선언후 한 달 동안 '주 120시간 근무' '민란' '부정식품' '건강한 페미니즘' 발언 등으로 설화를 거푸 자초하고 해명하는데 진땀을 빼왔다.

'입 리스크'가 커지면서 '메시지 관리'에 비상이 걸린 형국이다. 윤 전 총장은 3일 "조심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 강북권 원외 당협위원장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진보 진영 정당, 윤석열에 뭇매…"책 한 권만 읽은 사람 경계"·"무지도 폭력"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 정당은 이날 국민의힘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에게 '공부 좀 더 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내며 맹폭을 이어갔다. 사회·경제 이슈 등에 대해 진단과 분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의견을 더하니 빈약한 국정 철학만 드러난다는 것이다.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선택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는데 선택의 폭이 부정식품과 정당식품 사이에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며 "국민 누구나 빈부에 상관없이 건강하고 질 좋은 식품을 섭취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국민 기본권 중 하나이며 국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국의 정치인 디즈데일리는 단 한 권의 책 밖에 읽지 않은 사람을 경계하라고 했다"며 "윤 후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한다"고 비꼬았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해 "부정식품을 사 먹을 자유를 과연 자유라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며 "윤 전 총장은 한국사회가 발전해오면서 합의했던 많은 원칙에 대해 다시 고민해보셔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 기본소득 토지세법 조속한 논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페미니즘 논란'으로 국민의힘과 연일 각을 세웠던 정의당도 가세했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페미니즘을 저출생 문제로 연결시키려는 윤 전 총장은 여성의 현실도, 청년들의 현실도 하등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전날 국민의힘 초선 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서 여성 할당제 관련 질의응답에서 저출산 원인을 따지며 "페미니즘이라는 게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 남녀 간의 건전한 교제도 정서적으로 막는 역할 많이 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배 원내대표는 "정치적 이득을 보기 위한 수단으로 페미니즘을 이용하는 것은 다름 아닌 윤 전 총장이며 국민의힘"이라며 "무지도 폭력"이라고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윤석열 "조심하겠다" 자숙…김재원·김기현 "적응하는 과정" 방어

윤 전 총장은 이날 논란성 발언들에 대한 지적을 수용하며 자숙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는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서울 강북권 원외 당협위원장들과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많이 유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치를 처음 시작하다 보니까"라며 "검사시절에는 재판부와 조직 수뇌부 같은 팀원 분들을 설득하는 것이 직업이었다"고 했다. "정치는 조금 다른데 제가 아마 예시를 들어가면서 설명을 조금 자세하게 하다보니까 오해를 불러일으킨 부분도 있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전 총장이 여의도 문법에 적응하는 과정"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본격 정치행보에 나선 지 이제 막 한달이 지난 윤 전 총장인 만큼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정치적 반대자들이 악의적으로 (자신의 발언을) 해석해서 선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단계에서 편하게 이야기하다 보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가진 철학의 문제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기본적으로 어떤 말을 하고 나서 내 뜻은 이거였다고 다시 설명해야 된다면 이제 그런 말은 할 필요가 없다"며 "그런 과정을 익혀나가는 단계라고 본다"고 했다. 더 이상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지 않도록 신중한 태도를 취하라는 조언으로 풀이된다.

▲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오른쪽)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원내대표도 이날 KBS라디오에서 윤 전 총장의 '건강한 페미니즘' 발언에 대해 "정치적 코멘트를 하는 데 있어서, 아직 정치권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다 보니까 조금 생경한 표현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발언의) 진심을 봐야 되는 것이지, 하나하나 문구를 가지고 볼 일은 아니다"라고 옹호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유력 주자로 상대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다보니 취약한 점들이 부각되는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실제로 페미니즘 등 일부 발언은 표현이 미숙하다기보다 내용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여진다"며 "발언의 취지가 왜곡됐다는 식의 대응보다는 왜곡 소지 자체를 제공하지 않도록 캠프나 당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국민의힘은 당대표실 산하에 대선 예비후보 검증단을 설치하고 선제적으로 위기 관리에 들어갈 방침이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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