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왜 '따르릉 이준석'에 사인을 받았나

김당 / 2021-07-28 15:14:01
[리뷰] 윤석열이 이준석 만날 때 '원픽'한 '따르릉 이준석'
윤석열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이 책을 다 읽어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삼복더위에 '치맥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은 일요일인 25일 오후 서울시내 대학가의 한 치킨집에서 생맥주잔을 부딪치며 1시간 30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서울 광진구 대학가의 한 치킨집에서 만났다. 중도∙무당층이 많은 자영업자와 청년층의 관심을 끈 이날 '치맥 회동'에는의도적인 'PPL 광고'도 눈에 띈다. [뉴시스]


정치인에게는 모든 때와 장소, 그리고 언행에 정치적 의미가 있다. 대선 여론조사 시장에서 부동의 1위였던 윤석열 예비후보의 지지율 그래프가 속절없이 하향세를 그린 시점이었다. 국민의힘 당 안팎에선 윤석열의 입당을 채근하는 이 대표의 겁박에 대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권 교체를 원하는 야권과 중도 성향 지지자들의 '불안감'과 '불화'를 해소하고 '정권교체의 길을 함께 가는 같은 편'임을 '보여주기 위한 자리'였다. 실제로 회동 이후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입당에 대한 '불확실성의 해소'를 성과로 꼽으며 '대동소이'와 '시너지'를 강조했다.

 

'치맥 회동'의 PPL '바른치킨'과 '테라 생맥주' 그리고 책 한권

 

불발에 그쳤지만, 회동 장소로 '광진구 화양동 바른치킨 건대역점'을 택한 것은 회동 직후 인근에 사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뚝섬 한강공원에서 '깜짝 3자 회동'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여론을 감안해 야외 회동이지만 '3자 번개 만남'은 취소되었다.

 

'치맥 회동'을 대학가의 치킨집에서 한 것은 중도∙무당층이 많은 자영업자와 청년층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다. 의도적인 또는 의도하지 않은 'PPL 광고'(영화나 드라마의 소품으로 특정 제품을 노출해 홍보 효과를 노리는 광고)도 눈에 띈다.

 

이미지 연출과 카메라 기자들을 위해 의도적으로 창가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영상을 보면, '바른치킨'과 '테라 생맥주' 그리고 책 한권이 눈에 띈다. 최근에 출간된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이준석이 나갑니다 따르르르릉〉(이하 '따르릉 이준석')이란 긴 제목의 책이다.

 

▲ 윤석열 예비후보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사인을 받은 책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이준석이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교보문고 제공]


윤 후보는 우석훈∙이한상∙채진원∙최광웅∙홍희경 등 각계 전문가 12인이 '이준석 현상'을 분석한 이 책을 가져와 이 대표에게 사인을 받았다. 그는 "제가 나이만 먹었지 정치는 우리 이 대표님이 선배이기 때문에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고 몸을 낮추기도 했다.

 

윤 후보는 치킨집에서 나와 기자들에게 "학교 다닐 때는 '해방 전후사의 인식'을 필독서로 봤는데 이 책은 '이준석 전후사의 인식'(부제)이다"라면서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이 책을 다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PPL 광고'가 아니라 노골적인 광고다.

 

'따르릉 이준석'은 도대체 어떤 내용의 책이길래 윤 후보는 이렇게 말했을까?

 

"이준석 현상은 정권교체 넘어 정치교체∙세대교체 바라는 기대감의 표현"

 

이 책은 1부 이준석의 도장깨기, 이제부터 시작이다, 2부 이준석 현상의 명과 암, 3부 이준석 시대의 뉴노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준석 당대표 선출을 계기로 시의성에 맞춰 급조한 책이지만 전문가 12인의 분석은 알차다.

 

'멀쩡한 보수의 등장'(프롤로그), '이준석 빼고 다 집에 가라니'(에필로그), '36세 당수를 맞이하는 46세 당직자의 충격과 공포'(부록)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대체로 이준석과 '이준석 현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한 책이다.

 

우선 베스트셀러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교수(성결대)는 "투표해도 창피하지 않은 보수 정도가 아니라 아이돌급 '워너비'까지 갖춘 새로운 정치인이 등장했다"면서 "청년들이 지지하기에는 뭔가 꺼림칙한 '반북 보수'와 '경제 보수'의 견제를 뚫고 '멀쩡한 보수'가 등장한 것"에 주목했다.

 

우 교수는 이준석이라는 '멀쩡한 보수'의 등장으로 앞으로 1년간 한국에서는 이준석으로부터 시작되는 많은 변화가 진행될 것이라며 이를 '이준석발 보수 퍼펙트 스톰'으로까지 명명했다.

 

우 교수는 특히 지난 서울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청년층 표심과 한국 정치지형을 특징짓는 두 축(대구의 보수 투표와 광주의 진보 투표)이 세대투표 양상으로 바뀐 것을 근거로 내년 대선에서는 '광주의 민주당 몰표'가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런 전망을 토대로 그는 "조국에 등 돌렸던 10대와 20대에게 '안티 조국'의 아이콘은 바로 윤석열이고, 이준석과 윤석열은 상징 코드 면에서 케미가 아주 높은 조합"이라며 "이 조합의 대선 파괴력이 상징 측면에서는 가장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1호 데이터정치 평론가인 최광웅(데이터정경연구원 원장)은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수집해 집계 평균화 방식으로 경향성을 파악해 이준석을 표현하는 키워드로 △남성 △2030청년 △수도권 △중도∙무당층의 네 가지로 요약했다.

 

최 원장은 "'이준석 현상'은 더 이상 바람이 아니라 현실이고 이준석 개인에 대한 기대가 아니라 당 쇄신에 대한 국민적 요구"라며 이준석의 이런 강점은 "정권교체에 머무르지 않고 정치교체와 세대교체까지 바란다는 기대감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정치학자인 장훈 교수(중앙대)는 "'이준석 현상'은 1987년 민주화 이후 뻣뻣해지고 무감각해진 제도권 정치에 대한 반란"이라며 "반란의 에너지는 오랫동안 생활세계의 바닥에서 축적되어 왔다"고 분석한다.

 

장 교수는 "(축적된 반란의 에너지가) 이제야 순발력, 판단력, 마키아벨리적 냉정함을 두루 갖춘 젊은 리더를 통해서 폭발하고 있을 뿐"이라며 "이 폭발에는 여야가 따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준석 현상 만든 여론의 흐름은 '게임 체인저'"

 

강남좌파∙먹고사니즘 같은 신조어를 창안한 메시지 크리에이터이자 이 책의 기획자인 공희준은 "이준석을 띄운 세대교체의 바람은 돌풍이 아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한반도에 불어올 계절풍"이며 "이준석 현상을 만들어낸 여론의 집단적 흐름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게임 체인저'"라고 진단한다.

 

평소 페이스북에서 586세대를 문제 해결 능력도 없으면서 80년대 운동권에 몸담은 경력만으로 권력과 명예가 보장되는 자리를 한 세대에 걸쳐 해먹은 '똥팔육'으로 조롱해온 그는 "한국은 586세대가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주요 부문의 실권을 주도권을 30년 가까이 '전일적으로' 지배∙장악해왔다"면서 "강준만 교수가 소장파 시절인 199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가 세상을 바꾼다'라고 선언했던 명제는 이제 '세대교체가 세상을 바꾼다'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준석이라는 분화구를 통해 군사독재에 버금갈 세대독재를 자행해온 기득권 권력자들을 향해 집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민심의 화산이 마침내 폭발한 것"이라며 "'분노의 마그마'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거칠고 뜨겁게 콸콸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 공정의 다층성을 보여주는 앵거스 맥과이어의 그림 [Interaction Institute for Social Change 캡처]


정치학자이자 공화주의자인 채진원 교수(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는 '이준석의 공정론과 한국정치의 과제'에서 미국의 유명한 화가인 앵거스 맥과이어의 그림을 제시하며 이준석의 '자유주의적 공정론'이 유승민의 '공화주의적 공정론'을 수용할 것을 제안한다.

공정의 다층성을 보여주는 이 그림은 키가 제각각인 3인이 담장 밖에서 야구 경기를 관람하는 네 가지 모습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현실(reality)과 담장을 제거한 자유(liberation), 평등(equality)과 공평(equity)의 차이 등으로 우리가 말하는 '공정'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임을 보여준다.

 

채 교수는 이어 "이준석의 당면과제는 '영남 지역당', '부자∙기득권 정당', '꼰대당' 등 부정적 이미지 탈피를 위한 쇄신"이라며 "'공화주의적 정책정당'에 짝을 맞추는 중도실용정당의 정체성을 가미해 중도∙청년층 마음을 얻는 게 시급하다"고 제언한다. 그는 구체적으로는 2020세대를 옥죄고 있는 불공정한 임금체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호봉제 철폐와 직무급제 임금제도의 도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개방성과 투명성을 바탕을 한 자본주의적 정의 구현을 모토로 좌우를 가리지 않고 쓴소리를 해온 이한상 교수(고려대 경영대)는 "이준석의 기업관은 기업의 최우선 과제는 수익성이라는 주주자본의적 관점으로 파악된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기업이 사회의 공공선을 달성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같은 사회적 책임을 완수해야 하는 시대이다. 이준석은 기업을 더 공부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 교수는 이어 "대구에서 탄핵의 강을, 광주에서 민주화항쟁의 강을, 봉하에서 통합의 강을 건넌 이준석이 마지막으로 건너야 할 강은 자본주의적 정의인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경제다"라고 그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586세대는 불평등의 치유자가 아니라 불평등의 생산자이자 수혜자"

 

홍희경 기자(서울신문 국제부)는 "3김 정치 이후 산업화 대 민주화, 보수 대 진보, 영남 대 호남으로 대립이항을 만들어 맞서온 우리 정치는 적대적 공생의 길을 걸으며 '최악 대신 차악을 뽑으라'로 권했다"며 "유권자가 매우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 '차악'에게 투표하면 정치 전략가들은 이 선택을 '전략적 선택'이라고 추켜세웠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고 진단한다.

 

▲ 1987년(맨위)과 2021년 현재의 인구 피라미드 변화를 보면 더 이상 한 세대가 전 세대를 이끄는 정치가 아니라 각 세대가 서로의 처지를 조율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통계지리정보서비스 캡처]


시공간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관심이 많은 홍 기자는 "5060세대든, 2030세대든 '생물학적 특성'에 걸맞은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숙명"이라며 "바뀐 인구 피라미드(1987년 대 2021년)의 형태는 더 이상 한 세대가 전 세대를 이끄는 정치가 아니라 각 세대가 서로의 처지를 조율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한다.

 

홍 기자는 이어 2019년 유엔 기후변화 연설을 2003년생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맡은 사례를 들어 "각국의 정치 앞에 놓인 과제는 이전 몇 년 동안에 비해 한층 복잡하고 한층 장기적인 과제들"이라며 "지금 정치적 결단을 내리면 20대가 나이 든 뒤 결과가 나올 현안을 결정하는데, 왜 50대가 가장 큰 발언권을 얻고 있어야 할까에 대해 기성 정당은 답변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인다.

 

돌이켜보면 '이준석 현상'을 배태한 '586 기득권 세대'에 대한 경고음은 몇 년 전부터 울렸다.

 

'세대'라는 키워드로 한국 사회의 위계 구조가 어떻게 세대와 맞물리며 불평등을 야기해 왔는지를 데이터 분석에 기반해 파헤친 이철승 교수(서강대 사회학과)가 2019년에 쓴 책 〈불평등의 세대가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 그것이다.

 

이 교수는 이 책에서 "586세대가 민주화운동으로 얻은 기회와 특권으로 후속세대에 분배해야 할 부와 권력을 지난 15년 이상 장기적으로 독점하면서 이제는 불평등의 치유자가 아니라 불평등의 생산자이자 수혜자로 등극했다"고 비판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5일 서울 광진구의 한 치킨집에서 만나 건배하고 있다. [뉴시스]


이 책의 공저자들은 대체로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를 서로 약점을 커버해주며 시너지 효과를 내는 '보완재'로 진단한다.

 

윤 후보가 이 대표가 저자로 참여한 대담집 〈공정한 경쟁〉(2019년) 대신 '이준석 현상'을 분석한 책을 가져가 사인을 받은 것은 일종의 '헌사'이다. 이 대표는 윤 후보에게 '승리의 그날까지'라는 문구를 적어줬다고 한다.

 

기획자인 공희준에 따르면, 이 책은 우석훈∙박용진∙김세연의 대담집 〈리셋 대한민국〉(정리 공희준)에서 의기투합한 우석훈 교수 등이 '우정 출연'해 만들어졌다. 1만 권 판매분까지는 기획자인 공희준이 인세를 가져가고, 1만 권 이후부터 공동저자들에게 인세를 지급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공희준의 인세는 순전히 '이준석 현상' 덕택일 것이다. 우정 출연한 공저자들이 인세를 받게 된다면 이는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이 책을 다 읽어야 한다"고 광고해준 '윤곰'의 공일 것이다. 바쁘다는 핑계를 입에 달고 사는 정치인들이 얼마나 이 책을 읽을지는 모르지만.

 
K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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