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협치보다 국민 책임지는 정치가 더 우선"
추미애 "'잘못된 거래'…체계·자구 전문기구 필요"
이재명·우원식 "세금 많이 낸게 무슨죄…자괴감" 여야가 지난 23일 합의한 국회 원구성과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일부 강성 지지층이 "반개혁적"이라고 비판하며 '문자폭탄'을 보내는 등 항의가 빗발치는 가운데 지도부 내에서도 파열음이 불거졌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법사위 개혁에 논의가 집중돼야 한다"며 "청와대와 함께 국정을 운영하는 여당으로서, 국회 5분의 3을 채우도록 선택받은 정당으로서 야당과의 협치보다 국민에게 책임지는 정치가 더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야당에 법사위원장을 넘겨주며 만들었다는 '안전장치'를 두고도 "해당 상임위원장이 야당일 경우나 상임위원회 5분의 3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총선에서 의석수가 달라지는 경우 바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안이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동학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국회법을 개정해 별도의 체계·자구 심사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앞서 민주당은 법사위를 야당에 넘기는 대신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키로 했다. 법사위에 오른 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기까지 체계·자구 심사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줄이고 법사위 기능도 체계·자구 심사로 한정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야당의 의도적 '발목 잡기'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선 주자까지 비판에 동참하며 상황이 쉽사리 안정되지 않고 있다.
추미애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법사위원장 야당 양도 합의'의 잘못된 거래를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추 후보는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를 빌미로 법안 상정의 발목을 잡는 구실을 해왔다"며 "그래서 여당은 지키려 하고, 야당은 기어코 빼앗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체계·자구 심사기한 단축에 대해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이 아니다"라며 "법사위 권한을 사법 관련 업무로 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정부의 법제처 같은 체계·자구 전문기구 신설을 요구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주말 내내 비난 메시지로 들끓었다. 강성 지지자들은 "개혁과 혁신을 저버렸다", "찬성한 의원들 낙선운동 한다", "촛불을 배신했다" 등 거친 표현으로 반발을 쏟아냈다. 특히 야당과 합의를 주도한 윤호중 원내대표를 향해선 '배신자', '역적' 같은 원색적 비난이 줄이었다.
한동안 잠잠했던 '문자 폭탄'도 기승을 부렸다. 이재명 후보는 "새벽부터 전화벨이 울리고 문자 메시지가 쏟아져 도저히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후보는 문자 내용이 법사위원장을 야당으로 넘기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공개하며 "이런 식으로 문자폭탄을 보내면 업무 방해에 수면 방해, 하던 일도 못 한다"고 일침했다. 얼마 뒤 해당 글은 삭제됐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전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비난을 의식한 듯 "제일 아쉬운 점은 법사위원장을 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법사위를 주면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며 강성층 달래기를 시도했다. 윤 원내대표는 "법사위를 개혁하기로 한 것이고 지금까지 상원으로 상왕 노릇을 하던 법사위와 법사위원장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강성 지지층이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넘겨준데 강력 반발하는 것은 법사위가 사실상 '상임위의 상임위' 역할을 해온 탓이 크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의 전체회의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에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민주당은 개원 초기 180석이라는 의석을 확보했음에도 야당 방해로 법사위에서 법안 처리가 지연될 것을 우려해 전반기 법사위원장까지 포함해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식했다. 야당은 상임위원장 한 자리도 맡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야당이 뒤집어씌운 독주의 족쇄를 벗어던진 만큼 더욱 과감히 수술실 CCTV 법, 공정한 언론생태계 조성 입법, 사법개혁과 2단계 검찰개혁 입법, 한국판 뉴딜, 부동산투기 근절 입법 등에 속도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소득 하위 88%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에 대해서도 당내 불만이 만만찮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세금 많이 낸 게 무슨 죄라고 굳이 골라 빼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어려울 때는 콩 한 쪽도 나눈다고 하는데 얼마나 섭섭하겠느냐"며 "연대 의식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추미애 후보도 "여·야·정이 흥정하듯 숫자를 더하고 뺐을 생각을 하니 화가 날 뿐"이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의원은 지난 24일 SNS에 글을 올려 "12%의 국민을 가리는 데 드는 비용과 비효율까지 생각하면 말이 되지 않는데도 선별을 이념으로 갖는 관료의 벽을 넘지 못했다"며 "정말 자괴감이 든다"고 성토했다.
윤 원내대표는 예산을 깎는 건 국회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예산 증액은 정부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헌법 조항을 근거로 들며 "헌법적 제한이었다"고 해명했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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