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바람' 타고 與 3위권 도약…당내 개혁 선두주자
중도층·비주류 공략이 급선무…양자구도 깰 비책 필요
더불어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 후보를 뽑는 본경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주자 6명은 오는 10월10일까지 13주간 혈투를 벌인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가 치열한 선두 싸움을 벌이고 나머지 4명의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정치는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80여일 간 누가 부상하고 추락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대권 6룡을 탐구하는 시리즈를 싣는다. 이재명·이낙연·추미애·정세균·박용진·김두관 후보 순으로 게재한다. 최근 지지율 흐름과 당내 관계자 평가 등을 종합한 것이다.
⑤ '97세대' 박용진…'조금박해' 일원으로 여당 내 개혁 선두주자
'삼성 저격수'로 이름 알린 뒤 '유치원 3법'으로 전국구 스타 도약
71년생으로 50대인 박용진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중 유일한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다. 20대 국회에서 당내 소신파 그룹인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일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조국 사태' 등 당의 비상 국면에서 쓴소리를 마다치 않아 국민 관심을 모았다. 다른 여당 의원들에 비해 '내로남불' 이미지가 적다는 평을 받는다.
성균관대 총학생회 출신으로, 사회운동을 하다 민주노동당 등 진보계열 정당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민노당 대변인을 거쳐 2008년 민노당 분당 이후 진보신당에서 부대표를 지냈다. 2011년 '친노' 세력이 주축이 된 '혁신과 통합'에 몸 담게 되면서 민주당에 합류했다.
민주당에선 주로 대변인 등 공보·홍보 업무를 맡아왔다. 20대 총선에서 서울 강북을에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고 21대 총선에서는 서울 지역 당내 최다 득표율을 기록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20대 국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을 제기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엄격한 사법처리를 주장했다. '삼성 저격수'로 불리며 이름을 알리게 됐다.
대중에게 '박용진' 석자를 각인시킨 건 지난 2018년 유치원 비리 사태 때다. 그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17개 시·도교육청 감사에 적발된 전국의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공개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립유치원의 정부 지원금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해 대표발의한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이른바 '유치원 3법'은 '박용진 3법'으로도 불린다. 유치원 3법은 지난해 1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통과됐다.
캠프는 2030 세대 주축…대표공약은 '남녀평등복무제'
대선 캠프는 2030 세대 중심으로 구성됐다. 싱크탱크 온국민행복정치연구소는 소장 등 2명을 제외한 5명이 20·30대다. 의원실 보좌진도 절반 이상이 2030 세대다. 캠프는 청년정책네트워크, 청년혁신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젊은 층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정책 브레인'은 '88만원 세대' 저자인 우석훈 성결대 교수다. 우 교수는 온국민행복정치연구소장을 맡았다.
최근 박 후보는 10∼20대가 주 이용층인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적극 공략중이다. 팔로워 수가 1만5000명에 달한다. 틱토커(틱톡 동영상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틱톡 젤리 챌린지', '편의점 최애 조합 만들기', '국회의원의 QnA' 등을 선보였다.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에 맞춰 직접 춤추는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30 표심을 잡기 위한 소통 행보로 보인다.
그는 지난 5월 9일 여권 대선 주자 중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지며 '행복국가'를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그는 "'안심'과 '다행'이라는 복지국가의 최소 안전망에 머물지 않고 국민들께서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고 노력의 대가를 제도적으로 보장받는 나라가 바로 '행복국가'"라고 주장했다.
공약은 △국민행복주거 △국민행복자산 △국민행복병역 △국민행복배당 △국민행복창업 등이다.
대표 공약으로는 남성과 여성 모두 40~100일 정도 의무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남녀평등복무제'가 꼽힌다.
박 후보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여성과 남성 모두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통령 당선 이후 임기 1년 차에 여군 규모, 부대 종류, 배치, 역할, 예산 등을 고민하는 '남녀평등복무제 도입준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공언했다.
남성 표심 중에서도 젊은 남성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현행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해 국방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지난 18일엔 부동산 문제 해법으로 탄력적인 고밀도 개발, 과감한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좋은 집 충분 공급' 전략을 제시했다. 공공 주도·보유세 강화 등을 강조한 당내 다른 후보들과 달리 시장과 민간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중도층에 어필하겠다는 차별화 공약으로 풀이된다.
젊고 참신한 이미지로 중도층 포섭능력 갖춰…조직·계파·쌈짓돈 부족은 약점
정치 경력이 경쟁자들에 비해 부족하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고전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세균·추미애 후보와 범여권 3위를 다투며 선전하고 있다.
상승세는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바람'이 분 시기부터 시작됐다. 박 후보측에서 캠페인이나 조직 확장에 성과를 낸 시기도 아니어서 일각에선 '이준석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승세가 이어질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국민에게 대선 주자로서 어느 정도 각인되면서 앞으로도 주목도가 올라갈 것이란 낙관론이 있다. 반면 친문 영향력이 거센 당 구조상 '비주류' 박 후보가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오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UPI뉴스는 박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살펴보기 위해 'SWOT' 분석을 실시했다. SWOT 분석은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과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인을 살펴보는 분석기법이다.
최대 강점은 후보들 중 가장 젊고 참신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재선으로 활동하며 스캐들,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고 모범적 의정활동을 해왔다. 이미지가 깨끗한 편이다.
민주당이 '조국 사태'와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4·7 재보선에서 참패한 뒤 쇄신의 목소리가 높다. 여당 내에서 개혁과 쇄신의 선두 주자로 박 후보가 꼽힌다. 평소 2030세대와 소통을 중시하면서 젊은 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박 후보가 당내 어느 계파에 속하지 않은 점도 주목받는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21일 UPI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박 후보는 '친노', '친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프레임 논란에서 자유롭다"며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의 눈치를 보지않고 평소에도 정부·여당 실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에 중도층 포섭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무계파는 동시에 약점으로도 꼽힌다. 뚜렷한 계파가 없는 만큼 이렇다할 당내 지원세력도 없기 때문이다. 조직·계파·쌈짓돈이 없는 '3무(無) 주자'라는 점이 박 후보의 가능성이자 한계로 거론되는 이유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민주당은 '친노', '친문' 등 주류 문화가 발달돼 있는 정당이란 평가를 받는다"며 "그런데 박 후보는 비주류로서 6명의 경선 예비후보들 중 당내 지지세력이 가장 약하다"고 지적했다.
엄 소장은 "그렇다고 타 후보들에 비해 차별화된 정책이나 공약을 보여주는 것 같지도 않아보여 주목도에 비해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며 "3위 싸움에서도 추미애 후보에게 한발 밀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 후보는 당내 지도부나 국무위원, 국회 상임위원장 등의 굵직한 경력도 거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으로서의 능력은 어느정도 입증했으나, 리더로서의 자질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대통령에겐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 리더십이 무엇보다 우선시되는데 박 후보에겐 물음표가 달린 셈이다.
'李-李' 양자구도 굳혀질까 걱정…당내 비주류, 중도층 집중 공략해야
그렇다면 박 후보가 '이준석 돌풍'처럼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기회요인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비주류 대선주자가 살아남기 위해선 우선 당내 개혁세력과 비주류, 중도층 공략에 집중해야한다.
최근 양강인 이재명, 이낙연 후보는 연일 상호 비방전을 벌이며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여배우 스캔들, 군면제, 혜경궁 김씨 의혹 등을 공략하고 있는 타 후보들과 달리 박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정책 검증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마타도어(흑색선전)나 네거티브 공세가 아닌 정책과 공약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두 후보 간 사생결단식 난타전에 염증을 느낀 일부 당원과 중도층이 박 후보를 대안으로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최근까지 이재명, 이낙연 양측과 거리를 두며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어느 한쪽이 치명상을 입으면 박 후보에게 기회가 올 수도 있는 것이다.
박 후보에게 위협요인은 역시 이재명, 이낙연 후보의 양자 대결 구도다. 양자 구도가 견고하면 군소후보들은 설자리를 잃는다. 특히 '반이재명 연대'가 강화되고 단일화가 본격화되는 것이 박 후보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낙연 후보에게 세가 몰릴 경우 박 후보도 이재명 후보나 이낙연 후보 중 양자택일해야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끝까지 완주한다해도 하위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홍 소장은 "이재명, 이낙연 경쟁구도로 계속 가게되면 국민들과 언론의 관심이 두 후보에게 집중된다"며 "그렇게 되면 박 후보는 자신의 정책적 비전이나 경쟁력을 어필해볼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로서는 현 양자구도를 깰 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박 후보는 '몸값 키우려고 나온 것 아니냐'는 일부 의혹의 시선에 "이번에 승부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이재명 후보와 최종 후보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룰 것이라며 큰소리를 쳤다.
'미스터 쓴소리'의 새 바람은 민주당에 태풍으로 불어닥칠까 아니면 미풍에 그칠까. '언더독의 반란'은 현재진행형이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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