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넘을라"…하반기 가계대출 더 조이는 은행

안재성 기자 / 2021-07-13 16:29:39
상반기 가계대출 2.8% ↑…카카오뱅크 등 대형 공모주에 우려 커
"금융당국, 유례없는 압박…대출 한도 축소·판매 중단 확대될 것"
은행의 가계대출이 올 상반기에 3% 가까이 늘었다. 금융당국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5% 이내로 맞추라며 은행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의 가계대출 상품 한도 축소나 판매 중단이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크래프톤 등 대형 공모주들이 몰려 있어 대출 증가세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5%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은행들이 가계대출 축소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셔터스톡]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올해 6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9조1073억 원으로 지난해말(670조1539억 원) 대비 2.8% 늘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5.6%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5%)를 초과하게 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과 전셋값 상승세가 계속되다보니 주택 구매 목적 혹은 전세 자금 마련 목적의 대출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로 인해 하반기에 주택담보대출이 더 확대될 수도 있다"며 "특히 전세대출은 금융당국조차 틀어막는 걸 꺼려하다 보니 높은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잠재된 신용대출 수요는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반기에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등 대형 공모주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며 "공모와 함께 신용대출이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4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상장할 때 청약 증거금 마련을 위한 대출 신청이 쏟아지면서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이 6조8401억 원 급증했다. 월간 기준 사상 최고액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4000만 원을 밑도는 등 가상화폐 열기가 연초 같지는 않지만,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휴화산으로 여겨진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억누르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은 유례없을 정도로 강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월간이나 주간 기준으로 한 은행의 증가율이 타행보다 조금만 높아도 즉시 경고가 날아온다"며 "심지어 가계대출이 많이 실행된 지점별로 금융감독원 직원이 방문해 조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억지로라도 가계대출을 취급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가계대출 상품의 한도 축소나 금리 인상, 판매 중단 등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NH농협은행은 지난 6일부터 개인신용대출의 최고 한도를 기존 2억5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낮췄다. 지난달에는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를 0.2%포인트 내리고, 모기지신용보험(MCI) 대출과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의 판매를 중단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관리비 대출, 솔져론, 하나원큐 중금리 대출, 하나원큐 사잇돌 대출 등 4종의 신용대출 신규 판매를 멈췄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5개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축소했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달부터 잘 쓰지 않는 마이너스통장의 재약정 시 한도를 최대 20% 감액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은행의 대출태도는 하반기에 더 경색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3분기 가계 주택대출 태도는 –18로 2분기(-9)보다 9포인트 떨어졌다. 가계 일반대출 태도(-18)는 18포인트나 급락했다. 대출태도 지수가 내려갈수록 해당 대출에 소극적이라는 뜻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축소하기 위해 동원 가능한 방법은 모조리 동원하라는 지시가 자주 내려온다"고 밝혔다.

그는 "본사 차원에서의 한도 축소나 판매 중단 외에도 지점별로 심사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쉽게 통과하던 대출 신청도 지금은 막히거나 시간이 길게 걸리는 경우가 다수"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지점장이나 본부장 전결로 한도 초과 대출이 나가거나 금리인하 혜택이 주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상상도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주를 망설이게 하기 위해 금리는 최대한 높게 받고 있다"며 "한도 초과 대출은 은행장도 부탁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그럼에도 가계대출 증가율이 5%를 초과할 가능성이 읽힐 경우 11~12월쯤에는 일시적으로 신용대출 취급 중단 등 특단의 조치가 내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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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성 /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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