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후폭풍에 휩싸인 이준석

조채원 / 2021-07-13 13:05:52
김기현 "전국민 지급 합의, 팩트 아냐"
이준석 "오해…선별 지원이 당론"
與 "국정이 장난인가" "합의 이행하라"
국민의힘 내 역풍…'0선 리스크' 우려 제기
지난 1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의힘은 즉각 합의를 뒤집었다. '선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후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이라는 당론을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도 "오해다. 선별 지원이 당론"이라며 주워담느라 진땀을 뺐다. 무엇보다 리더십에 물음표가 붙었다. 국민의힘은 '합의한 사실이 없으니 번복도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선 '0선 당대표 리스크' 우려가 고개를 든다. 

여당은 "국정이 장난인가", "합의를 이행하라"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100분 대표', '탱자 대표'라며 이준석 때리기도 곁들였다.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선별지원이 당론"…이준석, 논란 진화 나서

'당사자' 이 대표는 13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 번복 논란에 대해 "국민의힘은 선별 지원이 당론"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어 "추경 관련 33조원 규모 중 소상공인 지원에 해당하는 부분이 3.9조다. 그 부분의 비중을 늘리자고 제안을 했고, 송영길 대표가 긍정적으로 검토해줘서 사실상 합의했다"며 "송 대표 측은 경계선, 행정 비용 문제 등 때문에 전국민 (지원이) 어떻겠냐고 해서 형식은 제 입장에서 충분히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두 가지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합의 결과가 '전국민 지원'으로 알려지면서 여야 내부에서 반발이 나온 데 대해선 "오해다. 대변인이 배석하고 4인이 식사하기로 했는데, 방역 강화로 옆 방에서 대변인에게 우리가 스피커폰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전날 황보승희 수석대변인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합의에 대해 "현재까지 검토한 안에 대해 훨씬 더 상향된 소상공인 지원을 두텁게 하는 안으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며 "지급 시기는 방역상황을 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대표의 주장은 '남는 재원이 있을 시 전국민에 대해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하겠다'는 것인데, 여론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에 강하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이어 이 대표는 "총액 부분에서 33조를 언급했는데, 총액을 늘리자는 (것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도 협상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번복 논란'의 파장을 가라앉히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여야 대표 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팩트가 아니어서 그 부분에 대해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합의 내용을 언론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배달 사고'라는 것이다.

▲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운데)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김 원내대표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해도) 현재 재원 33조 원 외에 추가 확보는 불가하다"며 "종전 입장과 같은 입장으로 추경 심사를 할 것이라는 게 당의 입장"임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핀셋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줄곧 고수해왔다.

與, '이준석 자격미달' 부각하며 "합의 이행" 한 목소리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여야 대표의 '합의'를 이행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해 100분만에 말을 바꾸는 '100분 대표', 귤 맛을 뽐냈지만 덜 익은 '탱자 대표'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송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현재의 재난지원금 분류 방법에 따르면 부동산 등 재산이 많은 사람은 받을 수 있지만, 무주택 맞벌이는 재난지원금을 못 받을 수 있다"며 "이번 합의는 이 대표가 실용적 접근을 보여준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민 지원을 합의한 적 없다'는 국민의힘 김 원내대표와 상반된 주장이다. 이어 송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의 결단을 존중하고 뒷받침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윤호중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저녁에 있었던 여야 당대표의 재난지원금 합의를 국민의힘이 100분만에 번복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문제에 대해 여야 대표간 정치적 합의가 이렇게 가벼워서야 되겠느냐. 이 대표와 국민의힘에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아침에 일어나니 100분만의 번복이라고? 웬일인가 했는데 국민의 힘이 국민 목소리 좀 듣나 했더니 역시 근데 당 대표를 이렇게 깔 봐도 되나? 어이가 없다!!! 정치 불신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표간 합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 대선주자들도 '이준석 때리기'에 가세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서 "아무리 약속이 헌신짝 취급받는 정치라지만 이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은) 혼선을 빚은 데 대해 국민께 사죄하고 여야 대표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라"고 적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도 페이스북에 "합의를 100분 만에 뒤집다니 국정이 장난인가"라고 적었다. 그는 "골목경제의 저수지에 물을 대야 한다"며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 지급해 내수를 살리고 중소 자영업자가 기지개를 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서도 거센 역풍 맞아…'0선 당대표 리스크'라는 지적도

이 대표의 뒤늦은 진화에도 당내에서 성토가 빗발치는 등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고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0선·30대 당 대표의 경험 부재, 당 철학과 노선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의 문제를 노출했다는 것이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13일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 체제는 당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라며 "추경은 원내대표의 소관이고, 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야간의 합의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정확한 인식'이 부족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경제통' 대선주자 윤희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대선의 전선은 다음 세대가 희망을 못보는데도 온 힘을 다해 시스템을 고치기는커녕 국민의 돈을 선심성으로 뿌리며 철 지난 이념과 자기들 패거리만 챙기는 후진 정치를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에 형성돼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어제 양당대표간의 '전국민재난지원금 합의'는 이번 대선의 전투의 가장 중요한 전선을 함몰시켰다"고 비판했다.

▲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지난 2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어 윤 의원은 "당대표의 사후적인 변명이 내세우는 것처럼 추경액수를 늘렸냐는 중요하지 않다"며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힘 지지자를 꼿꼿이 세우고 합리적인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를 망가뜨린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철학의 붕괴"라고 일갈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 국민에게 용돈 뿌리기는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며 "재난지원금을 주더라도 코로나 사태로 피해가 큰 자영업자들에 대해 현실적인 손실보상을 책정하는 방향이 맞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원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그간 전국민대상 지원금을 지급할게 아니라 자영업자의 생존자금으로 지급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런 제 주장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이어 "국민을 표로 보니까 금액을 줄여서라도 전국민에 지급하려고 하는 여당의 의도를 비판해야지, 야당도 동의했다며 숟가락을 얻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의원총회에서 다시 물길을 돌려야한다"고 제안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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