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빠진 사이다' 이재명, '전략적 인내' 언제까지

김광호 / 2021-07-13 11:38:29
이낙연 지지율 상승세…이재명과 격차 한자릿수로
'부자 몸조심' 프레임 우려…윤석열 흔들린 것도 영향
'전략적 인내' 유지 방침…이재명 "내부결속 단단해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선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1강' 이 지사가 다소 주춤하는 사이 2위 이낙연 전 대표가 치고 올라온 것이다. 둘의 지지율 격차가 한자릿수로 좁혀지면서 이 지사가 위협받는 형국이다. 이 지사가 본선을 위해 경선 주자들의 파상공세에도 인내하는 '로키(low-key) 전략'을 고수할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7일 경기 파주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후보 정책 언팩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예비경선 '반이재명 연대' 공세에 휘청…'국밥' 전략으로 버텨

앞선 예비경선에선 '반이재명 전선'을 구축한 후발주자들이 합세해 이 지사를 몰아세웠다. 배우 김부선씨와의 스캔들 의혹, 형수 욕설 논란 등 도덕성 문제와 이 지사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이 몰매를 맞았다.

이 지사는 후보들의 공세에 맞대응하기 보다는 반박하는 정도로 수위를 조절해왔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분열을 최소화하기 위해 싸움 대신 원팀 정신을 강조하고 중도 확장까지 꾀하는 '국밥' 역할을 하겠다는 셈법이다.

그러나 이 지사가 지나치게 방어적 태도로 일관해 손해를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선 과정에서 "김빠진 사이다"라는 비판이 나온 데다 자칫 '부자 몸조심'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는 것이다.

예비경선에서 너무 몸을 사린 탓인지 이 지사 지지율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가 2차 TV토론에서 '여배우 스캔들' 해명 요구에 "바지 한번 더 내릴까요"라며 발끈한 건 치명적 실수로 꼽힌다. 다혈질 성격인 자신의 단점을 부각해 대통령감 답지 못한 불안감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 지사의 하락세에는 맞수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휘청인 것도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당내 주류인 친문 진영과 지지층이 '이재명 대안'을 돌아볼 여유를 갖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X파일' 의혹에다 장모 실형, 부인 김건희씨 사생활·논문 표절 논란 등 여러 악재에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7일 경기 파주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후보 정책 언팩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윤석열과 양자대결서 첫 추월…범진보 주자 지지율, 이재명 29.7% vs 이낙연 20.6%

이 전 대표는 이 지사가 '반이재명' 후보들에게 얻어맞을수록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세가 눈에 띈다. 호남, 친문 지지층이 다시 이 전 대표에게 집결한 것으로 보인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10, 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1명 대상으로 실시) 결과 이 전 대표가 가상 양자대결에서 43.7%를 얻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41.2%)을 처음으로 앞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날 공개한 여론조사(TBS 의뢰로 지난 9, 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4명 대상으로 실시) 결과에 따르면, 범진보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이 지사는 29.7%, 이 전 대표는 20.6%를 기록했다. 전주대비 이 지사는 2.4%포인트(p) 떨어졌고 이 전 대표는 7.7%p 올랐다.

두 조사는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 결과에 한껏 고무된 이 전 대표 측은 '대역전의 시작'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TV조선, 채널A 공동 주관 토론회에서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상승세 일시적이란 반론도…이재명 '사이다 발언' 野에 쏟아낼 듯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세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반짝' 반사 이득에 불과해 이 지사를 위협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략적 인내' 모드를 유지할 건가, 아님 바꿀 건가. 이 지사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일각에선 지지율 정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당내 경선주자 대신 당밖 경쟁자를 더 강하게 때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전 총장,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등 야권을 향해 '사이다 발언'을 쏟아낼 것이라는 얘기다. 이 지사는 실제로 윤 전 총장이 대권 출마를 선언한 뒤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지사는 전날 작심한 듯 윤 전 총장에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SBS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 대권 행보, 아니다 싶은 대목이 있느냐'는 질문에 "결혼 전 행적이 결혼 후에 비호 또는 지원, 이런 의혹이 있으면 그 역시 철저한 검증 대상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 부인 검증 봐주기'란 논란이 일자 철저한 검증을 강조하며 차단에 나선 것이다. 당초 이 지사는 김건희씨의 논문 부정 의혹을 두고 "결혼하기 전 아무 관계도 없는 시절 얘기는 후보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영역"이라며 '검증은 후보자 본인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 지사는 또 "제가 그 말씀을 드린 후에 '나는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지금 여기까지 왔다' 이 말씀을 보고 좀 대단하신 분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비꼬았다. 윤 전 총장이 처가 의혹을 외면한다며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이 지사가 중도층을 흡수하고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지사 측은 일단 '전략적 인내' 기조를 본경선에서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빗발치는 공세에도 침착함만 유지하면 본경선에서도 대세를 굳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사는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시한번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될 때도 2, 3% 안의 박빙, 또는 30만표에서 50만표 차이로 겨우 이겼다"며 "내부 결속이 단단해야 되고 소위 중도 보수영역인 중원으로까지 진출해서 50% 넘겨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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