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대권주자 탐구] ② '엄근진' 이낙연, '대세'될 수 있을까

장은현 / 2021-07-13 11:18:37
'신복지' 플랜…"최저한 삶 보장하는 국가 만들 것"
핵심 지지 그룹에 호남·친문·언론 출신 대거 포진
신중함·안정감 최대강점…과감한 결단 저해 비판도
이재명 실점에 반사이익…정세균과 단일화 관건
더불어민주당의 제20대 대통령 후보를 뽑는 본경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예비경선을 통과한 주자 6명은 오는 9월5일까지 8주간 혈투를 벌인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이낙연 후보 등 5명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정치는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50여일 간 누가 부상하고 추락할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대권 6룡을 탐구하는 시리즈를 싣는다. 이재명·이낙연·추미애·정세균·박용진·김두관 후보 순으로 게재한다. 최근 지지율 흐름과 당내 관계자 평가 등을 종합한 것이다.

②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도지사·與 대표·총리 거친 안정감 최강 주자

 
▲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인 이낙연 후보가 지난 7일 경기 파주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대선 후보 정책 언팩쇼'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의 굴곡사…가난한 농부 집안 장남에서 5선 국회의원의 '중진'이 되기까지

이낙연 후보는 지난 5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모든 국민이 중산층 수준으로 살 수 있는 '최저한의 삶을 보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신복지' 계획을 제시했다. 이런 구상의 배경엔 어린 시절 찢어지게 가난했던 아픔이 있다.

1952년 1월 전남 영광의 가난한 농부 집안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먹을 것이 충분치 않아 물배를 자주 채웠을 정도로 생활이 어려웠다. 불우한 환경에서도 공부에 재능이 있어 학업에 매진했다. 중학교 때부터 광주로 유학을 가 광주북성중학교와 광주제일고를 다녔다. 그리곤 서울대 법대에 들어갔다.

서울대 입학 후에도 가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끼니를 자주 걸러 몸은 깡말랐다. 하숙비가 없어 친구네 집을 돌아다니며 며칠씩 묵었다. 대학 졸업 후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7개월 만에 그만뒀다. "고향에 있는 동생들에게 미안해 느긋하게 고시를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고 이 후보는 회상했다.

사회생활은 기자로 출발했다. 동아일보에 들어가 21년간 일했다. 주로 정치부에 있으면서 옛 민주당 주류 세력인 동교동계를 취재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가까워졌다. 정치 인생이 시작된 첫 지점이었다.

정계 입문 후부턴 '탄탄대로'였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고향 전남 함평·영광에 출마해 당선된 후 내리 4선을 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 도전해 전남지사도 했다.

지사 임기 중이던 2017년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최장수 총리' 기록을 남겼다. 지난해 21대 총선에 출마해 '미니 대선'이라 불리는 서울 종로구에서 승리해 5선 의원이 됐다. 화려한 경력을 차곡차곡 쌓으며 대권 도전 입지를 다졌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왼쪽 두번째)가 지난 9일 수해 피해를 입은 전남 해남군 현산면 초호리 무화과·아열대과일 농장을 찾아 자원봉사 공직자와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해남군 제공]

핵심 그룹 '호남·친문·언론출신'…'신복지포럼'으로 지지 세력 확장 노력

이 후보 지지 그룹은 '필연캠프'(필승 이낙연)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친문 중심의 중진 의원들이 주요 보직을 맡아 캠프를 주도하고 있다. 호남·언론 출신도 대거 포진해 있다.

동교동계 막내로 불리는 5선의 설훈 의원이 경선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대선 전략 전반을 지휘한다. 상임부위원장은 이 후보의 전남 지역구를 물려받은 이개호 의원과 박완주(충남 천안을), 전혜숙(서울 광진갑), 김영배(서울 성북갑) 의원이 맡았다.

캠프 운영 총괄직에는 친문 의원들이 몰려 있다. 대표적 친문 인사인 박광온 의원이 총괄본부장을 맡았다. 박 의원은 MBC 기자 출신이다. 동아일보 출신인 양기대 의원과 전남 보성 출신인 이병훈 의원이 부본부장을 맡았다. 종합상황본부장은 최인호 의원, 조직총괄본부장은 김철민 의원으로 정해졌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윤영찬 의원은 동아일보 출신으로 정무실장직을 수행한다. 미디어전략본부장을 맡은 허종식 의원은 경인일보와 한겨레신문을 거쳤다. 경향신문과 오마이뉴스 출신의 정운현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과 박래용 전 경향신문 논설위원이 캠프에 합류해 대외 메시지를 담당하고 있다. MBC 기자 출신 신경민 전 의원은 외교 분야 자문역으로 외교통일 정책 기초를 다지는 중이다.

당과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도 눈에 띈다. 공약 마련을 위한 정책 입안은 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장을 지낸 홍익표 의원이 총괄한다. 청와대 일자리 수석을 거친 정태호, 산업정책비서관을 맡았던 이장섭, 기획재정부 관료를 지낸 홍기원 의원은 분야별 정책 담당이다.

수행 비서실장에는 이훈 전 의원이 자리를 잡았고, 캠프 대변인에는 이낙연 '총리'와 '당대표' 시절 인사들이 중용됐다. 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았던 오영훈 의원은 수석대변인을, 총리 비서실장을 지낸 배재정 전 의원은 대변인을 맡았다.

이 후보의 대선 싱크탱크인 '연대와 공생'에는 분야별 외부 전문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대표를 맡고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사무총장을 맡는다. 정치·국민건강·사회·과학기술 등 6개 분과에서 김남국(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김재상(이화여대 생명과학과), 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 윤용태(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가 각각 활동한다.

이 후보는 '신복지포럼'을 출범시켜 지지 세력을 더 확장했다. 전국 17개 시도별 지역의 자발적 시민모임인 '신복지 포럼은' 지난 5월 8일 광주에서 출발했다. 현재 발기인 또는 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이들의 수만 해도 20만 명에 달한다.

▲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뒷줄 가운데)가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구 서울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신복지 전국 여성포럼' 출범식에서 지지 의원·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합리적·안정적 정치 vs 리더십·자기 색깔 부재…최근 '토지공개념 3법' 제시

이 후보는 '엄근진'(엄격·근엄·진지)이라는 별명처럼 신중하고 균형 잡힌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 대표 사퇴 후 대선 행보가 본격화하자 강점이 단점으로 작용했다.

균형감은 신속·과감한 결단에 방해가 됐다. 신중함은 각종 악재를 방어,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대선까지 남은 9개월,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내세워 대권을 손에 쥘 수 있을까.

UPI뉴스는 이 후보에 대한 'SWOT' 분석을 시행했다. SWOT 분석은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과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요인을 살펴보는 분석기법이다.

이 후보의 최대 강점은 풍부한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 이미지다. 지난 3월 대표 퇴임 기자회견에서 "화내지 않고 이기려 하지 않고 튀려 하지 않는 게 내 이미지"라며 "저의 장점이라면 국가 경영에 많은 경험을 갖고 좋은 성과를 냈다는 것"이라고 자평한 바 있다.

신중한 언행도 강점이다. 기자 출신으로 정계 입문 뒤 초선 시절부터 시작해 대변인직을 5차례나 맡았다. 2002년에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인의 대변인을 지냈다. 정치인이 말과 글을 통해 국민과 소통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후보의 말·글솜씨는 큰 장점으로 꼽힌다.

최대 약점은 강한 리더십의 부재다. 지나치게 조심하는 성격 때문에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상황을 매끄럽게 수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민심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지난해 7월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알려진 후  피해자를 '피해 고소인'으로 칭해 비판을 받았다. 당대표 시절 당헌·당규를 개정해 4·7 보선에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와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한 책임도 받고 있다.

새해 벽두엔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을 거론해 스스로 지지율을 까먹기도 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자 "촛불정신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통합 이미지를 노렸다가 지지층 미움을 산 모양새다.

최근 '토지공개념'을 내세운 것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다. "불로소득을 나눠 사회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며 토지공개념 3법(택지소유상한법· 개발이익환수법· 종합부동산세법)을 대표 발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 이낙연 후보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토지공개념 3법'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지율 상승세 타며 이재명과 양강 대결 진입…이재명 악재에 반사이익 

이낙연 후보는 대선후보 예비경선에서 점수를 많이 땄다. 1위 이재명 후보가 '바지 발언' 등으로 불안감을 드러낸 덕이 컸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낙연 후보가 반사이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낙연 후보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를 위협하며 추격을 넘어 추월도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캠프 내부에서 싹트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TBS 의뢰로 지난 9, 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4명을 상대로 실시) 결과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이낙연 후보는 18.1%를 기록했다. 이재명 후보는 26.9%였다. 지난주와 비교해 이재명 후보는 3.4%p 떨어졌으나 이낙연 후보는 5.9%p 대폭 상승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낙연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14일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는 거부감을 주지 않는 품격 있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고, 콘텐츠도 꽉 차 있다"며 "정책 역량이나 정직한 성품이 빛을 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후보를 저격하진 않았지만 현재 1위를 달리는 경쟁자를 의식한 답변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반등 효과'만을 노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8월 이후 굳어진 '이인자' 이미지가 크다는 것이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지 세력의 범위를 넓히거나 정세균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는 것이 타개책으로 제시된다.

이낙연 후보는 두터운 호남 지지층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호남 유권자가 '이길 수 있는 후보'로 몰표를 주게 될 땐 되레 비토세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만이 윤석열을 이길 수 있다'는 시각이 팽배해지면 이낙연 이탈표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권에 불고 있는 세대교체의 흐름을 고려해서라도 캠프 내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늘려야 이낙연 후보의 자체 경쟁력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세균 후보와 정치 이력, 배경, 색깔이 겹친다는 평을 받는 것도 위협 요인이다. 두 후보 모두 출마하면 표가 분산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어서다. 따라서 정 후보와의 '단일화'는 이 후보에게 중요한 기회 요인으로 작용한다. 정 후보의 지지율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는게 이 후보측 주장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낙연 후보가 최근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불안정한 입지로 인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민주당에서 '대세'가 형성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면 그것 자체가 반등의 기폭제가 돼 지지율 상승을 노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호남 출신, 중진 의원들로 구성된 캠프에 새로운 인물을 영입함과 동시에 정책과 공약도 탄탄히 만들어야 진정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KPI뉴스 / 장은현 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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