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아" "몰랐어"…투명 페트병 분리 배출 "난감하네"

김명일 / 2021-07-06 10:15:31
계도 끝 본격 시행 열흘째… 과태료 최대 30만 원
환경부·지자체, 연말쯤 단독주택 포함 전국 확대
"자연을 위한 일" vs "개인에 책임 전가" 반응 갈려
당국 "코로나로 는 폐기물 대책…시민 참여 절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 의무화 조치가 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본격 시행에 들어갔지만 현장 분위기는 시원찮다. 일일이 라벨을 제거하고 병을 세척해야 하는 게 번거롭기도, 까다롭기도 해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생수를 제외한 상당수 제품들의 라벨은 쉽게 제거되지도 않는다. 가뜩이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포장제품과 일회용품 소비가 늘어 개인이 감당해야할 분리수거가 늘어난 터에 설상가상이다.

▲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투명 페트병 분리수거가 본격 시행된 지난달 26일 서울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투명 페트병이 따로 모여져 있다. [뉴시스]

지난달 26일 계도기간을 끝내고 본격 시행된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투명 페트병 분리수거 방법이 강화됐다. 시행령에 따르면 페트병의 라벨을 제거하고, 내용물을 물로 헹군 후 뚜껑을 닫아 찌그러뜨려 지정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양질의 재활용 재료를 얻기 위한 정책인 만큼 문구가 인쇄되거나 색깔이 있는 페트병은 따로 버려야 한다. 뚜껑을 닫는 이유는 운송 과정에서 내부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플라스틱 뚜껑과 고리는 잘게 부수는 처리 과정에서 손쉽게 분리해낼 수 있다는 것이 재활용업체 측의 설명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단지 내 지정 수거함에, 단독주택 등은 따로 모아뒀다가 정해진 수거일에 배출해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목요일이나, 자치구별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분리수거 시행 열흘이 지났으나 현장 반응은 시원치 않다. 홍보가 부족해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는 불평도 나왔고,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서울 강동구 D오피스텔 분리수거장에는 투명 페트병 수거함이 있으나, 라벨이 제거되지 않은 폐기물이 대부분이었고 별도의 안내문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서울 송파구 신도시 아파트에 거주하는 A(46) 씨는 "안내장이나 홍보문 등은 보지 못했고, 분리수거장에서도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B(19·여) 씨는 "쓰레기 배출을 거의 도맡아 하지만, 투명 페트병을 따로 버리는 것은 보지 못했고 수거함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시민이 감수해야할 불편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A 씨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은 분리수거를 매우 잘 하는 것으로 아는데, 불편을 계속 시민과 소비자에 전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라벨 재질 개선이나 무라벨 제품 확대 등 기업과 생산자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B 씨는 "내용물도 헹궈야 하고, 라벨도 떼야 하고, 따로 모아야 하고, 위반 시 과태료 등 지나친 점이 느껴진다"면서도 "환경을 위해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페트병 제조사 제품 라벨이 아직 100% 바뀌지 않은 것도 문제다. 삼다수, 백산수, 아이시스 등 생수 시장점유율 3대 업체 라벨은 모두 뜯기 쉬운 제품으로 바뀌었다. 라벨이 없는 생수도 '친환경 소비' 바람을 타고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반면 청량음료 등 일부 페트병은 여전히 접착면이 강하고 깔끔히 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페트병 전체를 감싸는 라벨도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로 1L 이하 페트병에 적용되는 이 라벨은 눈금선을 따라 찢으면 간단히 제거된다는 설명이지만, 손톱으로 쉽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C(73) 씨는 "손톱이 약해진 노년층들이 손으로 떼기에는 무리"라며 "집에서는 커터칼을 이용하기라도 하겠지만, 야외에서 사 먹고 버릴 때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제조업체 측도 마냥 잘 떨어지게 만들 수만은 없어 고민이다. 업체 측 관계자는 "라벨은 단순히 제품명뿐만 아니라 재료, 함량, 영양정보 등 제품에 대해 반드시 소비자에 전달되어야할 정보가 담겨 있다"며 "떼기 쉽게 만들면 유통 과정에서 훼손될 수 있는데, 이 경우 반드시 반품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 6일 서울 강동구의 한 공동주택 분리수거장에 마련된 투명 페트병 수거함에 라벨을 떼지 않은 폐기물이나 일반 쓰레기가 뒤섞여 있다. [김명일 기자]

투명페트병 분리배출 정책은 지난해 12월 25일 환경부와 각 지자체가 공동으로 시범 시행에 들어갔다. 300세대 이상이거나, 150세대 이상 중 승강기나 중앙집중식 난방이 설치된 공동주택 등 전국 아파트 단지 1만7000여 곳이 대상이 됐다.

계도기간을 마친 지난달 26일부터는 정식 시행과 함께 과태료 부과 방침도 정해졌다. 1회 위반시 10만 원, 2회 20만 원, 3회 30만 원이 관리사무소에 부과된다.

서울시는 시범운영이 끝나는 올해 12월 25일부터는 상가, 단독주택, 150세대 이하 공동주택 등으로 시행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각 지자체도 보다 확대되고 강화된 시행과 단속을 준비 중이다.

서울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시민 불편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며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일이고, 코로나19 유행 이후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이 많아져 자원 재활용이 필수인데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은 이에 꼭 필요한 정책"이라 말했다.

또 "과거 재활용 업체들이 활용 가능한 양질의 폐 페트병이 부족해 대만과 일본에서 수입한 일도 있었다"며 "시민들의 노력으로 수입과 국내발생 폐기물이 모두 줄어드는 등 의미있는 일인 만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수거함마저 설치되지 않거나 분리수거가 이뤄지지 않는 공동주택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서울시 관내 아파트 등 공동주택 98%에서 수거함 설치 및 분리수거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자치구 보고 등을 통해 파악했다"고 말했다.

또 "소규모 아파트는 공간 부족 문제를 겪는 등 아직 전체 가구에 적용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필요시 분리함 설치를 지원하고 계도 활동을 계속하며, 상습적 위반 지역에는 과태료 부과 등 자치구와 연계해 행정력을 지속할 예정"이라 밝혔다.

▲ 지난달 28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2021년 하반기 이렇게 달라집니다'에 따르면 오는 12월 25일부터 전국 모든 주택 지역에서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제'가 의무화된다. [기획재정부 제공]

KPI뉴스 / 김명일 기자 terr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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