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자주 하는 건 덜 관심 받는 문제 알리기 위한 것"
"국회에서 평균과 가장 먼 사람…20대·여성·비례대표"
"필요할 때 더 힘 없는 사람 옆에 있는 국회의원 될 것"
21대 국회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의정생활을 처음 해본 여야 초선의원은 소회가 남다를 것이다. 개개의 '입법기관'으로서 보람을 느껴 열정을 키우거나 한계를 겪어 고민하는 시간을 보냈을 수 있다. 이들의 경험은 보다 나은 의정생활을 위해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초선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릴레이 인터뷰를 게재한다."빨간색 원피스, 안전모, 보라색 드레스, 타투."
정의당 초선 류호정(28) 의원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엄근진'(엄격·근엄·진지) 국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류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복장'으로 화제가 된 유일한 인물이다. 거센 비난 여론에도 "이런 거 하라고 국회의원 있는 것"이라고 맞선다. 대차고 당당하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을 받고 국회에 입성했다. 이전에는 게임회사, 노동조합에서 일했다. 이때는 정치인이 될 줄은 꿈도 꾸지 않았다. 직장 내 부조리를 목격한 것이 전환의 계기였다. 게임회사에 다닐 때 노조 설립을 추진해 권고사직을 당했다.
류 의원은 "해고 후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에서 활동할 때 많은 노동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결국 '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법이라는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입법자가 돼 정치를 해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갈 길은 여전히 멀었다. 국회 안에서 또 다른 한계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의 의원으로서는 모든 법안을 빠르게 통과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기 시작했다. 류 의원과 정의당이 퍼포먼스를 자주 하게 된 이유다. 23일 국회 본관 '코로나 손실보상법 처리 촉구 농성장'에서 그를 만났다.
ㅡ최근에는 타투업법 퍼포먼스가 화제를 모았다.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정치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국민이다. 비교적 관심을 덜 받는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는 국민께 호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국민 공감을 얻으면 국회 안에서도 공감하는 사람이 늘 것이라고 봤다. 보라색 드레스를 입고 타투를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없었다. 옷 한 벌만 입으면 될 일이었다. 누구에게 해를 끼치는 일도 아니다. 노동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알릴 수 있다면 얼마든 다른 옷도 입을 수 있다. 그들에겐 생존의 문제다."
타투업법 퍼포먼스가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 당시 헬멧을 쓰고 작업복을 입은 채 질의에 나섰다. 같은 달 말,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했을 때 류 의원은 입구에서 안전모를 쓰고 1인 시위를 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복장 시위'는 류 의원의 정치 방식 중 하나다. 국회의원이 퍼포먼스만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라는 것이 소신이다. "작은 이벤트지만 그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그는 말했다.
ㅡ국회에서 유일한 20대 의원이다.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평소 '국회에서 내가 가장 평균에서 먼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20대, 여성, 비례대표, 비교섭단체. 이런 수식어들은 소위 대우받지 못할 타이틀이기도 하다. (웃음) 그래서 이런 수식어를 다 가진 의원으로서 뭘 해야 할까 고민했다. 고민 끝에 '익숙한 장면이 아니라 낯선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내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일상을 살아가는 20대 여성의 모습을 국회에서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었다. 빨간색 원피스가 논란이 됐지만, 공론장에 청년 여성 한명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뿐이다."
청년 세대의 경쟁, 공존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당선되면서 능력주의나 무한 경쟁을 강조하는 데 대한 걱정이 커졌다. 그는 '모든 것을 경쟁으로 결정하고 능력으로 판단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까'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출발선이라는 경쟁의 룰만 공정하면 결과가 정의로울지 고민해야한다는 것이다. 류 의원은 "진보정당 의원으로서, 태어났기 때문에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에 대한 정책을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ㅡ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농성 중이다. 무엇 때문인가.
"1월부터 '손실보상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6개월 지난 후인 지난 16일에서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손실보상법이 의결됐다. 그런데 이마저도 충분치 않다. '소급 적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나온 법안이다. 시간을 끌 대로 끌고, 국민 관심이 줄어드니까 논의를 멈추는 것을 반복했다. 소급 적용과 관련해 본회의 때 수정안을 제출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상임위 전체회의가 언제 열릴지도 모르겠다. 이번 달 본회의에서 꼭 처리하겠다는 여당 간사의 약속이 있었으나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더 늦어지지 않도록 국민께 호소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ㅡ 앞으로 남은 3년 동안의 의정활동 계획은.
"주력하고 있는 의제 하나하나가 모두 굵직한 문제다. 정의당 의원이 6명이다 보니 상임위 업무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한다. '불평등 해소'에 방점을 찍고 필요한 법을 발의해 성과로 입증할 계획이다. 요즘에는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서 깊게 살펴보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지되면,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이 처럼 주목받기 어려운 문제에 주력할 것이다. '필요할 때 곁에 있었던 사람', '더 힘이 없는 사람 곁에 있는 국회의원'이고 싶다."
공교롭게도 이날 류 의원은 '멜빵바지'를 입고 본회의에 참석해 또 한번 화제가 됐다. 그는 "멜빵바지의 유래가 노동자 작업복으로 안다"며 "활동하기 편해 입은 것이고 별 뜻은 없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낯선 정치인'의 '낯선 의정 생활'은 계속될 전망이다.
KPI뉴스 / 장은현 인턴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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