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이준석 메시지, 지시·명령처럼 비치면 안 돼"

장은현 / 2021-06-16 10:53:45
전 새누리당 대표 인터뷰…"李 당선, 韓 정치사 한 장 넘어간 것"
"李,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중도와 국민의힘을 이을 연결고리"
정권 교체 '빅텐트' 강조 "윤석열측, 李 메시지에 기분 나빠해"
"당 밖 대선 주자들 모두 버스에 태워서 공정 경선 만들어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취임후 공식 일정을 시작하면서 대선후보 경선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대표는 '8월말 버스 정시 출발론'을 연일 강조하며 당 밖 대선 주자들의 합류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 언행이 '몰아붙이기'식으로 비친다는 비판적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 대표가 명분으로 내세운 '공정한 경쟁'도 중요하지만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 통합이 절박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신경전과 갈등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이정현 전 의원도 우려를 표했다. '자강론'만 앞세운 이 대표의 최근 행보가 최대 변수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 등 야권 대선 경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만으로는 정권 교체가 절대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는 이 전 대표는 당 밖 주자들을 "(버스에)모두 함께 태워야한다"며 '동승론'을 강조했다. UPI뉴스는 15일 오후 이 전 대표를 서울 종로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전직 당대표'의 생각과 구상을 물었다.

대담=허범구 정치에디터

▲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15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U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ㅡ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기간 내내 '이준석 돌풍'이 거셌다. '30대 0선' 당대표 선출 의미를 평가한다면

"한국 정치 역사의 한 장이 넘어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독립운동→산업화→민주화 세력으로 이어지면서 각 세력에게 부여된 시대 과제를 수행했다. 이제는 민주화 세력의 시대적 과제가 완성에 이르렀다. 새로운 주체 세력과 과제가 형성되고 있는 새 시대의 태동이 이준석의 등장으로 구체화한 것이다."

ㅡ기성 정치인에 대한 반감과 세대교체 바람이 이 대표 당선에 동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국민 다수가 정권 교체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정권 교체의 주체로서는 국민의힘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우리나라 국민의 20%가 보수우파, 30%가 진보라고 했을 때 50%는 중도다. 이 50% 중도 세력이 정권 교체를 바라면서, 또 동시에 국민의힘도 같이 변하길 바란 것이 6·11 전대 결과다. 

이제까지는 국민의힘에서 중도와 소통할 언어를 가진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정권 교체를 위해 중도를 반드시 끌어안아야하는데, 그 시기에 이준석이라는 사람이 등장한 것이다. 이준석 대표는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중도 세력과 국민의힘을 잇는 연결고리가 됐다. 국민의힘에게는 최고의 행운이다. 현 정권이 연장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그 길을 보여준 사람이 이준석이다."

ㅡ영남권 당원들은 보수성향이 강하고 젊은 층에 대한 지지도 낮은 편이었다. 이들도 전체적 여론 흐름에 동참한 건가

"여론보다도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강해 (당원들) 표심이 이 대표에 쏠린 것이다.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일각에서는 영남권이 '탄핵의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 문제와 이번 전대 결과는 별개라고 본다. 탄핵을 포함해 당 내외 이런저런 이견이 나올 사안들이 있을 수는 있으나 전부 '유보'다. 정권 교체 뒤에 정리될 수 있는 문제들은 정권 교체라는 '빅텐트'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낮춰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소환하는 것은 옛 상처를 후비는 것일 뿐이다. 어느 지역에서 탄핵의 강을 넘었네, 마네 하는 것은 레토릭에 불과하다."

ㅡ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서진(西進)정책'을 시작으로 국민의힘에 대한 호남 민심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 대표도 취임 첫날 광주를 찾았다.

"국민의힘은 물론 국민의힘 전신 정당들 모두 '호남 포기'로 일관해왔다. '호남포기를 포기하는 것'을 지켰어야 했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호남포기를 포기해야 한다. 이제까지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후보를 내려는 노력이나 호남 출신 후보를 밀어주려는 노력,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한 노력에서 진정성이 있었나. 제대로된 진정성을 보였다면 형식적으로 사진을 찍지 않았어도, 무릎을 꿇지 않았어도 자연스레 호남 민심은 바뀌었을 것이다. 호남인들의 호국 정신, 민주화에 공헌한 정신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다가간다면 훨씬 더 호남 사람들을 감동시킬 것이다."

▲ 15일 종로 사무실에서 UPI뉴스와 인터뷰하는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문재원 기자]

 

ㅡ정권 교체를 위해 국민의힘에 경쟁력 있는 주자가 있다고 보는가

"현재 국민의힘 안에 있는 주자로는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 아니 '절대' 불가능하다.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보면 유승민 전 의원은 2%대, 원희룡 제주지사는 1%대를 기록하고 있다. 죽었다 깨어나도 국민의힘 사람으로는 정권 교체는 불가능하다. 국민의힘은 4년 반 동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4번씩이나 참패를 당하고도 변화가 없었다. 이 대표 선출과 함께 이제는 바깥 세력을 하나로 모아 함께 해야 한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모든 사람을 '가상의 당'이라는 곳에 모아 함께 가야한다. 이 가상의 당에는 국민의힘도 한 계파가 된다. 국민의힘이라는 계파와 안철수라고 하는 계파, 윤석열 계파, 최재형(감사원장)·김동연(전 경제부총리)·홍준표(전 대표) 계파 등등. 크고 작은 계파가 가상의 당에 모여 정권 교체를 위해 경쟁하는 것이다."

ㅡ당 밖 대선주자들을 정권 교체라는 빅텐트 안으로 들이는게 이 대표의 제1과제로 보이는데

"그렇다. 윤석열의 '입당', 홍준표의 '복당', 안철수의 '합당'을 정교하게 추진하는 것이 이 대표의 제1 과제다. 그 과정은 물 밑으로 더 많이 접촉하고, 더 많이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나중에 빅텐트가 공개됐을 때 국민의힘은 엄청난 세 확장은 말할 것도 없고 안정적인 정권 교체 기반이 마련된 것을 증명해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대선 경선 룰을 치밀하게 만들고 실제로 집행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협의와 합의를 통해 공정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

ㅡ이 대표가 8월 말을 경선 버스의 데드라인이라고 강조하며 윤 전 총장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의 정치력을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 조금 더 지켜봤으면 한다. 그러나 윤 전 총장 측은 실제로 무지하게 기분 나빠한다. 신경전이 계속되면 갈등의 틈이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대표가 유의했으면 하는 부분이 몇개 있다. 우선 언론 보도의 노예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삿거리가 되는 발언 등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또 하나는, 대선 주자와 당 대표는 종속 관계나 상하 관계가 아닌 상호 존중하는 관계라는 점을 상기하고 싶다. 메시지가 지시나 명령처럼 비치면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당 대표가 '이렇게 정했으니 여기에 따라라'라는 식은 굉장히 위험하고 잘못된 정치 행위라고 본다. 과거 정치인들이 이렇게 했다.과거의 정치 문법이자 현재 문재인 정권의 '문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준석 정치'에서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ㅡ이 대표는 줄곧 '공정한 경쟁'을 강조했는데 대선 경선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 모두 버스에 '동승'시킨 후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를 돌아다니면서 직접 살펴야 한다. 농촌, 산간, 어촌, 중소기업과 대기업, 문화예술, 소상공인, 외교, 안보 등의 현장을 다니면서 국민을 직접 만나는 것이다. 국민과 나눈 여러 얘기를 바탕으로 대선 주자들끼리 3~5시간 동안 치열하게 토론도 해야 한다. 이 과정에 국민과 각계 전문가를 함께 참여시켜 대선 주자들의 정책적 비전을 평가하는 식으로 경선이 치러져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점수제를 마련해 1차 점수, 2차 점수, 3차 점수를 내고 최종적으로 1명을 뽑는 식으로 진행하면 공정한 경선이 될 것이다. 슈퍼스타K, 미스터트롯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경선 관리의 공정성을 위해 '당 밖의 위원회'를 구성할 것도 제안했다. 현재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높은 야권 후보들은 국민의힘 당원이 아니어서 국민의힘 관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당 밖에서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100인, 200인, 300인 등 일정 수의 위원회를 구성해 경선 룰과 경선 시기 등 일체를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을 이준석 대표가 철저하게 공정하게 이끈다면 큰 성과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ㅡ지난해 총선 이후 뚜렷한 정치적 행보를 하지 않고 있는데, 향후 계획은

"내 모든 정치 시계는 내년 3월 9일에 맞춰져 있다. 그때까지 정권 교체를 위해 경험, 경륜, 인맥 등 모든 것을 동원해 헌신하고 희생할 것이다. 어떤 직책을 맡아도 좋고 백의종군도 할 각오다. 그 이후는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

ㅡ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박근혜 대통령에겐 역사적인 복권이 이뤄질 것이다. 그곳에 있어야 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KPI뉴스 / 정리=장은현 인턴기자 e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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