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대선정국, 이재명 스텝은?…"11월까진 지사직 유지"

안경환 / 2021-06-08 10:18:18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돼도 연말까지 현직 유지 전망
"도정 집중" 약속 지키고, 세수 활용한 정책 실험도 가능

대선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여권 대선주자 가운데 지지율 1위 이재명 경기지사의 스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출마 선언은 언제, 또 현직 사퇴는 언제 할 것인가.

더불어민주당 내 '대선 경선 연기론'이 다시 불거지고, 이 지사의 '기본소득'이 여당내 대선주자들의 집중공격을 받는 등 여권 대선 시계가 불투명해지면서 이 지사의 거취 문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2018년 7월 1일 경기도청 신관1층 재난상황실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기도 제공]


일각에선 민주당 당헌당규대로 진행될 경우 민주당 후보 대세가 판가름나는 8월 말이나 9월초 지사직에서 물러나 전국을 상대로 이슈를 선점하며 대선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점쳐 왔다.

민주당은 당헌 당규상 대선 6개월, 즉 180일 전에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당헌대로라면 9월 초까지는 대선 후보를 확정해야 한다. 


'도정에 집중'…도민과의 약속 이행

결론부터 말하면 이 지사는 여당 대선주자로 확정돼도 연말까지 도정 운영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빨라야 오는 11월 중순 쯤 사퇴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 일각서 일고 있는 '대선 경선연기' 주장과 상관없이 9월 10일 전 대선주자로 확정됐을 때를 염두에 둔 관측이다. 대선 경선이 연기된다면 더 설명할 필요 없이 이 지사는 자연스럽게 11월 중순 이후 도정에서 손을 떼게 된다.

 

9월 10일 전 후보로 확정된다 하더라도 '조기 퇴진'을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의 배경은 "도정에 집중하겠다"는 이 지사의 약속이다. 한 측근 인사는 8일 "이 지사는 법에서 정한 기한까지 도정 운영에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이는 이 지사가 늘 언급해온 바와 같이 도정에 집중하겠다는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기도 제공]


공직선거법 제53조는 대통령선거 등에 입후보하는 공무원(선출직 공무원 포함)은 선거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2022년 3월 9일 치러지는 만큼, 사퇴기한은 오는 12월 9일이다. 즉, 이 지사는 이날까지 경기도지사 직을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지사측 인사들은 성남시장 재임시절 도지사 후보가 된 뒤에도 법정 사퇴시한을 꽉 채웠던 점을 예로 들고 있다. 2018년 6월 13일 열린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도지사 선거에 나선 이 지사는 공직선거법상 사퇴 시한인 같은 해 3월 15일자로 시장직을 내려놓았다. 이 지사는 당시에도 시정에 집중해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이유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슈 선점'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이 지사가 경기도가 아닌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대선후보 확정 뒤에도 '사퇴시한 준수'를 고수할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슈 선점을 위해서는 대선 후보 확정 전인 8월 말이나 늦어도 확정일 전후 현직을 사퇴해야 전국을 대상으로 한 이슈 개발에 '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사퇴 시일을 후보 확정일 이후로 늦출 경우, '후보 탈락' 후 도지사 재선까지 염두에 둔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비판받을 가능성도 있다. '조기사퇴론'은 이 같은 평가를 용납 않는 이 지사의 성품을 반영한 분석으로, 설득력 있는 전망이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기도 제공]


크게 달라진 도정 여건…'꿩먹고 알먹는' 12월 사퇴 배경


이런 설왕설래에 종지부를 찍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지사가 최근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조 원 이상 더 걷힌 '추가세수' 활용방안을 오는 10월까지 마련토록 실·국에 지시한 것이다. 그동안 회자했던 이 지사의 '조기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는 대목이다.

 

세수는 지난 4월 말 현재 5조1474억 원이 걷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8957억 원(21.1%) 더 걷힌 것이다.

코로나19로 전 지표가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도세의 70%를 차지하는 부동산 취득세가 급증한 것이다. 세목별로는 취득세가 전년대비 9243억 원 더 걷혔고, 레저세(-824억 원)와 지방소비세(-260억 원) 등은 감소했다.
 

6개월간 유예됐던 다주택자와 단기거래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조치가 지난 1일 시행된 만큼, 이를 피하려는 매매가 집중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5월까지 포함하면 추가세수는 1조 원이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한 활용방안을 지시했다는 것은 '예산활용 뒤 퇴진'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셈이 된다. 활용방안으로 이 지사의 대표적 브랜드인 '제3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이나 '기본소득 시리즈' 지원 등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추가세수를 활용할 경우 조기 퇴진 후 '빈 주머니' 상태에서 해야 하는 '이슈 선점'보다 안정적으로 훨씬 더 파급적인 '정책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도정에 집중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며 '의리의 정치인'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경기도가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 도 의회에 제출하는 시기는 회계연도 시작 50일 전인 11월 11일까지다. 예산이 세워지면 그대로 집행하게 돼 사퇴 시기는 이때부터 법정 시한인 12월 9일까지로 예측된다.

자연스레 이 때까지 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는 명분까지 마련해 놓은 셈이다.


민주당과 호흡 염두에 둔 '신중모드'도 한 몫

여기에 민주당의 심기를 자극하지 않겠다는 '신중모드'도 깔려 있다. 그동안 이 지사의 출마 선언이 오는 21~22일 있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으나 지금은 백지 상태다.

 

이 지사측 관계자는 "일각에서 오는 21~22일 이 지사의 출마 선언 등이 있을 것으로 예측됐으나 이는 현재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른 대선 경선 일정에 맞춘 추측"이라며 "아직까지 확정된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어 "설사 현행 당규대로 경선이 진행된다고 하더라고 이 지사는 대권 도전과 관련해 출정식이나 출마 선언과 같은 별도의 이벤트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 대선 경선일정에 맞춰 예비후보로 등록한 뒤 자연스레 대선 레이스에 합류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 지사가 그동안 '원팀' 정신을 강조해 온 만큼, 대선 경선 과정에서 당과의 불협화음을 내지 않겠다는 조치로 풀이된다.

KPI뉴스 / 안경환 기자 jin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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