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인 "대통령에게 조국 관련 질문 필요성 못 느껴"
친문 '문자폭탄' 우려한 듯…송영길 조국사과도 영향 문재인 대통령에게 차가운 민심을 전달하며 쓴소리를 하겠다던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호언장담은 빈말에 그쳤다. 부동산 문제나 조국 사태 등 민감한 이슈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뻥카' 초선들을 향해 "문 대통령과 밥먹기 사진찍기 위해 청와대에 간 것이냐"는 조롱이 쏟아진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여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의원 68명과 1시간 30여분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이 모든 참석자와 일일이 기념사진을 촬영하는데 30분 가량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또 길게 모두발언을 했다. 이 바람에 토론 시간은 고작 30여분에 불과했다. 대통령에게 민심을 제대로 전하고 '고언'하는 기회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초선들은 덜 불편하고 덜 민감한 얘기를 하느라 토론 시간을 다 까먹었다. 먼저 문 대통령에게 한미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코로나19 극복과 사회 불평등 완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확대정책도 주문했다.
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지원금 △청년 일자리와 주거문제 △국가균형발전 △군 장병 처우개선 △백신 휴가제 △남북관계 개선 △신재생 에너지 정책보완 등을 건의했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장관 인사 문제, 정부의 부동산 정책 평가 등 민감한 주제들은 논의되지 않았다. 기대와 달리 '맹탕 간담회'에 그쳤다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다.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조 전 장관 관련 얘기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없었다. 대통령에게 그것을 질문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이재용 사면론'에 대해서도 "(논의가) 없었다"고 했다. 부동산 세제와 공급대책 문제도 다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부동산의 전반적인 세금, 공급문제는 당내 부동산특위에서 논의하고 있고 우리 초선의원들이 적극 참여해 결론을 낼 것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에게) 질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4·7 재보선 직후 '조국 사태' 등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2030 초선의원들이 친문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며 결국 입을 열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을 앞에 두고 '쓴소리'를 했다가는 강성 지지자들에게 또 다시 문자폭탄을 받는 신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비판적 시각을 의식해 고 의원 등 초선들이 기자들과 만나 조 전 장관 문제 등 민감한 이슈를 거론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설명보단 변명으로 비친다.
송영길 대표가 지난 2일 '조국 사태'를 사과한 것으로 일단 갈음하자는 당내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초선들에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당 초선들의 '침묵·변명'은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서 '젊은피' 이준석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며 쇄신 이미지를 선점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당대표에 도전한 이 후보는 기성 정치를 향한 '사이다 화법'으로 2030 세대 지지를 이끌어내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에서는 이 후보와 같은 신진 소장파 세력이 득세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친문 중심의 당권이 여전히 견고하고 세대교체가 어려워 당내 분위기도 경직돼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4일 기자와 통화에서 "어제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언급을 삼가한 것은 괜히 당내 분란을 일으킬까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그 전날 송영길 대표가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한 이후 당내에서도 찬반 격론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비대위 체제에서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국민의힘과 당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민주당은 상황이 다르다"며 "새 지도체제가 막 출범한 상황에서 초선의원들이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 평론가는 "그러나 이준석 돌풍을 바라보는 송영길 지도부가 2030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당내 초선의원들과 소통에 노력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민주당 내 젊은 의원들도 차차 쇄신의 목소리를 키워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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