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투입 재정에 비해 효과 크지 않을듯…피해계층 중심 지원"
OECD·IMF도 선별지원 권고…일각선 "소비진작 위해 보편 지급" 전 국민 재난지원금 논의가 여당을 중심으로 급물살을 타면서 '보편'지원이냐, '선별'지원이냐를 놓고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뿐 아니라 대권 후보들도 실물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계층을 중심으로 한 선별지원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당정협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보편지원은 투입되는 재정에 비해 소비진작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경제회복 속도와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선별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우려를 고려할 때 투입 재정에 비해 더 많은 효과를 낼 수 있는 선별지원이 적절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수출과 내수가 불균형적인 'K자' 회복을 보이는 상황이라 보편지원을 통해 골목 상권으로 돈이 흘러 들어가도록 해야 내수 진작 효과가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 당정 협의는 본격화할 전망이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지급 시기와 규모 등은 축적된 데이터를 충분히 검토하고 현장과 국민 중심으로 신중하게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여당 대권 주자들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촉구하는 입장을 잇따라 내비쳤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내수경제가 회복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국민의 소비여력"이라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내수경제 회복촉진의 수액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재난지원금은 경제정책 수행에 따른 이익은 세금 내는 국민을 배제하지 말고 모든 국민이 누리는 것이 공정하다"면서 "5차 재난지원금은 성차별·연령차별 없는 인별로, 소상공인 지원하는 지역화폐로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는 여름 휴가철 혹은 추석 이전으로 논의되고 있다. 지급 방식은 지역화폐, 지급 단위는 1인 기준으로 거론된다.
김성환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일 MBC 라디오에서 "8월 말~9월 말 정도면 전 국민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이 거의 마무리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전 국민 재난 위로금을 고민해볼 시점이 됐다"면서 "빠르면 여름 휴가철일 수도 있고 조금 늦어져도 추석 전에는 집행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이 다양화돼 있고 호적상 함께 사는데 실제로는 따로 사는 경우도 있다"면서 "기왕이면 1인당 얼마씩 지급하는 게 더 공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지급 방식에 대해서는 "재난지원금 지급은 개인에 대한 보상 개념도 있지만,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도 있다"면서 "3개월 (안에 사용해야 하는) 지역 화폐 형식으로 지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있어 그 방식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급 액수는 1인당 30만 원을 지급하는 방안이 당 내부에서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0조+α' 슈퍼 추경 가능성…기재부는 선별지원 고수
이번 추경 규모는 작년 3차 추경(35조3000억 원)을 웃도는 슈퍼 추경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 국민 약 5182만 명에게 1인당 30만 원씩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15조 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을 당시에는 14조3000억 원(추경 12조2000억 원·지방비 2조1000억 원)이 투입됐다.
정부가 보편적 재난지원금, 손실보상 법제화, 피해업종 선별지원까지 '3중 패키지'를 구상하고 있는 만큼 추경 규모가 30조 원을 훌쩍 넘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재부는 보편 지원보다 피해계층에 집중하는 선별지원 원칙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초 이낙연 당시 민주당 대표가 보편지원 관련 언급을 한 교섭단체 연설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저부터 늘 가슴에 지지지지(知止止止)의 심정을 담고 하루하루 뚜벅뚜벅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지지지는 도덕경에 나오는 표현으로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뜻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막지 못하면 부총리직을 내려놓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홍 부총리는 이런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계층 지원이 더 효과적" vs "내수·수출 쌍끌이 회복하려면 보편지급"
전 국민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국제기구들은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계층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제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5월 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와 관련해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을 더 잘 겨냥해 마련한 추경의 경제적 효과가 클 것"이라며 "경제가 견고한 성장경로로 복귀할 때까지 피해 계층에 집중된 정책지원 등을 지속할 것"을 권고했다.
안드레아스 바우어 국제통화기금(IMF) 한국미션 단장 겸 아시아태평양 부국장도 올해 초 2021년 IMF 연례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회복이 불균등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재정 조치는 피해가 더 많이 발생하고 회복이 더딘 부문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재정 조치는 피해가 큰 부문에 선별적 지원해야 소비 진작, 성장 도모 등 효과가 크다"라며 "이러한 방식으로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재정건전성 확보 측면에서도 유용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책 우선순위의 차원에서 볼 때 지금 제일 중요한 것은 재난지원금을 나눠줘서 소비를 증진하는 것이 아니라 백신에 의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닌 방법으로 감염을 확산을 통제해서 소비를 증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하더라도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해야지, 안 그러면 재정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면서 통화당국이 유동성 회수 문제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는데 추가적으로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나눠주는 재정지출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전체 국민에게 지원금을 다 줄 수 있으면 좋은데 지금은 재정 적자와 국가채무 부채가 심하다"면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이유도 소비를 위한 것인데 지금도 물가가 오를 정도로 소비가 이뤄지고 있고 이후에도 폭발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회복세를 지원하기 위해 보편적인 지급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경기 회복을 가속화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수출 중심의 경기회복이 나타나고 있는데 수출과 내수 간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있어서 낙수 효과가 안 일어나고 있는 K자 회복이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는 수출만 갖고 완전히 회복될 수 없고 내수와 수출이 쌍끌이로 가야 하는데 소멸형 지역화폐로 전 국민 지원금을 지급하면 돈의 흐름이 골목상권으로 옮겨지게 된다"면서 "그러면 소비 진작도 되고 빚을 많이 지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매출로 연결돼 자영업이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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