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겠다"더니 '임대사업자 특혜'로 '미친 집값' 만든 文정부

김이현 / 2021-05-26 12:20:56
文정부 초기 '임대사업 등록' 권장…김수현 靑 정책실장이 설계
문턱 낮추고 세제 혜택 확대…'정책 역행' 비판 쏟아져도 마이웨이
투기세력에 선물 보따리…"다주택자 과세 강화 등 정책 힘 잃어"
문재인 정부는 집값 정책 실패의 원인으로 '투기 세력'을 꼽는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투기를 부추긴 건 문재인 정부다. 임대사업자에게 온갖 혜택을 몰아준 게 투기의 기회로 작용했다.

"세금 혜택을 확 늘려줄 테니, 여러 채를 사서 임대시장을 활성화해달라"는 주문의 결과는 임대시장 안정화가 아니었다. '미친 집값', '벼락거지', 그리고 극심한 양극화였다.

주택임대사업자에게 '세제 종합선물세트'를 안기는 '등록임대주택 사업자 제도'는 투기의 기회이자 통로가 됐다.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다주택자 세부담 강화 방향을 설정한 정부가 되레 투기를 양산하는 모순적 상황이 펼쳐졌다. 그런데도 오래도록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회수석 시절 주택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2019년 12월초까지도 방송에 출연해 "전임 정부와는 다르다"고 강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2019년11월19일)에서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어디 딴 세상 사람인 듯 말한 뒤였다.

▲ 김수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2019년 6월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세제 혜택 늘려 다주택자 양산한 정부 

정책 실패 인정은 늦어도 너무 늦었다. "부동산 만큼 자신있다"고, "집값 반드시 잡겠다"고 큰소리치던 문 대통령이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을 땐 이미 손을 쓸수도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다주택자들은 진작 주택시장을 휩쓸고 갔고, 2030이 '영끌'로 위험천만하게 막차에 올라타고도 한참 지난 뒤였다. 

'임대등록주택 활성화 방안'은 문재인 정부 주택정책 실패의 '주범'으로 꼽힌다. '세제 종합선물세트'를 안긴 탓에 민간임대가 다주택자의 세금 회피 수단이 되었고, 부자들의 집사재기와 서민 중산층의 갭투자가 횡행했다. 그 결과 다주택자가 급증했고, '미친 집값'이 대한민국을 갈랐다. 

임대주택사업자 제도가 문재인 정부에서 갑자기 시행한 것은 아니다. 1994년 도입됐다. 김 전 실장 말대로 박근혜 정부에서도 적극 활용했다. 2014년 초 주택경기 침체로 전세보증금이 급등하자 임대의무기간이 8~10년인 준공공임대주택 등록을 권장했고 재산세·소득세 감면, 종부세 합산배제(5년 이상 임대), 장기보유특별공제 70% 또는 양도세(국민주택규모 면적 요건 충족 시) 100% 감면 등 혜택을 줬다.

문턱 낮추고 세제혜택 더 늘린 문재인 정부

문재인 정부는 이를 그대로 계승한 뒤, 세제 혜택을 더욱 확대했다. 2017년 12월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을 통해 지방세 감면 혜택을 연장했고, 주택 1채만 등록해도 감면(전용 40㎡ 이하·8년 이상 임대) 대상에 넣어줬다. 소득세도 기존 3채 이상 등록 시 최대 75% 감면이었지만 1채 이상만 등록하면 감면해줬고, 8년 이상 임대주택의 경우 양도세·종부세도 면제해줬다. 여기에 건강보험료 인상분도 4년 임대는 40%, 8년 임대는 80% 감면해주는 조항을 신설했다.

계획대로 민간임대 사업자와 임대주택은 급증했다.국토부 자료를 보면, 임대등록주택이 활성화되던 2013년 임대사업자 수는 약 7만9000명이었고, 등록임대주택 수는 약 43만 가구였다. 2016년에는 각각 20만2000명, 79만 가구로 증가했다. 매년 임대사업자 숫자는 30~40%대 증가율을 보였고, 임대주택 숫자는 2015년(13만 명 증가), 2016년(20만 명 증가)에 상대적으로 많아졌다.

세제 혜택을 늘린 2017년 말부터는 모든 지표가 '껑충' 뛰었다. 2017년 25만9000명이었던 임대사업자 수는 2018년 40만7000으로 57% 증가했고, 같은 기간 민간임대주택 수는 약 98만 가구에서 136만2000가구로 늘어났다.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로 보면 누적 등록임대 사업자는 51만1000명, 누적 등록임대주택은 156만9000가구다.

다주택자 역시 증가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 수는 2019년 11월 기준 228만3758명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2016년 11월(197만9784명)보다 15.3% 늘어났다. 특히 집값 폭등의 주범으로 지목된 3주택 이상 보유자는 같은 기간 41만5924명에서 48만6867명으로 17% 증가했다. 4채 이상 보유 가구는 15만 가구로 2015년 대비 25% 늘었다.

집값 흐름은 비정상의 극치였다. 서울시의 공동주택 실거래가 지수는 2013년과 2014년 78~80.0 수준이었다. 민간임대주택 양도세 감면이 시작된 2015년 이후부터는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2015년 12월 실거래가 지수는 87.4에서 2016년 12월 93.3, 2017년 12월 100.5, 2018년 12월 113.6, 2019년 12월 122.5, 2020년 144.5를 기록했다. 연평균 10% 이상 오른 셈이다. 올해 3월엔 150.7까지 치솟았다.

▲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UPI뉴스 자료사진]

집값 들썩이자 방향 선회…각종 세제혜택 축소

정부는 2018년 9·13 대책을 통해 부랴부랴 방향을 틀었다. 우선 임대사업자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대출 받을 때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40%로 축소했다. 이전까지 임대사업자 대출은 LTV를 적용하지 않아 담보가액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박근혜 정부때는 완화한 게 LTV 70%였는데 문재인 정부는 거기서 더 높여준 것이다. 

또 조정대상지역에서 신규 취득한 주택을 임대등록할 경우 양도세 중과, 종부세 합산 과세로 바뀌었다. 이때 공시지가 6억 원 이라는 가액기준(지방 3억 원)이 만들어졌다.

김수현 전 실장은 2019년 12월 JTBC 인터뷰에서 "6억 이상 주택은 등록 대상이 아니고, 새로 사서 등록 대상이라고 해도 세제 혜택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주요 국가 중 한국이 부동산 가격을 가장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나라고, 적어도 전국 수치는 매우 안정돼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며 호가가 수억 원씩 뛰는 데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투자자들은 선물보따리를 놓치지 않았다. 국민일보가 1100여 개 부동산 등기부 등본을 전수조사한 결과, 3486가구 규모의 노원구 상계주공5·6단지 중 임대사업자 보유주택은 625개(17.9%)였다. 이 중 70.7%(442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이후 임대사업자 매물로 등록됐다. 강남 은마아파트의 경우 등록 임대주택 327가구 중 252가구가 2017년 5월 이후 등록됐다. 2018년 한 해에만 174가구의 임대주택 등록이 몰렸다.

상계주공5단지(전용 31.98㎡)는 2017년 5월 2억8000만 원 수준에서 올해 5월엔 7억5000만 원 선으로 올랐다. 6단지(전용 58.01㎡)는 3억 원대 중반에서 8억 원대로 뛰었다. 은마아파트(전용 76.79㎡)의 경우 같은 기간 12억 원에서 22억 원대로 올라섰다. 2018년 9월 이전 매물을 사 임대 등록했다면, 종부세 중과배제 등 혜택을 받고 임대기간 만료 시 양도세 혜택까지 유지된다. 8년 장기보유로 시장 매물이 줄어든 상황에서, 임대사업자는 수억 원의 매각 차익을 세금 부담없이 가져갈 수 있는 것이다.

대치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당시(2017~2018년)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강남 외 지역 소형 평형 아파트를 여러 채 사든, 강남 쪽 고가아파트를 사든 몇 년 전에 임대사업자로 들어간 사람은 말 그대로 노난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세를 끼고 한 사람이 여러 채를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몇 년 뒤 시세차익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거 안정' 목표 실패…"정책의 배신"

정부의 '주거 안정' 목표는 결국 주거 불안으로 이어졌다. '남의 집 살이'는 점점 팍팍해졌고, 불안감을 느낀 세입자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해 무리한 대출을 감행하는 처지가 됐다. 김 전 실장은 2019년 말 "시장에 불안 요인이 된다면 제도를 제한하거나 고칠 수도 있다"고 했지만 행동은 뒤따르지 않았다. 애초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정책이었다. 당초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 투기의 꽃길을 깔아줬다는 지적이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박근혜 정부에선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이었기에 규제 완화로 다독거려도 시장을 자극하지 않았는데, 문재인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 핀셋 규제 등으로 출발부터 오름세였다"며 "풍선효과가 있는 상황에서 임대사업 혜택을 늘리고 권장하니 집값 상승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다주택자들이 면허증 없이 사업을 했다면, 강하게 규제하는 신호가 나왔어야 하는데 오히려 역행했다"며 "임대업자는 소득이 나니까 임대사업을 하는 건데, 거기에 혜택을 더 주면서 시장 참여를 요구하는 자체가 정부는 공공주택으로 집값을 잡을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이를 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양도세, 보유세 강화 기조에서 임대등록제 시행은 다주택자가 빠져나갈 수 있는 수단이 됐다"며 "결국 정반대 방향의 정책으로 과세 강화가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집값 상승의 원인은 유동성이나 다른 정책 영향도 있지만, 양도세 등 임대등록사업자에 대한 혜택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이현

김이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