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감세냐, 실수요자 보호냐…논란의 與 '부동산 민심' 달래기

김이현 / 2021-05-18 14:06:57
재산세 완화 공감 분위기…양도세 중과는 예정대로 시행
종부세 완화엔 공개 반발…"집값 잡으랬지, 종부세 잡으랬나"
전문가 의견 엇갈려…"완화 필요" vs "집값 잡는게 우선"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려는 더불어민주당이 해법을 놓고 분열하고 있다. 지난 4년간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으니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그런 진단이 엉터리"라며 문재인 정부의 방향성과 역행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친문(친문재인), 비문 할 것 없이 저마다 목소리를 내면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 김진표 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 구청장 정책현안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은 약 보름 앞으로 다가온 과세기준일(6월1일) 전 지방세 관련 사안을 우선 매듭짓겠다는 방침이다. 다음 주 중 대략적인 윤곽과 함께 관련 법 개정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재산세 완화 공감…양도세 중과도 예정대로 시행 

우선 1가구 1주택자의 재산세 감면 상한선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은 어느 정도 합의된 상태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6월1일이 과세기준일이지만 실제 부과되기 전까지 개선해 소급적용하면 된다"며 "6월 임시국회에서 (재산세 감면)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견이 큰 부분은 종합부동산세 완화다. 대상을 1주택자로 한정하되 이미 급등한 집값에 따른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취지다. 다음 달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그대로 시행할 계획이다. 당초 다주택자들의 매물을 끌어내기 위한 방안이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원칙에도 어긋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진표 민주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전날 서울 7개 지역 구청장이 참석한 긴급회의에서 "1가구 1주택 실수요자들도 세제와 금융 조치로 엄청난 부담을 안아야 거래가 가능해지니까 조세저항, 국민저항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부동산 세제 완화 뜻을 내비쳤다. 민주당 소속 서울시내 7개 구청장은 "민심 이반이 우려스럽다"며 완화 방침에 힘을 실었고,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여러 주장이 있어서 종합해 논의하고 있다"며 종부세 완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진단도, 처방도 엉터리…부자감세 위한 특위 아냐"

그러자 박용진 의원은 18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집값을 잡으라고 그랬더니 종부세를 잡으려고 논의하는 걸 보고 혀를 차는 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 없는 서민들, 1인 가구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채 이렇게 종부세에 대한 논란만 하고 있으니까 답답해 하는 분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 친문 핵심인 강병원 최고위원은 전날 송영길 대표 앞에서 공개적으로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부동산 특위가 공시지가 9억 원, 시가로는 15억 원 이상의 고가주택에만 부여되는 종부세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니 우려스럽다"며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자에 대한 세부담 경감은 투기 억제와 보유세 강화라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본 방향에 역행한다.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 진단도, 처방도 엉터리"라고 비판했다.

결국 서민주거 안정, 투기 억제 기조를 이어가면서 민심 이탈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론과 정책 조정을 통해 변화를 보여야 한다는 현실론이 충돌하고 있는 셈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장기 1주택자에 한해 세율 탄력적용이나 과세이연제도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일률적인 종부세 기준 완화보다 납세 면제 대상 확대에 무게를 둔 '신중론'에 가깝지만, 결국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겠다는 의미다.

▲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UPI뉴스 자료사진]

"기준 오래돼 현실과 괴리" vs "규제 강화로 집값부터 잡아야"

전문가들의 진단도 엇갈렸다. 종부세 부과 기준은 2008년 종부세법 개정 이후 13년째 제자리인데, 물가 상승 등 현실적인 속도에 맞춰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실수요자의 세부담을 낮추려면 이른바 '땜질'식 보완이 아니라 강력한 규제로 전반적인 집값을 안정화하는 게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종부세 논란이 큰 이유는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인데, 완화로 가는 게 아니라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강력한 규제 정책으로 가야 결국 실수요자의 세부담도 내려간다"며 "그래야 무주택자와 실수요자가 윈윈할 수 있는데, 온탕 냉탕 세제 정책을 계속하니 시장에 불신이 생기고 원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세금을 비롯한 정부 정책은 항상 시간차가 필요하다. 종부세와 양도세를 포함한 각종 다주택자 규제의 일관성만 유지해도 충분히 시장이 안정될 수 있었다"며 "정책이 효과를 내기도 전에 자꾸 바꾸려고 하니 잘못된 신호를 주고 신뢰가 없어지는 거다. 지금은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기존 제도의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자의 불로소득, 투기소득 환수방안의 핵심이 종부세"라며 "완화로 갈 경우 그간의 부동산 규제 정책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다만 "현행 종부세의 과세기준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제도의 도입 취지와 현실 간에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며 "거래 활성화 측면에서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종부세는 동일한 기준에서 실질적으로 13년 이상 지속돼 왔다"며 "공시지가 인상률 등을 적용해서 현실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반발이 큰 만큼 기준을 상향하는 게 쉽지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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