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제련소 존폐 가를 정부 환경오염조사 '감감 무소식'

주현웅 / 2021-05-17 16:12:20
환경부, 낙동강 상류 환경 개선 대책 마련키로 한 2020년 시한 넘겨
조사관련 '공정성시비'·'기업봐주기' 논란…환경단체·지역사회 갈등
낙동강 상류 오염원으로 지목된 석포제련소(경북 봉화군 석포면)의 존폐를 결정할 정부의 환경오염 조사결과가 약속했던 시한인 2020년말을 넘겨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조사 자체가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일각에서는 이번 정부임기안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다음 정부로 넘길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그러는 사이 지역사회와 환경단체간의 갈등은 더욱 골이 깊어지고 있고 정부의 문제해결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풍이 운영하는 석포제련소는 국내 2위, 세계 4위(생산량 기준) 아연공장이다. 영남 지역 식수원인 낙동강 상류와 맞닿은 이곳은 지난 약 7년 동안 갖은 환경오염 논란에 휩싸여 왔다. 공장이 배출한 중금속이 낙동강 수질 및 지역의 대기와 토양 등도 오염시켰다는 환경단체 주장과 이를 반박하는 회사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8년 전면 조사에 돌입, 최종 결과를 지난 2020년 말 발표하기로 했었다.

▲석포제련소 전경.[환경운동연합 제공]

 

'공장 폐쇄도 거론' 기업 운명 가를 조사인데…

정부의 석포제련소 관련 조사에 관심이 모인 배경을 알려면 지난 201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해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석포제련소의 유해물질배출 등 환경오염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의 조사 및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2년 동안 조사를 벌인 정부는 '제련소의 환경오염 기여도는 적다'는 취지의 결과를 2016년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조사결과는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기업 봐주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현 정부 들어 환경부는 2018년 '낙동강 상류 환경관리 협의회'를 발족, 낙동강 상류의 환경오염 실태와 원인분석에 나섰다. '2020년 말까지 조사결과를 종합해 환경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었다. 정부가 사실상 환경단체 요구를 수용하고 재조사에 돌입한 셈이다.

이번 정부 조사결과는 이 제련소의 운명을 가를 요소로 평가받는다.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을 주장하는 쪽은 줄곧 공장 폐쇄·이전을 외치고 있다. 앞서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도 지난 2018년 국정감사 때 석포제련소에 관한 질의에 "전면조사 후 폐쇄를 검토할 수 있다"고 동조했다. 현재 환경부 장관은 석포제련소 논란을 처음 공론화한 한정애 민주당 의원이다.

그러나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환경부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로 한 때부터 5개월여 지난 현재까지 입을 닫고 있다. 지난 2019년 11월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한 이래 진행 중인 사항조차 한 차례도 공개하지 않았다. 현 정부 임기가 1년도 채 안 남은 까닭에, 일각에서는 '공이 다음 정부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석포제련소의 일대 환경오염 여부는 조사 자체가 안 끝났다. 환경부 관계자는 "낙동강 상류 환경 개선대책에 대한 방향성은 만들어졌다"며 "현재는 세부 사항을 두고 관계부처와의 조율이 이뤄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석포제련소의 오염물질 배출 등 주변 환경오염 기여도는 조사가 더 필요한 상항"이라고 전했다.

▲환경부 세종청사.[뉴시스]

공정성 시비, 경제 여파 부담?…추측 난무

이처럼 정부 조사 기간이 만 3년을 넘었음에도 결론이 안 나오자, 업계에서는 그 배경을 두고 각종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크게는 환경부가 경제 여파를 고려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인다거나, 조사 방식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우려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는 석포제련소에 대한 조사가 단기간 안에 끝나지 못할 것이란 해석으로 이어진다.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석포제련소를 폐쇠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은 주로 재계에서 나온다. 석포제련소의 존폐 여부는 영풍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이 제련소는 현대차와 포스코 및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대기업에도 아연 등을 납품하고 있다. 석포제련소가 가동을 멈추면 이들 기업 역시 공급망 차질이 불가피한 구조다. 지역경제도 마찬가지다. 석포면의 인구 30%가 석포제련소 노동자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석포제련소 조업이 멈추면 납품받던 기업들은 대체재를 찾기도 어렵다"며 "각 기업이 저마다의 맞춤형 제품을 미리 주문해서 나중에 공급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련소는 업종 특성상 단 하루만 조업을 정지해도 생산 차질이 심하다"면서 "생산설비를 예열하고, 식히는 데에만 2~3개월은 걸린다"고 부연했다.

조사 방식에 관한 공정성 시비는 환경업계에서 거론된다. 과거 석포제련소의 주변 환경오염 조사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은 "환경단체 요구로 이뤄지는 재조사이기 때문에, 석포제련소발 중금속과 낙동강 상류 오염의 인과관계 입증은 중요한 과제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앞선 조사에서 석포제련소의 주변 환경오염 기여도가 미미하다는 결론이 나왔으므로, 만약 이번 조사에서 결과가 다르게 나오면 조사 방식을 두고 여러 전문가의 현미경 검증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낙동강 상류 근방에는 제련소 외에도 대규모 농작지와 폐광산이 있어서, 제련소를 딱 잘라 오염원으로 규정하기가 어렵다"고도 강조했다.

다른 한편에선 애초에 무리한 조사였다는 의견도 따른다. 모 전직 환경부 고위관료는 "석포제련소 이슈는 환경뿐 아니라 경제와 산업 전반과 맞물린 사안"이라며 "구조적으로 환경부가 폐쇄 및 이전 등을 검토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청와대가 관심을 두지 않는 한, 환경부는 행정처분을 내리고 영풍은 행정소송으로 맞서는 전개가 반복될 것"이라고 봤다.

환경부와 석포제련소는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1월 석포제련소에 폐수배출 등에 따른 '물환경보존법' 위반을 들어 조업정지 60일 처분을 내렸다. 영풍은 행정처분 직후 그에 대한 취소소송 및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집행정치 가처분을 인용했다. 영풍으로서는 본안인 조업정지 취소소송의 최종 선고가 나올 때까지는 시간을 번 것이다.

▲지난 2019년 석포제련소 노조와 지역주민들이 안동시 경북도청에 찾아가 공장에 대한 여러 행정처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석포제련소 노조]

더해지는 갈등, 지역사회만 몸살

문제는 그러는 사이 석포제련소와 일대 지역사회는 더해지는 갈등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부터 석포제련소 앞에서는 공장 폐쇄 등을 요구하는 환경단체 집회가 잇따라 왔다. 이에 지역 주민들은 소음피해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환경단체에 맞서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두 집단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심각한 마찰도 빚었다.

현재는 석포제련소 노조까지 나서 대립전선이 더 확대됐다. '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 건강피해 봉화군 대책위원회' 등 환경단체가 석포제련소의 '지하수 차집시설' 설치를 반대하자, 노조는 환경단체를 적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해당 시설은 오염수의 외부 유출을 막는 벽이다. 석포제련소는 이를 공장 하천 인근에 짓는다는 계획이다.

차집시설을 둘러싼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환경단체는 "하천 인근이 아닌 공장 내부에 지어야 한다"며 봉화군에 설치 불허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석포제련소 노조는 지난 3월 "낙동강 오염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라며 "환경 개선이 아닌 폐쇄를 주장하는 세력은 노동자들의 적으로 알고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장은 "준비 중인 무방류설비가 본격 가동되고 지하수 차단시설의 1차 사업이 끝나는 올해 말이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낙동강 수질오염 제로 프로젝트'가 주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PI뉴스 / 주현웅 기자 chesco12@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현웅

주현웅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