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부동산 투기하면서 코인하는 우리에게 도박이라고요?"

장은현 / 2021-05-17 14:46:43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든 20대 청년들이 말하다
"위험한 거 알지만 2030에게 다른 방법이 없다"
"청년 세대가 희망 가질 수 있는 정책 고민해야"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내가 1년 동안 적금을 해서 모은 돈을 친구는 코인 투자로 단 며칠 만에 벌더라.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지난 14일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안재훈(왼쪽), 이충휘(오른쪽) 씨가 코인 투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장은현 인턴기자]

 

가상화폐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뜨겁다. 청년들이 가상화폐 시장을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4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상화폐 거래를 처음 시작한 투자자 10명 중 6명이 2030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실명계좌를 만든 이용자 수 총 249만5289명 중 20대가 81만6039명으로 32.70%, 30대가 76만8775명으로 30.80%를 차지한다. 전체의 63.51%다.

 

어쩌다 청년들은 가상화폐 투자를 주도하는 세대가 됐을까. UPI뉴스가 만난 20대 청년들은 월급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이 사회에 '울분'을 토했다. 미친 집값, 적은 월급, 초저금리, 취업난은 이들을 '영끌투자'의 세상으로 내몰았다. 이들에겐 무리하게 '영끌'을 하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코인은 투기다", "위험하다" 라는 말을 들을 때면 "누가 몰라서 이러냐"라고 되묻고 싶단다. 이들은 그런 말을 하기 전에 2030이 처한 현재의 비정상적 환경을 돌아보라고 토로한다.

경기도에서 자영업에 종사하는 이충휘(27) 씨는 주식 투자만 하다가 올해 코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제는 주식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는 안재훈(27) 씨는 지난해부터 코인 투자를 했다. 취업 시기가 친구들보다 늦어 미리 투자수익으로 미래를 준비해야겠다는 강박감이 컸다. 강원도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김슬기(25) 씨는 첫 투자를 코인으로 시작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그에게 장 마감 시간이 있는 주식보다 24시간 운영되는 가상화폐 시장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ㅡ 코인 투자를 시작한 계기가 있나

 

김: 원래 적금만 했는데, 우대금리를 아무리 적용 받아도 4% 이상은 힘든 현실을 깨달았다. 그러던 중 직장 동료나 주위 친구들이 코인 투자를 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내가 1년 동안 적금을 통해서 낸 수익을 그들은 단 며칠 만에 벌고 있더라. 순간 내가 너무 순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금만으로는 차를 사고 집을 사기엔 어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식을 하려고 했는데, 주식 시장은 오후 3시 30분이면 끝난다. 퇴근하고 이제 좀 여유를 갖고 투자를 하려고 하면 주식은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24시간 장이 운영되는 코인을 선택하게 됐다. 올해 초부터 시작했다.

 

안: 주위 친구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금액을 얼마 넣을 것인가 하는 것보다 우선 '해야겠다'라는 압박감이 들었다. 학생이다 보니까 여유 자금이 많이 없어서 용돈의 일부분을 모으기 시작했다. 밥은 집에서 먹고 공부하러 갈 때도 비교적 저렴한 스터디 카페에 갔다. 그렇게 하니 한달에 20만 원 정도가 남아서 100만 원을 모아 코인 투자를 시작했다.

 

이: 원래 주식을 먼저 했는데 수익이 생각보다 너무 적었다. 우량주를 사서 오랫동안 묵혀 둬도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이제 슬슬 결혼도 생각해야 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주식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변동성이 큰 코인 시장에 눈을 돌리게 됐다.

▲ 지난 14일 안재훈 씨가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입장을 말히고 있다.[장은현 인턴 기자]

 

ㅡ 현재 수익률은 어떤가

 

김: 월급 중 일부를 적금용과 코인 투자용으로 나눴다. 코인에는 170만 원을 투자했고 5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 250만 원으로 올랐다. 상승장일 때는 400만 원까지 오른 적도 있다. 요즘 가상화폐 시장이 하락장이라 더 내려갈 것 같지만, 유명인사의 말 한 마디에 요동치는 게 코인 시장이니 기다려보려 한다.

 

안: 수익률 140%다. 처음에 100만 원을 투자했을 때 정보를 찾아보지도 않고 '스톰엑스'라는 코인을 샀다. 가격이 급등하는 것만 보고 투자했다. 한 순간에 60만 원까지 떨어지더라. 당황해서 지갑에서 50만 원을 더 꺼내서 110만 원을 만들고, 그때부터는 변동성이 심한 코인은 사지 않았다. 이후에 300만 원까지 올라서 110만원은 빼고 수익금으로 투자를 계속 하고 있다.

 

이: 정확한 수익률은 모르겠지만 흑자다. 처음에 500만 원을 넣고 이후에 '비트토렌트'라는 코인에 800만 원을 넣었다. 500만 원으로 수익을 보던 차라 자신감이 생겨 월급과 주식 투자금 일부를 무리하게 끌어 모았다. 그런데 800만 원이 갑자기 670만 원으로 줄어서 뺐다. 130만 원을 잃었지만, 처음 투자한 500만 원으로 130만 원 이상을 벌었으니 전체를 따져보면 플러스다. 보통 하락세가 되면 사람들이 조바심을 느끼고 쉽게 빼는데 일단 기다려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들은 모두 가상화폐 투자로 이익을 봤다. 결론적으로는 흑자지만 원금을 아예 잃은 순간도 있었다. 직장이 없었거나 모아둔 예비금이 없었다면 하루아침에 가진 돈을 몽땅 잃어버렸을 수도 있었다. 실제로 이들의 지인 중 한 명은 600만 원을 코인 투자에 넣었다가 자금을 완전히 날린 사례도 있었다. 

26살 김지호(가명) 씨는 1년 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한 후 올해 3월부터 퇴직금 약 200만 원 전부를 코인 투자에 넣었다. 이전에 주식 투자로 수익을 본 경험이 있어서 가상화폐 시장도 비슷하겠거니 생각하고 따로 공부를 하지 않고 바로 투자에 뛰어 들었다. 하락세였지만 주식처럼 다시 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2주 만에 투자금의 50%를 잃었다. 이후 하룻밤 사이에 가격이 폭락해 투자금을 거의 잃은 상태다.

그래서 이들은 입을 모아 '단타' 등의 투기적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갑자기 가격이 치솟는 코인에 투자하려고 할 때는 '내가 지금 들어가면 그 때가 최고점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지난 14일 이충휘 씨가 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하고 있다.[장은현 인턴기자]

 

ㅡ 코인 투자 전후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안: 일상의 피곤함을 얻었다. 숫자를 많이 보다 보니까 예민해지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느낌을 받는다. 자고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가상화폐 거래소 확인이다. 물론 소소한 행복도 느낀다. 주식과 달리 가상화폐는 그 가치를 평가할 자료가 없지만 이제는 사기 코인 정도는 구분할 수 있게 됐다. 나름의 분석을 통해 투자를 하고 예상대로 수익이 나면 기쁘다. 투자를 하기 전까지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볼 시도조차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래도 내 자산을 어떻게 운용해야할지 감을 잡은 것 같다.

 

김: 일론 머스크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 코인을 하기 전에는 머스크가 '현실판 아이언맨' 같았다. 사업 수완이 좋고 똑똑한 사업가라고 생각했다. 가끔씩 창업 생각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가장 먼저 생각이 난 사람이 일론 머스크였다. 그런데 코인 투자를 시작한 후에는 사기꾼처럼 느껴진다. (웃음) 요즘 가상화폐가 계속 하락세여서 앞으로 투자를 어느 정도 할지 고민하고 있다. 아예 코인 투자를 그만두지는 않을 것 같다.

 

ㅡ 내년부터 정부에서 가상화폐 소득에 세금을 부과한다는데
 

김: 정부의 태도가 이중적이다. 최근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청년들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고 어른들이 이를 바로잡아줘야 한다고 했다. 가상화폐를 도박 취급하는 발언들이 많았는데 그것과는 별개로 세금을 걷는다고 하니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세금을 걷는 것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려면 최소한 정부에서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해야 한다. 코인을 도박이라고만 볼 수 없다. 투자를 위해서 코인별 공식 계정에 들어가서 2021년 로드맵도 찾아보고 거래소의 차트를 분석하기도 한다. '페이코인'으로 피자를 사먹는 친구도 봤다. 코인에 대해 이제 어느 정도 분석이 가능하니 도박으로만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청년들은 투기꾼이 아니다.

 

안: 정부는 부동산 하나도 못 잡으면서 가상화폐 소득에 20% 세율을 적용해 과세하겠다는 것을 보고 기분이 나빴다. 정부가 청년들이 코인으로 돈을 버는 것을 아니꼽게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LH사태 같은 부동산 투기 사례를 보면서 청년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이: 과세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런데 세율이 너무 높고, 과세 기준인 250만 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기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코인 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코인을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같지만 거래소를 폐지할 수 없는 이상 주식 시장의 서킷 브레이커, 사이드카 같은 장치를 둬야 한다.

 
ㅡ 가상화폐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투자하나

김: 투자 시작 전에 가상화폐 자체에 대한 공부는 많이 안했다. 일단 투자를 시작하고 난 후 조금씩 공부하고 있는데 기술적인 측면은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완벽히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와 별개로 내가 투자하는 코인의 사용처, 개발자에 대해서는 꾸준히 공부한다.

안: 가상화폐에 대해 이해하고 투자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미래의 화폐는 가상화폐로 대체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도로 생각했다.

이: 나 또한 가상화폐에 대해 정확히 알고 시작하지는 않았다. 실체가 없다는 데에 동의했다. 경험삼아 해본 건데, 코인 투자자가 늘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주 코인의 높은 시가총액을 보면 가상화폐의 가치가 조금씩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ㅡ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은

 

김: '나도 열심히 일하면 집을 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그런 꿈 하나 정도는 가져야 하지 않겠나. 임대주택 지원해 줄 테니 집 안사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청년 세대가 삶의 목표를 가질 수 있게 그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을 사놓은 사람, 코인과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 둘 다 해당하지 않는 일반 직장인 간의 계층 차이는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안: 우리 세대는 부모님한테 손을 벌리지 않으면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집 문제가 가장 크다. 친한 친구 중 한 명은 부모님한테 도움 받는 게 죄송해서 정부에서 운영하는 전세대출, 임대주택을 신청했었다. 대출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탈락했고, 서대문에 있는 임대주택은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포기했다. 2030이 처한 현실이 바로 이렇다. 상황이 이런데도 영끌하는 청년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건지 묻고 싶다. 최소한 훼방을 놓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이: 청년들이 왜 위험한 가상화폐 시장에 몰리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정부 입장에서는 우리가 가벼운 마음으로 코인 투자를 즐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2030은 다른 방법이 없다.

KPI뉴스 / 장은현 인턴기자 eh@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장은현

장은현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