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플레 우려↑…"한은, 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세계경제 전반에 긴장감이 감돈다. 금융시장부터 살얼음판이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도 당겨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그동안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왔기에 한은은 내년 하반기에나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잇따라 상향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이 2%를 넘어선 데다가 옐런 장관의 발언까지 겹치면서 한은의 '연내 금리인상'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옐런 장관의 발언 이전인 지난 4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일부 금융통화위원은 가계대출 증가세 등 금융안정 상황을 언급하면서 "통화정책 차원의 고려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매파(긴축 선호)적 목소리를 냈다.
이처럼 국내외 상황이 급변하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오는 11월께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4월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일부 금통위원들은 매파적 견해를 밝혔다.
한 금통위원은 "올해 1분기 금융권 가계 대출이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도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금융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증대됐다"면서 "금융안정 이슈에 대한 통화정책적 차원의 고려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우리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질 경우에는 지금보다 금융 안정에 더 무게를 둔 통화정책 운영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 의장을 지낸 옐런 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미래경제서밋' 행사에서 방영된 사전 녹화 인터뷰를 통해 "우리 경제가 과열되지 않게 금리를 다소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프라 투자 등에 4조 달러를 투입할 계획을 언급하면서 "추가 지출이 미 경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지만, 매우 완만한(very modest) 금리 인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옐런 장관의 발언 직후 나스닥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즉각 반응했다. 그러자 옐런 장관은 "내가 (금리인상을) 예측하거나 권고한 것이 아니다"라며 수습에 나섰다.
특히 이번 발언은 미국의 경제 회복이 가속화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나온 것이라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경제는 지난 1분기 연율 기준으로 전 분기 대비 6.4% 성장한 데 이어 올해 연간 성장률은 7%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약 4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3월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팬데믹 대응 예산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다가 4조 달러 규모의 추가 재정지출 법안도 준비하고 있다.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기준으로 2.6%를 기록해 연준 목표치인 2.0%를 웃돌았다. 4월 이후에는 3%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경기회복으로 원자재 가격도 급등세다. 국제 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를 기준으로 4월에만 7.47% 상승했다. 철광석(13.55%), 구리(11.83%), 니켈(10.00%) 등도 큰 폭으로 뛰었다.
브라질의 경우에는 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종전 연 2.75%에서 3.50%로 인상했다. 브라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를 넘었으며 이달에는 8%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민 깊어지는 한은…"올해 11월께 금리인상 가능성"
한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3%를 기록하면서 3년 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물가는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물가 상승이 일시적인 공급측면의 요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높은 물가 상승률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우리 경제는 지난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1.6% 성장하는 등 기대를 뛰어넘는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4%에 가까운 성장률을 올릴 수 있다는 점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론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보다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적기는 하지만, 지난달 2%가 넘는 물가상승률을 기록했고 4%에 육박하는 연간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향후 경제회복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은의 금리인상이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으며 연내에 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 연준이 2023년까지는 금리 인상이 없다고 얘기했지만 점도표 등을 보면 금리인상을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한국 역시 실물 및 금융 지표상으로 보면 올해 하반기, 11월~12월쯤에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연준보다 먼저 금리인상에 나섰다. 외국인 투자금 유출 등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은은 2009년 2월 기준금리를 연 2.0%까지 인하한 뒤 이듬해 7월 연 2.25%로 올렸다. 연준은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연 0~0.25%까지 내린 뒤 2015년 12월에서야 연 0.25~0.50%로 인상했다.
"백신 보급 상황·내수 고려하면 일러야 내년 1분기" 전망도
한국의 백신 보급 속도 등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할 때 연내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금리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기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언급하면서 "아직 금리인상을 논하기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여지가 있으나 빨라도 내년 1분기로 예상한다"면서 "코로나 공중보건 위기 상황이 잡혀야 하는데 국내 백신 보급 상황을 감안하면 연내에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하면서 고용 등 내수 부문의 회복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당장 금리를 올리기 어렵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코로나 상황이 안정화된다면 우리도 금리인상을 검토할 수 있을 것"면서 "한국은 미국에 비해 경기 상황도 어렵기 때문에 미국보다 금리를 먼저 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에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입에 관심이 쏠린다. 이 총재는 다음 달 12일 '한은 71주년 창립기념사'를 한다. 이때 금리의 향방에 대해 시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총재는 2017년과 2019년 창립기념사에서 각각 금리인상 및 인하 시그널을 보냈고 이후 기준금리를 조정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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