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수요시위 계속 진행…비방,욕설엔 법적 대응할 것" 28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 어김없이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었다. 횟수로 1489차.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1992년 1월8일 시작돼 한주도 거르지 않은 역사적 시위다.
달라진 게 있다. 학생들이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했다. "초중고 학생들이 참여해 자발적 역사교육의 장을 이루던 수요시위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고, 한경희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사무총장은 한숨지었다.
보다 큰 변화가 있다. 수요시위는 반대 목소리를 내는 두 시위대에 포위됐다. 구호는 뒤섞이고 평화는 사라졌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7월부터 중학동 일대가 집회제한구역이 되면서 수요시위는 기자회견 형태로 '연명' 중인데, 설상가상 양옆에서 자유연대와 주옥순 엄마부대 등 보수단체가 협공하는 모양새다.
질서정연했던 역사교육의 현장이 어느새 험구 난무하는 역사전쟁의 전장으로 변해 있었다.
오전 11시30분 경 소란은 시작됐다. "현재 연합뉴스 앞 소녀상 주위에 모이신 분들에게 안내 및 경고 방송 드립니다. 소녀상 주변 도로 및 인도는 지자체에서 집회금지구역으로 지정한 장소입니다." 소란을 잠재우기라도 하겠다는 듯 종로경찰서의 안내방송이 일순간 주변 소음을 갈랐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미 주변은 웅웅거리는 스피커 소음과 음악 소리, 구호가 뒤섞여 어떤 말이 오가는지 알아들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한·일관계는 물론, 한·미관계 악화에 앞장선 윤미향의 수요집회는 물러나라!"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골 공격 소재가 된지 오래다. 빌미는 윤 전 이사장과 정의연이 제공했다. 돈 문제로 윤 전 이사장과 정의연의 도덕성은 상처를 입은 터다. 위안부 할머니에 의해 기부금 모금과 사용의 투명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불거진 의구심은 말끔히 가시지 않았다.
수요시위 왼편에서 자유연대 집회가 시작됐다. '윤미향 꼭 감옥가야 한다!'는 플래카드를 앞세운 채 참가자들이 1인 연설을 이어갔다. 동시에 열리는 세 개 집회 중 참석자가 가장 적었다. 소요사태에 대비하려는 경찰이 더 많았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목소리는 가장 컸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희범 자유연대 대표는 "위안부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일본에게만 물아붙이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러한 정의연의 주장으로 한·일관계는 물론 한·미관계까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시절 합의한 위안부 보상안을 문재인 정부가 파기한 것에 대해서도 험구를 쏟아냈다. 마침 '문재인 구속, 박근혜 석방' 1인 시위자도 그 옆을 지나고 있었다.
수요시위 오른편에선 또 다른 보수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었다. 반일동상진실규명공대위, 주옥순TV엄마방송,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같은 단체들의 시위였는데 역시 수요집회와 윤미향 의원을 규탄했다. 이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존재 자체가 사기"라고 외치고 있었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윤미향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어떻게 수녀들이 여기 나와서 이럴 수 있냐! 야 이 수녀X들아"라며 쌍욕을 해댔다.
"이 이용수가 할 말이 이쓰가 이렇게 나왔심더. 자꾸 깜빡 깜빡해서 이래 써왔심더…(중략)빨간 원피스에 홀리가 따라간 것을 군인이 내를 끌고갔다고 거짓말을 해 미안합니다."
한 참여자는 '위안부' 출신 이용수 할머니 얼굴을 본 뜬 가면을 뒤집어 쓴 채 그의 말투를 따라 했다.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는 양손에 '가짜 위안부', '김학순 40원에 팔려갔잖아'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기자회견에 대해 묻자 김 대표는 "윤미향 사건 이전인 2019년 말부터 계속해왔다. 그전에는 나오기만 해도 몰매를 많이 맞았지만 사건 이후부터는 지지하는 분들도 늘었다"고 했다.
이곳에선 이런 풍경이 1년 넘도록 무한반복 중이다. 현장을 지나는 상당수 시민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만 좀 하라"고 소리치는 이들도 있었다.
정의기억연대 한경희 사무총장은 "수요시위는 일본 정부의 책임과 반성을 요구하는 역사 깊은 시위인데, 이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정의기억연대 측은 "수요시위는 계속 진행할 것이며, 비방과 욕설 등에 대해서는 가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김해욱·이준엽·장은현 인턴기자 hwk1990@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