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기준 상향·양도세 중과 면제 등 4년 정책방향 유턴
"하루 아침에 바꿀 문제 아냐…투기 차익 인정한다는 소리" 여당 내에서 부동산 관련 세금을 완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안정화 실패가 4·7 재보선의 참패로 이어진 만큼, 향후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폭등한 집값에 따라 종부세 과세 기준을 상향하는 데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선거 결과만 보고 그동안의 정책 기조를 바꾸려는 움직임은 우려스럽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9일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윤호중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은 "민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과감하게 당을 변화시키고 쇄신하겠다"며 정부가 추진해온 부동산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출범하는 민주당 지도부는 기존 부동산 정책을 재검토한 후 미세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종부세 기준 상향·양도세 중과 면제 등 거론
당장 실행될 가능성이 높은 방안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는 것으로 모아진다. 당내에선 이미 실질적인 움직임도 있다. 정청래 의원은 △1주택자의 종부세 부과기준을 공시가 '9억 원 초과'에서 '12억 원 초과'로 상향 △1주택자 재산세 인하 기준을 공시가 '6억 원 이하'에서 '9억 원 이하'로 상향 △공시가격 합산액 '12억 원 이하인 2주택자'에 대해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 등 내용을 담은 종부세·지방세·소득세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광재 의원도 전날 KBS에 출연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공시지가 9억 원 초과 기준을 대폭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종부세 대상은) 상위 1%였다. 현재 서울은 (종부세 대상이) 16%면 너무 많다"며 "대한민국 1% 안에 매겼던 세금이 종부세다. 현재 9억 원을 대폭 상향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나선 홍영표 의원도 지난 14일 "부동산 정책은 사실 민주당이 가장 실패한 분야"라며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재 공시가격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공론화를 통해 충분히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과세를 통해 집값 안정을 유도했던 그간의 정책 기조와는 분명히 결이 다르다.
선거 직전엔 여야 모두 부동산세 완화 공약
부동산세 완화는 주로 야당에서 논의돼 왔다. 국민의힘 태영호(강남갑), 박성중(서초을), 배현진(송파을) 의원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종부세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종부세 기준을 상향하고 1주택자에게는 종부세를 면제해주는 내용이 골자였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 범여권이 180석을 차지하자 이들 법안에 대한 논의가 사라졌다가, 이번 4·7 재보선 참패 이후 민주당에서 먼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물론 세부담 완화 공약은 선거 직전 민주당에서도 나온 바 있다. 지난해 4·15 총선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종부세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언급했다. 강남·분당 등 고가 주택이 몰려있는 지역구에 출마한 민주당 의원들도 '1가구 1주택 종부세 완화' 등을 약속했지만, 총선에 압승한 이후 유야무야됐다.
이번에는 부동산 정책 수정 요구를 피하기 어렵겠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여당이 규제 완화로 정책을 선회한다는 시그널 자체가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4·7 재보선 참패는 성난 부동산 민심의 결과가 맞지만, 세금 완화가 이를 만회할 수단으로 쓰일 만큼 단순한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세법 개정한 지 얼마 안 돼…표심 위한 행동 우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최근 공시가격 급등에 대한 이의신청이나 반발이 많은데, 정부가 이를 전면 재조사하거나 흔들기는 힘들 것"이라며 "그러니 조세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논의가 되는 듯하다. 정부 기조를 전면적으로 틀기는 쉽지 않겠지만, 여론 자체가 좋지 않으니 미세하게라도 방향전환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국장은 "세제의 경우 한 번 결정했으면 중장기적인 효과를 지켜봐야 하는 것이지, 하루 아침에 틀어버릴 문제는 아니다"라며 "양도세는 세법 개정을 통해 바뀐 지 얼마되지 않았고, 종부세만 놓고 보더라도 개인보다 혜택을 많이 받는 비주거용, 비업무용, 법인 쪽으로 오히려 넓혀가야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보선에서 졌으니까 다가올 대선에 표심을 잡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며 "민주당 전체의 기조인지 개인 의견인지 봐야하겠지만, '여당이 규제 완화로 정책을 선회하는구나'라는 시그널을 주면 폭등한 집값에 오히려 불을 더 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종부세 부과 금액이 15년 전 기준인데, 세월이 지나 집값과 공시가격이 올랐으니 기준을 바꾸는 건 맞다"면서도 "다만 불합리한 정책을 수정하는 것이지, 이걸로 민심을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선거 한 번 졌다고 그간의 기조가 금방 바뀐다는 건 오히려 정책의 일관성을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올랐고,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도 시행 중이니 종부세 부과 기준이 12억 원이라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2주택자 양도세 중과 면제의 경우 취지는 알겠는데, 그 자체가 투기 세력의 시세차익을 환수한다는 그간의 정책 기조와 어긋난다. 2주택자까지는 수익 실현하고 빠져나가게 해주겠다는 소리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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