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효과'로 들썩이는 재건축…현장 분위기는

김이현 / 2021-04-16 12:40:19
압구정·목동·상계동 등지서 거래 줄어들고 호가는 올라
규제 완화 가능성 반신반의…오세훈은 '속도조절' 언급
"당장 규제 완화 안 돼도 기대심리 따른 상승 흐름 지속"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서울 주요 재건축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오 시장이 공약한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만으로도 강남과 목동, 상계동 등지에선 호가가 오르는 상황이다. 현장에선 규제 완화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지만, 2·4 공급대책으로 잠시 숨을 고르던 서울 집값이 재건축발(發) 상승세를 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 서울 시내 아파트 [정병혁 기자]

16일 서울 주요 재건축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오 시장 당선으로 현장에선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전보다 매수 문의가 늘어났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모습도 나타난다. 올 초부터 신고가 경신 사례는 이어졌지만, 매도자든 매수자든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기대심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압구정 재건축 평당 1억 원…목동⋅노원도 호가 ↑

전반적인 상승세는 강남구 재건축 단지가 이끌고 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오 시장 당선으로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확실해졌다"며 "지금 워낙 호가가 올라 있기 때문에 거래가 활발한 건 아니지만, 이러다가 한 건씩 성사되면서 신고가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거래 추이를 보면, 평당 1억 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 시장 당선 이후 재건축 아파트값이 큰 폭 뛰었다기보다는 올 초부터 꾸준히 올라왔다"면서도 "앞으로 더 뛸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현재 매물을 거두거나 호가를 더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양천구에서도 호가가 뛰고 있다. 현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는 14개 단지가 모두 1차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신시가지7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투자용으로 들어오는 문의가 많다"며 "서울시장 선거 이후 몇 천만 원이라도 더 뛰면 뛰었지 내려가진 않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최근 재건축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에서 탈락한 목동11단지는 오 시장 당선 전후로 소폭 가격 변동이 이뤄졌다. 11단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3월 안전진단 탈락 이후 급매가 두세 건 나오면서 가격이 살짝 떨어지나 싶었는데, 이번에 오 시장이 직접 신시가지를 언급하면서 한 번 더 기회를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생겨난 듯하다"며 "호가는 다시 뛰었다"고 말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노원구도 매수문의가 늘었다. 상계주공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본격화로 집값 추가 상승을 묻는 전화가 자주 온다"면서 "다만 거래 자체는 지난해가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다른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노원 인근이 상대적으로 중저가 단지가 많지만, 시세는 꽤 가파르게 올랐다"며 "일단 지켜보자는 눈치가 강하다"고 말했다.

오세훈, 재건축 들썩이자 '속도조절' 언급

규제 완화 기대감은 지표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12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0.3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기준치인 100보다 아래면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지난주에 96.1을 기록해 4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인 100 아래로 내려갔는데, 이 추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한 주 만에 다시 기준선 위로 오른 것이다.

재건축 단지가 들썩이자 오 시장은 속도조절에 나섰다. "1주일 안에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공약했지만, 취임 1주일이 지난 이날까지 이뤄진 규제완화는 없다. 오 시장은 "의지의 표현이었다"며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하거나 시의회에서 조례를 개정하려면 1~3개월이 걸린다. 일부 지역에서 거래가 과열되는 현상도 나타나 신속하지만 신중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지역 [정병혁 기자]

"기대감만으로도 상승…호가 오르고 매물 감소"

전문가들은 재건축 시장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장 규제 완화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기대감이 집값 상승에 반영된다는 분석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용적률 완화 등 재건축 규제를 풀려면 시의회 동의를 얻어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는 걸 오 시장이 몰랐을 리 없다"며 "시장 권한만으로 정책을 다 추진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든 서울시든 규제완화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기대감만으로도 단기 상승세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재건축 기대 심리가 높아진 것 같다. 향후 재건축 시장은 호가는 오르고 매물은 줄어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거래량이 줄어든 상태에서 간간이 신고가 경신이 이뤄지는 매매거래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오 시장 당선에 따른 집값 상승 효과는 예상했던 것"이라면서 "특히 강남권과 목동, 여의도 등지는 규제완화 시 정비사업 수익성이 크게 오르는 지역들이라 가격이 오르고 있다. 당장 규제 완화 조치들이 이뤄지지 않는다 해도 이 흐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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